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청년' 박보검, 인터뷰 도중 '울컥'한 까닭
tvN '응답하라 1988'서 최택 역 맡아 스타덤
"다양한 캐릭터 맡고파, 연기할 수 있어 행복"
"전혀 지치지 않아요. 오히려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돼서 감사합니다."
tvN '응답하라 1988'(응팔')에서 천재 바둑 소년 최택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박보검(22). 드라마 종영 후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과 광고 촬영을 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어찌 이뿐이랴. 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촬영차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그 누구보다 지쳤을 박보검을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내일까지 빼곡히 짜인 인터뷰 일정에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2014년 KBS2 '내일도 칸타빌레' 종영 후 기자와 만난 적 있는 박보검은 1년 사이에 스타가 됐다. 인기에 취했을 법도 한데 택이처럼 반듯하고 다소곳한 이 청년은 1년 전과 마찬가지로 겸손했다. "어쩜 이렇게 변한 게 없어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꽃청춘' 통해 여행 매력 느껴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에 출연한 박보검은 거뭇거뭇하게 탄 흔적을 벗고 '꽃미모'를 되찾았다. 박보검에게 이번 배낭여행은 뜻깊다.
대학교 때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들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를 2주간 돌아본 적이 있지만 준비, 계획 없이 배낭여행 간 건 처음이다. 무작정 느낀 미지의 세계에선 놀라움과 새로움, 배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박보검은 "여운이 깊고 지금도 아프리카가 떠오른다"며 "여행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고 웃었다. 그는 또 "형들에게 미안하다"며 "나만 편하게 여행한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다.
"제가 막내라서 형들이 챙겨줬어요. 준열 형은 가이드, 재홍 형은 요리, 경표 형은 총무 역을 맡았죠. 1화에서 비행기를 놓쳤을 때 절 걱정해준 형들을 보면서 감동했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절 챙겨줬잖아요. 형들한테 더 잘해줄 걸 아쉽기만 해요."
1화에서 박보검은 자신을 '납치'하러 온 제작진에게 '차가 좁아서 죄송하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렇게 착한 남자, 아니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착한 청년' 박보검이 화를 낼까 궁금해졌다.
"원래 긍정적인 편이라 스트레스를 잘 안 받아요. 간혹 화가 나면 가족들과 얘기하면서 풀고 아니면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그냥 자요. 그리고 빨리 잊어버리죠. 그래야 정신 건강에 좋아요. 하하."
짜증도, 화를 내지도 않는 이 청년에겐 화내는 연기가 걱정이란다. 욕하는 연기도 어색하고 어렵다고. 걱정되지만 거울 보면서 연습한다고 말하는 그에게선 '택이'의 얼굴이 겹쳤다.
'꽃청춘' 배낭여행을 하면서 여행의 매력에 푹 빠진 박보검은 "연예계에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많지 않은데 이번 여행을 통해 형들과 가까워지면서 소중한 인연을 만들었다"며 "계획과 생각 없이도 여행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더 가벼운 마음에서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어요. 생각이 많거나 저 자신에게 변화가 필요할 때 여행 가려고요. 여행을 아름답게 기록해주신 제작진들에게도 참 감사해요. 어떻게서든 살아가는 인간의 본능과 살아가면서 배울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을 여행을 통해 터득했답니다(웃음)."
'응팔' 인기 예상 밖…난 복 많은 사람
'응팔'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꽃보다 청춘'에 합류하게 된 박보검은 "'응팔'의 축복"이라며 "덕분에 광고도 찍고, 여행도 다녀왔다.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다 그분들 덕이고 내가 인복이 있는 듯하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어린데 너무 어른스러운 택이가 짠하면서 대견스러웠다는 그는 "어리지만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자란 친구"라며 "돈을 많이 벌어도 펑펑 쓰지 않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착하고 바르고 조용한 택이와 닮았다고 하자 박보검은 쑥스러운 듯 웃은 뒤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꼭 맞는 캐릭터를 선물해줬다"며 "'차이나타운'에서 맡은 석현이와 '응팔' 택이의 조합이 나와 잘 어울린 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택이는 극 중 쌍문동 4인방과 촬영하는 신이 별로 없었다. 잠자고 약 먹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다고. "캐릭터 설정 때문에 처음엔 배우들과 어색했는데 제작진, 배우들이 먼저 다가워준 덕에 외롭지 않았어요. 함께 촬영한 장면이 많았으면 선배들에게 더 배울 수 있었는데 아쉬워요. 형들이랑도 더 친해질 수 있었는데...다음에 좋은 작품에서 또 만났으면 합니다."
갑작스러운 인기는 양날의 검이다. 인기에 휩쓸려 자만하면 순식간에 추락한다. 박보검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에게 인기는 달콤하지만 상상 이상의 부담감과 책임감이 뒤따른다.
"모든 걸 신중하게 생각하게 돼요. 인기와 사랑이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겸손한 자세로 제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최선을 다하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답니다. 가족들과 소속사 식구들은 절 무조건 칭찬하기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봐줘요. 제가 중심을 잃지 않은 이유입니다."
"긍정적으로 변하는 배우 되고파"
박보검은 최근 공식 팬카페 '보검복지부'의 팬 3500여명과 만났다. 당시 박보검은 "선물이 아닌 마음으로 응원해 주셔도 정말 충분하다. 대신 부모님께 효도하고,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했으면 좋겠다. 어떤 저축 상품이 제일 좋은지 서로 추천해주자"고 말했다.
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인간인 건지 천사인 건지 궁금해지는 발언이다. "제가 해드린 것도 아닌데요 뭘...학생들은 돈을 아껴야 하잖아요. 되도록자기 자신에게 쓰라고 '거듭' 강조했답니다. 하하."
박보검은 팬미팅에서 '정환이 덕선이 택이 같은 삼각관계가 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고민하던 그에게 한 팬은 이렇게 외쳤다. "너를 위해서 살아!"라고. 박보검이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란다.
"너무 착한 거 아니냐"고 되묻자 그는 "난 감사하고 행복할 뿐이다"고 했다. "3500석이 꽉 찼는데 정말 감동했답니다. 팬들, 그리고 팬미팅을 열어준 소속사 분들께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팬들과 얘기를 나누고 가족들을 보니 벅찼고 특히 팬들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를 때 눈물이 났어요. 그때 그 감동과 감사함을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명지대학교 영화뮤지컬학과 14학번인 박보검은 내년 3월 3학년이 된다. 입학 후 단 한 번도 휴학하지 않고 다녔다. 최근 수강신청도 마쳤다. 전공을 살려 뮤지컬도 하고 싶다고.
"음악을 배우고 실력을 더 쌓은 뒤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어요. 영화, 드라마 배경음악에도 관심 있어요. 기회가 온다면 열심히 준비할 거예요(웃음)."
맡고 싶은 역할을 묻자 다양한 캐릭터들이 술술 나왔다. "'어글리베티' 남자 편을 해보고 싶고, 로맨틱 코미디도 욕심나고요. 정말 무궁무진해요. 더 늦기 전에 교복 입고 청춘물에 나오고도 싶고요. 하하. 수컷의 매력을 발산하는 액션도 하고 싶고...지금 아니면 못하는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답니다!"
과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박보검은 이렇게 말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저를 통해서 힐링 받았으면 좋겠어요.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을 꿈꿔요. 저를 보면서 '참 좋은 사람이구나, 참 착한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으면합니다."
이 말을 언급하자 박보검은 "갑자기 마음이 울컥하고 뭉클하다"며 "말하는 대로 되는 것 같아 신기하다"고 했다. "변질이 아닌 '긍정적인 변화'를 꿈꿔요. 나중에 좋은 작품으로 이렇게 인터뷰를 또 하게 된다면 오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또 듣고 싶어요. '어쩜 그렇게 그대로라는 말'이요."
박보검은 스타답지 않게 아직도 지하철을 애용한다. 그는 "요즘도 타고 다니는데 주변 분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며 "만약 지하철에서 날 본다면 조용히 눈인사 정도만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파도 파도 끝이 없다. 박보검표 바른 생활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술, 담배도 안 한단다. 술자리는 좋아한다고. 술 대신 물, 콜라를 신나게 마신다는 얘기에 '빵' 터졌다.
'바른 생활 청년'에게 살면서 저지른 가장 큰 일탈을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아! 연락 없이 집에 늦게 들어간 거요"라고 답했다. "자정 넘어서 들어 갔는데 죄책감이 들었어요. 부모님께 크게 혼났어요. 어휴."
이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렇게 당부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집에 늦게 갈 땐 꼭 연락하셔야 해요. 안 그러면 가족들이 걱정해요." 인간의 탈을 쓴 천사 박보검의 말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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