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애와 한국판 로봇이 만날 때 '로봇, 소리'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1.21 09:34  수정 2016.01.21 13:16

'작전' 이호재 감독 연출…심은경 목소리 연기

이성민 이희준 이하늬 채수빈 김원해 등 출연

이성민 주연의 영화 '로봇, 소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갖춘 영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2003년 대구. 해관(이성민)은 하나뿐인 딸 유주를 잃어버린다. 당시 지하철 참사가 있었던 터라 많은 사람은 유주가 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해관은 유주가 살아있다고 확신한다. 증거도 단서도 없이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해관은 10년 동안 전국을 찾아 헤맨다. 친구, 아내, 주변 사람들이 말리지만 그의 고집은 꺾을 수 없다. '하나뿐인 핏줄' 딸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해관은 외딴 섬에 떨어진 괴상한 물건을 발견한다. 고체 덩어리인 이 물건은 얼핏 보면 로봇 같기도 한데. 로봇은 해관의 얼굴만 보고 해관의 휴대전화 번호와 각종 정보를 단숨에 알아낸다.

사실 이 로봇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에서 도청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위성 로봇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인식하고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췄다.

미국은 비밀 정보가 담긴 이 로봇을 찾으려고 한국에 도움을 요청한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를 알 턱이 없는 해관은 딸의 목소리를 아는 이 로봇을 마지막 희망으로 삼는다.

아니나 다를까. 로봇은 유주의 목소리와 85% 일치한다는 음성을 찾고 해관은 로봇과 함께 딸의 발자취를 밟는다.

막상 다다른 곳엔 딸의 목소리가 담긴 CD 한 장뿐. 험난한 여정은 계속됐지만 해관은 지치지 않는다.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자신이 미처 몰랐던 딸의 재능과 삶, 딸과 함께 공유한 아름다운 추억이 가슴을 건드렸다.

로봇과의 동행을 지속하던 해관은 로봇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소리'라는 친근한 이름도 지어준다.

이성민 주연의 영화 '로봇, 소리'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롯데엔터테인먼트

두 사람을 압박하는 국정원 요원 신진호(이희준)가 눈앞에 선 그때, 소리는 해관에게 "유주의 목소리와 92% 일치하는 음성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해관이 그토록 찾던 딸 유주는 살아 있는 걸까.

'로봇, 소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갖춘 영화다.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닌 로봇과의 교감이 어떻게 그려질지가 관건이었다. 해관을 연기한 이성민과 로봇 '소리'의 호흡은 생각했던 것보다 매끄럽고 신선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로봇은 배우 심은경의 목소리를 만나 귀여운 존재로 탈바꿈했다. 제작진은 억 단위의 제작비를 들여 로봇을 완성했다. 제작 기간만 총 6개월이다.

감성 로봇이지만 표정이 없는 '소리'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머리의 움직임을 다양하게 하는 데 중점을 줬다. '소리'는 머리 전체를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였고 옆으로도 기울이는 등 깜찍한 행동을 선보인다.

제작진은 또 '소리'의 시선 처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소리의 머리에 카메라를 내장해 화면을 보면서 소리의 눈을 맞추기도 했다.

영화 속 '소리'는 로봇이 아닌 인간처럼 비친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할 줄 알고 약속도 잘 지킨다. 무엇보다 해관이 그토록 기다리던 유주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감동을 전달한다. 겉은 딱딱하지만 어쩌면 인간보다 더 낫고 따뜻한 존재다.

이성민 주연의 영화 '로봇, 소리'는 로봇을 내세워 부성애와 감동을 전달한다.ⓒ롯데엔터테인먼트

'소리'를 더 빛나게 해주는 이는 이성민이다. '미생'(2014)을 비롯해 다수의 작품에서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받아온 이성민은 소리를 딸처럼 여기며 아껴준다. 딸의 목소리를 듣고 흐느낄 때 관객의 눈물샘이 터진다. 로봇과의 교감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점이 가장 큰 미덕이다.

'소리'와 해관이 티격태격하는 장면, '소리'가 해관을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에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배우와 배우가 아닌 로봇과 배우와의 케미스트리를 처음으로 볼 수 있었던 국내 영화다.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가 로봇을 통해 딸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다. 뚜껑을 연 '로봇, 소리'는 그런 우려를 날리고 과하지 않은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할리우드에 못 미치는 기술적인 부분은 아쉽지만 로봇을 통해 부성애를 보여주는 장면이 비교적 준수하게 전개됐다. 딸을 찾는 여정이 억지스럽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곳곳에 유머와 긴장감을 주는 요소가 있어 재미있게 즐길 만하다.

신진호 역의 이희준, 강지연 역의 이하늬는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소리의 목소리로 출연한 심은경은 "시나리오를 읽기 전부터 출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지금까지 한 연기 중에 가장 절제된 연기지만 소리만의 따뜻한 감성을 묻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작전'(2009)을 연출한 이호재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이 감독은 "익숙함 속에 감동이 있는 작품"이라며 "독특한 소재가 담은 따뜻한 내용을 연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27일 개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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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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