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이어 봅슬레이…한국판 쿨러닝 2탄?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6.01.24 08:40  수정 2016.01.24 21:06

원윤동-서영우, 아시아 최초 봅슬레이 우승 쾌거

암으로 사망한 맬컴 코치 지도가 신의 한 수

한국 봅슬레이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한 원윤종-서영우. ⓒ 게티이미지

한국 동계스포츠가 또 하나의 기적을 일궜다.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원윤종(31·강원도청)-서영우(25·경기도BS경기연맹)가 월드컵 대회에서 사상 첫 세계 정상에 오른 것.

이는 ‘피겨 퀸’ 김연아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쾌거에 버금가는 일대 사건이다. 특히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아시아인이 우승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원윤종-서영우는 23일(한국시각)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 주 휘슬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2015-16시즌 월드컵 5차 대회서 1~2차시기 합계 1분43초41의 기록으로 정상에 등극했다. 1차는 51초63, 2차는 51초78에 주파했다.

한국과 같은 성적을 낸 스위스 팀이 공동 1위, 그리고 0.01초 뒤진 러시아 팀이 동메달을 가져갔다.

원윤종-서영우는 이번 금메달 획득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한국판 쿨러닝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존 터틀타웁 감독의 영화 ‘쿨러닝 (1993)’은 자메이카팀의 1988년 캘거리 올림픽 출전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눈 한 번 보기 힘든 자메이카 팀이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종목에 출전해 선전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한국도 ‘봅슬레이 불모지’나 다름없다. 평창 올림픽 개최 전까지 전용 경기장은커녕 선수 수급도 어려웠다. 과거 MBC 예능 ‘무한도전’에서는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의 열악한 환경을 담아낸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봅슬레이 최강국 북유럽팀을 따돌리고 정상에 등극하자 세계가 깜짝 놀랐다.

은사의 도움도 컸다. 피겨 퀸 김연아 곁에 ‘버팀목’ 데이비드 윌슨 안무가(50·캐나다)가 있는 것처럼 원윤종-서영우 곁에는 고(故) 맬컴 로이드(68·영국) 코치가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맬컴 로이드 코치는 지난 6일 암 투병 끝에 사망, 제자들의 우승을 보지 못했다.

맬컴 코치는 암 투병 중이었음에도 한국 봅슬레이 발전을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고인은 봅슬레이 경력 40년으로 유럽과 북미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이후 2014년 한국대표팀 코치로 부임했다. 그는 ‘썰매 불모지’ 한국에 유럽의 선진기술을 전수하며 우리나라 봅슬레이 수준을 단박에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해 독일 IBSF 월드컵에서 한국이 사상 첫 동메달을 따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원윤종-서영우 제자가 ‘월드컵 금메달’을 따는 순간은 지켜보지 못했다.

23일 맬컴 코치의 유가족이 대신 경기장을 찾아 한국대표팀을 응원했다. 원윤종-서영우는 금메달 시상식에서 맬컴 코치를 추모했다.

이제 시작이다. 원윤종-서영우는 ‘영혼의 스승’ 맬컴 코치와 함께 평창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봅슬레이에 몸을 싣는다. 내달 첫 완공되는 평창 트랙에서 100분의 1초를 줄이기 위한 반복 훈련에 돌입한다.

맬컴 코치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한국판 쿨러닝’ 2탄 제작에 나선 원윤종-서영우팀, 전 세계가 한국 봅슬레이팀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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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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