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파문’ 친박-비박 향후 벌어질 시나리오는...
비박계, 윤상현 공천 배제·정계 은퇴 주장
친박계, 공천 관여 의심 차단·확전 경계
윤상현발(發) 파문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친박 실세’ 윤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취중 막말’을 하면서 ‘살생부 파문’으로 침울했던 비박계가 반전 기회를 잡았다. 반면 기세등등했던 친박계는 향후 시나리오를 고민하는 모양새다. 수면 아래에서 치고 받았던 양측이 전면전을 치를지 주목된다.
윤 의원은 8~9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살생부 파문’이 일어난 지난달 27일 통화 도중 “김무성 죽여버려.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려 버려’라고 한 거야”라고 했다. 해당 통화는 ‘친박 핵심’ B 의원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윤 의원은 9일 지역구인 인천에서 상경해 김 대표 방을 찾았지만, 문전박대 당했다. 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박 핵심 인사가 김 대표에게 살생부 명단을 전달했다, 김 대표가 말씀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그런 일을 듣고 너무나도 격분한 상태였다. 제가 지역 분들과 술을 마셔 이런 말을 하게 된 것 같다. 김 대표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여러분 모두에게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당장 비박계는 윤 의원을 향한 총공격에 나섰다. 진상규명은 물론 공식적인 사과, 의원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심지어 정계 은퇴, 총선 불출마 등 ‘용퇴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사적인 대화지만 문제는 대화의 내용이다. 당대표를 당에서 솎아내려면 전당대회를 해야 하는데 호자서 솎아낸다는 게 가능하겠느냐”며 “윤 의원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김 대표를 죽여 버릴 만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더 기가 막힌 것은 ‘다 죽여’에서 ‘다’에 대해 언론에서는 괄호하고 ‘비박계’라고 썼다. 물론 ‘다’ 속에는 나도 포함되지 않겠느냐”면서 “‘내일 공략해야 해’라는 말을 했는데, 누구한테 전화했겠나. 당이 이래서 되나. 아무리 실세고 권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그는 이 의원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라디오에 출연, 윤 의원에 정계 은퇴를 압박했다.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했기 때문에 정계를 스스로 은퇴를 하든지 거취를 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은 전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당 대표에 대한 증오서린 욕설과 폭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에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러한 발언을 한 의원이 당내에서 공천을 받고 이번 총선에 나간다면 국민은 새누리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정말 너무나 걱정”이라며 윤 의원의 공천 배제를 촉구했다.
비박계의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살생부 파문’ 당시 김 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하면서 외형상으론 김 대표와 비박계가 이한구 공관위원장과 친박계에 밀렸다는 분석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이후 지난 4일 친박계로 분류되던 김태환 의원이 현역 최초로 컷오프 당하자 당 내에서는 비박계를 쳐내기 위한 ‘논개작전’이 현실화 됐다는 말이 나왔다.
친박 핵심들의 이번 통화가 공천에 관여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좌불안석’이던 비박계는 공격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살생부 내용처럼 비박계를 쳐내려고 했던 친박계가 이번 일로 인해 애매한 상황이 됐을 것”이라며 “윤 의원이 책임통감하고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공격 태세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친박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비박계 요구처럼 윤 의원 불출마로 사태를 덮고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윤 의원을 살리고 협상 혹은 전면전에 나설 것인지를 놓고서다.
일단 파문 이틀째인 9일에는 사태를 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공관위의 1차 발표와 여론조사 왜곡 유출 논란으로 공천에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확전은 이로울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 계파 갈등을 넘어 집권 4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친박계와 청와대 입장에서는 '제 사람'이 많이 입성해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분이 모두 해결된다 하더라도 총선이 ‘윤상현 판’으로 돌아가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친박계 내에서 몸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를 증명하듯 ‘친박계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은 “정치 선배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윤 의원이 김 대표를 직접 찾아가 사과를 정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갑윤 국회부의장도 “당내 불협화음을 극복하고 일치단결로 총선에서 승리해 국민 여망에 보답해야 한다”며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좋은 성적을 거둘 때 역사는 김 대표의 공로로 기억할 것”이라며 화합을 강조했다.
친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가 역습을 당했다. 안하무인인 윤 의원이 언젠가는 사고칠 줄 알았다”며 “오더(명령) 받아서 친박계가 움직이는 모양새가 되면 역풍을 맞을 게 뻔하다. 그로 인해 비박계 몇 명 컷오프 될 의원들이 살아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살생부 파문처럼 협상을 통해 논란을 덮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공천과 관련한 이번 파문을 키워서 득될 게 없다는 시각이다. 이 위원장은 공관위의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에 “진상 파악이 안됐기 때문에 진상 파악을 해서 당의 기구에서 이걸 다뤄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진박 좀비’의 대거 탄생이라고 비꽜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총선 승리는 무슨 짓을 해도 어떤 일을 해도 죽지 않는 ‘진박 좀비’의 대거 탄생”이라며 “진박 좀비들이 민주주의를 물어뜯고 제왕적 대통령제가 된다고 본다. 새누리당이 총선 승리해서 박근혜 대통령 친위부대가 득세하게 된다면 정치에 어떤 막장 드라마 펼쳐질지 적나라하게 예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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