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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가계부채 문제 연착륙 방안 강구할 것"


입력 2015.12.31 16:11 수정 2015.12.31 16:12        이충재 기자

신년사에서 "새해 통화정책 완화기조 지속할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자료사진) ⓒ데일리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1일 새해 통화정책과 관련해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새해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의 회복세 유지, 가계의 실질구매력 개선 등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도록 완화 기조를 지속하면서 금융안정에도 유의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구조개혁과 관련, “우리나라가 가장 주력해야 할 과제는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일”이라며 “이를 위해 구조개혁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구조개혁은 단기적으로 고통과 희생을 수반하지만, 꾸준히 실천하면 과실을 얻을 수 있다”며 “성공적인 구조개혁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수출과 내수,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애로가 심화되지 않도록 공개시장 운영 등을 통해 시중 유동성과 자금 흐름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며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자본유출입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 필요한 경우 시장안정을 위한 단계별 종합대책을 적기에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은이 내년부터 3년간 물가안정목표를 2%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도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안정시키면서도 중앙은행이 물가와 경기, 금융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보다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기적 시계에서 목표 수준에 근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그는 가계부채 증가 문제와 관련 “정부, 감독당국 등과 긴밀히 협조해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신년사 전문]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

오늘은 새로운 희망과 각오로 2016년 업무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한 축복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지난 한 해 맡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어느 한 해 수월한 적이 없었습니다만, 지난해 우리 경제는 실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성장을 이끌어 왔던 수출이 연초 이래 부진을 지속한 데다 예기치 못한 메르스 사태의 충격으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기도 하였습니다. 미 연준 정책금리 인상 시기의 불확실성,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국의 경제 불안 등으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2014년에 이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내리고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큰 폭으로 늘리는 등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확대하였습니다. 아울러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등 시장 안정화를 적극 도모하였습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잠재능력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물가상승률이 목표범위를 계속 하회하는 등 우리 경제의 모습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였습니다.

최근의 저성장·저물가는 전 세계적 현상이며 글로벌 수요 부진, 국제유가 하락, 경제의 구조적 변화 등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요인들에 크게 기인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거시경제의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하는 책무를 지닌 한국은행으로서는 오랜 기간의 완화적 정책기조가 금융불균형 누적을 통해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제상황 판단, 정책 대응, 커뮤니케이션 노력 등에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겸허하게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올해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의 회복세 유지, 가계의 실질구매력 개선 등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안팎의 여건을 보면 경제의 순탄한 회복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이 곳곳에 잠재해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경제의 성장세 둔화, 주요국 통화정책의 비동조화 지속 등으로 국제자본 이동이 확대되면서 기초경제여건이 취약한 신흥시장국이 경제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금융시장이 재차 불안해지고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약화될 소지가 있다 하겠습니다.

국내에서는 저출산·고령화, 부문간 불균형,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크게 늘어난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미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소비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거나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가 가장 주력해야 할 과제는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구조개혁입니다. 구조개혁은 단기적으로 고통과 희생을 수반하고 경제주체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실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이를 꾸준히 실천해 나간다면 당장의 아픔을 충분히 보상해 줄 수 있는 과실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성공적인 구조개혁은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수출과 내수 그리고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 구조 복원 등을 통하여 대외여건 개선 시 우리 경제가 남보다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구조개혁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우리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여줄 수도 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최근 국제신용평가사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조정한 것도 우리의 구조개혁 노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그 주된 배경의 하나였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이제 우리 한국은행이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해 나갈 주요 업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우리 경제의 중장기 적정 인플레이션 수준 등을 고려하여 물가안정목표를 새로 설정한 만큼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근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물가목표를 범위가 아닌 단일수치로 설정하였는데 이는 주요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진일보한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단일수치 목표는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안정시키면서도 중앙은행이 물가와 함께 경기, 금융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통화정책을 보다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가목표를 이러한 방식으로 설정한 배경과 새 물가목표제의 특징 등을 경제주체들에게 잘 이해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편 물가상승률이 일정 범위 및 기간을 초과하여 목표를 이탈할 때의 설명책임을 이행하는 데도 만전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금년 중 통화정책은 새로운 물가안정목표 하에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도록 완화기조를 지속하면서 금융안정에도 유의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하겠습니다. 경제 회복세가 완만하고 물가상승압력도 크지 않은 상황이므로 당분간은 성장과 물가의 하방리스크에 유념하면서 거시경제 흐름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통화정책의 예측가능성과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경제전망의 정도를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경제변수들 간의 인과관계 변화, 글로벌화 진전에 따른 각국 경제의 상호연계성 증대 등으로 경제현상의 불가측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예측 오차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경제전망의 정확성이 미흡하면 통화정책의 효율성이나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전망역량 강화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정책결정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문 내용 개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자료의 공개범위 확대 등을 추진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통화정책 결정의 적정시계 확보, 경제전망과의 연계성 제고 등을 위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운영체계의 개편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개최 횟수가 축소되는 만큼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데 한층 더 힘써야 하겠습니다.

올해는 금융안정에 더욱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우선 정부, 감독당국 등과 긴밀히 협조하여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애로가 심화되지 않도록 공개시장 운영 등을 통해 시중 유동성과 자금 흐름을 적절히 관리해야 하겠습니다. 금년에도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국제금융시장 상황, 자본유출입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시장안정을 위한 단계별 종합대책을 적기에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IT와 금융이 융합하면서 핀테크(FinTech), 빅데이터 및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 활용 등이 글로벌 추세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변화가 우리의 정책여건 특히 지급결제제도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잘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연내 설립이 예정되어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지, 그리고 통화정책 파급경로와 은행산업 경영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연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이 지속되고 경제·사회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면서 각계로부터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다양하고 때로는 상충되는 요구들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책운용 방식은 물론 조직 구성원의 현실 인식이나 업무수행 자세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익숙함과 편안함에 안주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오래된 관행이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동안 임직원 여러분들이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써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변화의 동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아침에 실현될 과제는 아니지만 외부 전문인력 활용 확대, 효율성과 경쟁원리를 중시하는 인사관리 등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우리 임직원들에게 일반 직장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소명의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기본적으로 업무수행에 관한 규정과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중앙은행 직원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에 걸맞은 엄정한 자기절제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개인의 이해보다는 조직의 가치를 앞세우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하겠습니다.

한편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아무리 빨리 바뀌더라도 임직원들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직장 분위기는 한국은행이 창립 이래 소중하게 가꾸어온 자랑스러운 전통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유지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은 가족 여러분!

올해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견된 위기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비관론에 매몰되기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 단계 도약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금년 한 해도 여러분이 지니고 있는 역량과 자질을 최대한 발휘하여 한국은행이 국가경제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을 국민들께 깊이 인식시켜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분발과 새로운 각오를 기대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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