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지듯 흘러내린 수영연맹 비리...왜 지금인가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6.02.29 11:25  수정 2016.03.01 09:19

박태환 포상금 문제로 수영연맹 비리 다시 불거져

대한체육회 통합 브레이크 건 이기흥 회장 겨냥?

검찰의 총구가 표면적으로는 수영계 비리 인사들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부의 체육회 통합 밀어붙이기에 제동을 걸고 있는 이기흥 수영연맹 회장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돌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수영연맹의 비리 스캔들이 연일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수영연맹 간부의 수영장 시설 비리, 국가대표 선발 비리, 그리고 박태환에 대한 올림픽 포상금 지급 과정의 부조리 등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우선 검찰은 대한수영연맹 이택원 시설이사 등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최근 7∼8년간 수영연맹 공금 수억원을 빼돌리고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전국 곳곳의 선수용 수영장 공사 과정에서 시공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을 챙긴 정황을 포착, 최근 수영연맹 압수수색에서 수영장 건립 및 개보수 공사 관련 자료도 확보했다.

검찰은 전국 시·도 수영연맹에 속한 수영선수들이 훈련이나 대회용으로 활용하는 수영장을 신축·보수하는 공사를 최근 수년간 발주하는 과정에서 시·도 수영연맹 소속 인사들이 특정 업체에 일감을 주는 대가로 최소 수천만 원대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비리 과정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수영연맹 간부가 국가대표 선발 비리에 연루된 단서도 잡았다.

최근 잇따라 드러난 비리와 관련, 수영연맹은 지난 25일 김천 실내수영장에서 가진 긴급 이사회를 통해 오랜 기간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노민상 전 감독을 비롯해 정일청 전무이사, 이택원 시설이사, 박상욱 총무이사 등 수영연맹 이사 4명에 대해 모든 직위를 박탈하고 보직에서 해임했다. 이로써 수영연맹을 둘러싼 비리 스캔들의 진상규명은 검찰에게 그 공이 넘어가고 여론의 관심은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얼마 전 논란이 됐던 박태환의 런던올림픽 포상금 지급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꺼져가던 여론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박태환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메달 2개)에 따른 포상금을 수영연맹이 아닌, 다른 대표 선수의 부모들이 대신 모아서 준 것으로 드러난 것.

수영연맹 규정에 따르면, 박태환이 런던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로 받을 수 있었던 포상금은 5000만 원이었지만 당시 박태환은 이 돈을 받지 못하다가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자 지난 2014년 2월에야 수영연맹으로부터 포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박태환이 받은 포상금은 수영연맹이 마련한 것이 아니라 다른 수영 국가대표 선수들의 부모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었다.

이는 작년 경찰 수사과정에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수영연맹의 고위 간부가 박태환 선수의 포상금을 다른 데다 써버렸다며 도와달라는 수영연맹 관계자의 부탁을 받고 다른 수영 국가대표 선수들의 부모들의 돈을 모아줬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수영하는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국가대표 선수의 선발과 관련해 사실상 선수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수영연맹 고위 간부의 말을 결코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사정을 감안했을 때 돈을 모아줬다는 수영연맹 고위 간부는 선수 부모들에 대해 공갈 협박을 자행한 셈이다.

물론 검찰이 수영연맹의 비리 의혹에 관한 첩보 내지 제보를 최근에야 비로소 알게 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고 믿고 싶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이 느껴진다. ⓒ 연합뉴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모아진 포상금을 박태환은 후배 양성에 써 달라며 수영연맹에 기탁했는데, 이 돈을 수영연맹은 부모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것은 물론 사용처도 밝힌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언급된 비리와 부정의 내용만을 모아도 책이 몇 권은 나올 수 있을 듯하다. 이상한 점은 이와 같이 광범위하게 피해자가 발생했고,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 역시 많을 것이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이런 내용들이 왜 지금에 와서야 연쇄 다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검찰이 수영연맹의 비리 의혹에 관한 첩보 내지 제보를 최근에야 비로소 알게 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고 믿고 싶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이 느껴진다. 최근 체육회 통합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을 떠올리면 그렇다는 말이다.

대한체육회는 통합 체육회의 정관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위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정부의 통합 추진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이와 같은 체육회의 입장 중심에는 대한체육회 부회장인 이기흥 수영연맹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 검찰의 총구가 표면적으로는 수영계 비리 인사들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부의 체육회 통합 밀어붙이기에 제동을 걸고 있는 이기흥 수영연맹 회장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돌고 있다.

배나무에 앉아 있던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을 놓고 단순히 우연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까마귀가 배를 건드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애당초 까마귀가 배나무에 앉지 않았다면 이런저런 억측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검찰의 입장에서는 혐의가 잡힌 문제에 대해 지체 없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 것이겠지만 정부와 체육계가 서로 갈등을 빚고 있고, 이로 인해 체육계가 전체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체육계를 상대로 수사를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세간의 의구심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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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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