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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없는 필리버스터' 응원하고 어른 기저귀 준비하고...


입력 2016.02.24 00:54 수정 2016.02.24 01:03        장수연 기자, 조정한 기자

자정 넘겨 파한 새누리, 김무성 "선진화법 잘못..."

더민주 의원들 "잘하고 있다" 격려 총 5시간 33분 토론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절차에 들어간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절차에 들어간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광진 잘한다!" "힘내세요, 아~ 잘하고 있어요"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제출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지난 2012년 5월 국회법 개정으로 도입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냈다. 김광진 더민주 의원은 무제한 토론의 첫 주자로 나서 24일 오전 0시 39분 토론을 마쳤다. 총 토론 시간은 5시간 33분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14분간 더 발언한 것이다.

김 의원은 토론이 시작된 23일 오후 7시 6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전체 조항을 읽어 내려갔다. 오후 11시가 가까워지자 의장석에 앉아있던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4시간 동안 (토론)했는데 괜찮냐"고 묻기도 했지만 김 의원은 "좀 더 해보겠다"고 답한 뒤 조항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토론 중간중간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고자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가 몇 모금의 물로 목을 축이며 단상에서 분투하는 동안,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를 포함한 20여 명의 더민주 의원과 3~5명의 새누리당 의원들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특히 이윤석 더민주 의원은 김 의원이 토론 중 기침을 하거나 물을 마실 때 '잘하고 있다'고 외치며 적극적으로 응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4시간을 넘기자 김 의원과 더민주 의원들에게도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김 의원은 토론 초기보다 더 자주 물을 마셨으며 왼쪽 다리가 저린 듯 단상에 기대기도 했다. 유승희 더민주 의원은 이 원내대표에게 '지금 몇시간 째냐'고 묻기도 했으며, 다른 의원들은 휴대 전화를 만지며 시간을 때우는 것도 중단한 채 고개를 떨구고 꾸벅꾸벅 졸았다. 이 원내대표도 결국 졸음을 참지 못한 채 10분간 자리에서 졸기도 했다.

김 의원의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이춘석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테러방지법안이 (우리나라에)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 당도 찬성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제출한 법안은 인권침해를 불러 일으키는 독소조항이 너무 많다"라며 "가장 큰 독소조항은 감청문제를 다룬 부칙 제2조 1항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해 테러를 빙자한 무제한 가청을 허용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정보수집권한을 국민안전처에 둬야한다는 주장을 (우리 당이) 계속해야하는 지 검토 중이다"라며 "새누리당이 제출한 법안을 우리가 받아들인다고 해도 지금 제출된 테러방지법안의 몇 가지 사안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3일 저녁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누리당은 이에 맞서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간담회, 의원총회를 여는 등 더민주 향해 더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신 본회의장에는 오후 11시 30분을 기준으로 김무성 대표, 정병국 길정우 의원 3명만 남아있는 등 대다수가 자리를 비웠다.

오후 10시 30분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원유철 원내대표와 원내 지도부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간담회를 준비하던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명분이 없는 필리버스터가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간담회가 시작되자 이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활용하는 더민주가 과연 대한민국 제1야당인지 개탄스럽다"며 필리버스터가 부당한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원 원내대표는 "안보비상사태와 경제위기 속에서도 더민주는 선거 얘기뿐이었다"면서 "첫째도 선거고 둘째도 선거다. 민생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국민 안정과 국가 안위가 달린 테러방지법 제정조차 국정원의 선거개입용이라는 뜬금없는 주장으로 입법을 방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요즘 때가 어느 때인데 국정원이 함부로 자기 다칠 각오를 하고 옛날에 했던 나쁜 짓을 하겠느냐"며 "더민주는 당장 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내일이라도 빨리 본회의를 열어서 처리해주길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조 원내수석은 "야당이 명분도 없이 필리버스터를 하면 국민이 '테러방지법을 막아줘서 좋다'고 하겠느냐"며 "오늘 북한이 청와대를 타겟으로 하겠다고 하고 지금 사이버테러 등의 징후가 많이 나오는데도 테러방지법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정이 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하나둘씩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총장으로 집합했지만 회의는 20분을 채 넘기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이 얼마나 잘못된 법인지 여실히 증명되고 있는 것"이라며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제일 골치 아픈 것은 선거법이 26일을 넘기면 처리를 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중단해야 하는데 그때 잠시 중지하고 법안을 처리한다면 3월 10일까지 갈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필리버스터 네 번째 토론자로 발언에 나서는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요실금용 속옷까지 준비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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