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체면치레…막장 의존도 '심화'

민교동 객원기자

입력 2016.03.04 09:13  수정 2016.03.04 09:26

화제성 순위에서 케이블 채널 지상파 제쳐

그나마 막장극들이 시청률에선 선점 '민망'

케이블 드라마의 강세를 주도하는 CJ E&M이 지상파 출신의 검증된 드라마 PD를 대거 영입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역시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 MBC

케이블의 약진이 두드러지기 시작할 무렵에도,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할 즈음에도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던 지상파 방송의 위기가 언젠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곤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빨리 지상파의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위기의 중심은 드라마다. 보도국의 경우 종편의 엄청난 양적인 공세에도 ‘KBS 뉴스 9’를 필두로 그 아성을 지키고 있다. 예능국 역시 종편과 케이블의 거센 추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지상파가 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드라마는 다르다. 여전히 지상파 방송이라는 기존의 존재감으로 인해 시청률에선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렇지만 화제성에선 크게 떨어지고 있다. TV화제성 전문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TV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지상파 방송 3사는 무려 15주 동안 그 자리를 케이블 채널 tvN에 내줬다. ‘응답하라1988’ ‘치즈인더트랩’ ‘시그널’ 등 tvN 드라마가 15주 동안 1위 자리를 이어온 것.

지난 2월 29일자 순위에서 KBS2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힘겹게 1위 자리를 찾아 왔지만 여전히 2,3위는 ‘치즈인더트랩’ ‘시그널’ 등 tvN의 몫이었다. 막강한 ‘치즈인더트랩’이 종영했지만 새롭게 시작되는 tvN ‘피리부는 사나이’는 아직 방송을 시작하지도 않았음에도 벌써 9위 자리에 오르며 상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현재 지상파 드라마국 입장에서 믿을 구석은 ‘검증된 드라마 작가’ 기용이다. ‘태양의 후예’가 15주 만에 지상파 드라마의 명예를 되찾게 해준 원동력 역시 김은숙 작가의 힘이다. ‘태양의 후예’가 방송되기 전 tvN 드라마의 독주 체제에서 그나마 지상파 드라마의 명맥을 이어온 작품 역시 검증된 작가인 김영현, 박상연 라인의 SBS ‘육룡이 나르샤’ 였다.

그런데 정작 시청률만 놓고 보면 지상파 드라마는 아직 건재하다.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과 KBS 2TV 일일드라마 ‘우리집 꿀단지’, KBS 2TV 일일드라마 ‘천상의 약속’ 등이 시청률 부문에서 막강한 투톱 라인을 유지하고 있는 것. 2월 마지막주 주간시청률 부문에서 ‘내 딸 금사월’ ‘우리집 꿀단지’은 닐슨코리아와 TNMS 조사 결과에서 모두 나란히 1,2위에 올랐다. ‘천상의 약속’ 역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방송계의 안타까운 현실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드라마의 시청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막장’이라는 공식이 존재한다는 것. 요즘 막장 드라마는 기존 막장 드라마의 그것을 훨씬 뛰어 넘었다.

막장 코드를 활용하는 정도로는 부족한 듯, 이제는 개연성조차 없는 설정까지 동원해 막장이라는 단어가 부끄러워 할 만큼 자극적이 돼 가고 있다. ‘내 딸 금사원’ 역시 교통사고 화재로 죽은 주인공이 몇 회 만에 아무런 설명 없이 부활하는 기막힌 설정을 동원해 눈길을 끌었다.

‘내 딸 금사월’은 MBC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진 주말 밤 10시에 방송하는 주말연속극의 계보를 잇는 드라마다. 2014년 ‘왔다 장보리’부터 2015년 ‘전설의 마녀’를 거쳐 ‘내 딸 금사월’로 이어지는 시청률 보장 막장 드라마의 계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

케이블 드라마의 강세를 주도하는 CJ E&M이 지상파 출신의 검증된 드라마 PD를 대거 영입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역시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 KBS

지난 2월 방송을 시작한 KBS2 일일드라마 ‘천상의 약속’은 ‘2대에 걸친 네 모녀의 얽히고 설킨 악연의 굴레를 그린 드라마’라는 기획의도에서 벌써 막장의 기운이 느껴진다. 드라마 초반부임에도 벌써 쌍둥이 여주인공이 당하는 교통사고, 친자를 찾으려는 유전자검사 등의 막장 코드가 등장했다. 입양한 자녀와 친자의 갈등이 이어지는 드라마의 전개 방향 역시 ‘막장 공식’에 충실하고 있다.

그마나 ‘우리집 꿀단지’는 막장 논란에서 다소 비켜서 있다. 그렇다고 막장 논란에서 아예 자루고운 것은 아니다. ‘학자금 대출과 최저 시급 알바 끝에 사회에 떠밀리듯 나온 청춘들의 이야기’라는 기획 의도처럼 막장 드라마와 거기를 둔 일일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출생의 비밀’이라는 치명적인 막장 코드가 기본으로 탑재돼 있는 것.

학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변변한 스펙을 쌓지 못한 인물이던 오봄(송지은 분)이 알고 보니 ‘국내 제일 전통주 명가’인 풍길당 사장인 배국희(최명길 분)의 잃어버린 딸이었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일일드라마와 주말연속극에서 아예 막장 코드를 다 뺄 수는 없다”라며 “그나마 ‘우리집 꿀단지’는 기존 지상파 일일드라마의 특성을 감안하면 막장이라 부르지 않아도 되는 일일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막장 코드가 필수적인 것은 일일드라마와 주말연속극 뿐만이 아니다. 사실 막장 본좌는 아침드라마다. 이런 흐름은 지금도 변함없다. SBS 아침드라마 ‘내 사위의 여자’는 죽은 의붓딸의 남편을 친딸의 남편으로 맞이하는 이야기를 다루며 막장 아침 드라마의 위용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MBC 월화드라마까지 막장 대열에 합류했다. ‘화려한 유혹’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심지어 한 매체에선 ‘화려한 유혹’을 ‘쌍팔년도식 막장 통속극’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최근 방송가에는 시청률은 지상파 드라마가 높지만 화제성은 케이블 드라마가 강세를 보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상파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은 막장 때문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케이블 드라마에 출연하면 화제성이 높아 인기 상승과 CF 출연 효과가 있지만 지상파 드라마의 경우 시청률은 높지만 막장이라 배우의 이미지 하락 우려가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배우들 역시 지상파 보다는 케이블 드라마를 더 중요시하고 있다.

게다가 케이블 드라마의 강세를 주도하는 CJ E&M이 지상파 출신의 검증된 드라마 PD를 대거 영입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역시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물론 지상파 3사 드라마국은 모두 막장을 탈피해 다양성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막장이 아닌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드라마도 많이 방영되고 있지만 시청률에선 아쉬움만 남기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시청률은 몇 개의 막장 드라마가 주도하고 있는 것.

그러다 보니 지상파 방송국이 앞으로 보다 더 스타 작가의 작품을 편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며 막장 드라마 의존도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퇴를 선언한 임성한 작가의 이름이 여전히 방송가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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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연예 기자 (spote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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