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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기자회견' 내려놓는 문재인, 고집하는 김무성


입력 2016.01.19 19:52 수정 2016.01.20 08:00        문대현 기자

전문가 "새 전략 없는 김무성, 총선 낙관 힘들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6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틀새 여야 대표가 각자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현안 대응방안, 총선 승리 구상 등을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것을 내려놓겠다고 한 반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그동안 펼쳐 온 주장을 고수하는 모양새가 돼 대조적인 모습이다.

19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문 대표의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문 대표는 "선대위가 안정되는대로 빠른 시간 안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 그게 지금 당에 가장 보탬이 되는 선택이라 믿는다"며 "당 선대위가 구성되면 선대위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선대위는 총선에서 전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호남 의원들이 문 대표 사퇴 요구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 사퇴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퇴를 미룰 이유가 전혀 없고, 그냥 사퇴하면 그냥 되는 것"라고 하며 피해가지 않았다. 다만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대표 사퇴가 아니라 선대위에 전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헌당규상 절차들이 필요하다"고 보탰다.

20대 총선 불출마도 다시 한 번 공식화했다. 문 대표는 "일단 저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었고, 아직까지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제가 백의종군하려면, 모든 직책을 다 내려놓는 것이 깔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문 대표는 또 최근 계속되는 연쇄 탈당 사태에 대해 "그동안 우리당을 나간 분들은 제가 사퇴하지 않는 것을 이유로 우리당을 탈당한다고 말씀 해왔다"며 "이제 제가 사퇴한다면, 다시 통합을 논의하지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통합의 걸림돌이 해소되는 거 아닌가. 따라서 제 사퇴를 계기로 야권에서 통합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문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은 사실상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는 고별 기자회견으로 읽혔다. 문 대표는 회견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데 상당 시간 할애했다. 그것의 핵심은 '내려놓겠다'는 것이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6년 신년 기자회견'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100% 상향식 공천제 확립" 기존 입장 고수

이로부터 정확히 24시간 전, 대회의실의 맞은 편에 위치한 제1소회의실에서는 집권여당의 수장인 김 대표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김 대표는 최근 당내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공천 룰에 대해 "100% 상향식 공천제 확립은 정치개혁의 완결판이자 우리 정치사의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본인이 당대표 취임 때부터 내걸었던 구호이다.

김 대표는 "지역민과 소통하면서 생각과 경험을 나눈 유능한 후보들이 상향식 공천제를 통해 정치권에 대거 수혈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앞으로 공천과정에 '소수권력자와 계파의 영향력'이 전혀 미치지 못할 것이며, 그 결과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계파정치는 없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비례대표에도 상향식 공천제를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도 당헌·당규에 따라 철저한 상향식 공천제를 적용하게 될 것"이라며 "공모와 심사 후 공민공천배심원단 평가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천룰과 관련한 김 대표의 말이 틀렸다고는 할 순 없지만 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상향식 공천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예비후보들의 현역 의원 네거티브 전략에 대해 "상향식 공천의 폐해"라고 지적했고, 일각에서는 장소와 인물을 가리지 않는 상향식 공천 때문에 인재 영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향식 공천도 물론 중요하지만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선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하고 그로 인한 전략적 선택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주장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하지만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했고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재천명했다. 그는 이후 상향식 공천을 호응하지 않는 언론을 향해 "참 너무하다. 무슨 그런 언론이 있나"라며 강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김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은 '기존 입장 고수'로 축약된다. 새로운 변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당이 처한 상황이 달라 두 대표의 기자회견의 내용과 성격이 같을 수 없음을 감안하더라도 여야 기자회견의 키워드가 확연히 대조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총선을 3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야당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반면 여당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계속 밀어부치는 모양새로도 비춰진다.

1월 2주차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1위·김무성 3위

이런 상황을 비춰볼 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1월 2주차(11~15일) 여론조사 결과는 예사롭지 않다. 결과에서 문 대표의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0.9%포인트 오른 18.9%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김 대표의 지지율은 18.3%에서 17.7%로 하락해 지지도 순위가 3위로 밀렸다. 안철수 국민의당(가칭) 의원의 지지율은 지난주 18.1%에서 이번주 17.8%로 0.3%포인트 하락했지만 2위를 유지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32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과 자동응답전화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5.3%였다. 신뢰도 95%에 표본오차 ±2.0%포인트였다. 여론조사 방식과 관련한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리얼미터는 "안 의원은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 영입인사 전력 등 각종 논란이 이어지며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고, 김 대표의 경우는 당 총선 후보들의 '험지' 출마 논란으로 당내 리더십이 흔들리며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줄곧 선두를 달리던 김 대표의 입장으로서는 최근의 부진에 자존심이 구겨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기 위해선 김 대표가 다소 유연한 스탠스를 취하는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내 한 의원은 "총선에서 180석을 얻는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그런 말을 할 때마다 5석이 사라지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대로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 당의 상황으로 보면 문 대표는 지지율이 낮아야 정상인데 오히려 1위를 하고 있다. 이는 인재영입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에 반해 김 대표는 인재영입에서 밀리며 젊은층을 사로잡지 못 하고 있으며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전략을 내놓지도 못 하고 있다"며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선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총선을 넘어 대선까지 내다보는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8일 기자회견 이후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가 취재진을 만나 "참 너무하다. 무슨 그런 언론이 있나"라며 상향식 공천을 호응하지 않는 언론을 향해 강한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속 이대로라면 새누리당은 '총선 승리'를 낙관하기 힘들어 질 수도 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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