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영은 소속팀에서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은 몇 안 되는 유럽파 가운데 하나다. ⓒ 연합뉴스
A대표팀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항상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것은 과연 이번에는 몇 명의 유럽파가 합류하는가다.
유럽파와 국내파를 구분해 나누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대표팀 소집에 합류하는 유럽파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팀이 보다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분명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나간 선수들이기에 그들의 능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유럽에 나간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출전시간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 A대표팀을 소집할 때마다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을 대표팀에 불러 들여 경기 감각을 회복시켜 다시금 주전 경쟁에 뛰어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에 최대 수혜자는 독일에서 뛰고 있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었다.
지동원은 브라질월드컵 이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극도의 부진에 허덕이며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자메이카전에서 해트트릭에 준하는 활약을 선보였고, 이후 소속팀으로 돌아가 맹활약을 펼치며 부활했다.
하지만 새해 첫 대표팀을 소집하는 시점에 유럽파들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좋지 않다. 대표팀 보약을 먹고 잠시 살아났던 지동원은 부상과 부진 여파로 또 다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고, 이외에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박주호(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 등 대다수 유럽파들이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상태다.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또한 경기에는 꾸준히 나서고는 있지만, 두 달 가까이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고 있어 아직 확실한 주전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 역시 깊어질 수밖에 없다. 14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력 측면에서 소집을 안한다면 박주호, 김진수, 이청용은 다 제외”라며 “그러면 대표팀은 반쪽자리 팀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력 대신 지난해 대표팀이 이뤄낸 성과를 함께한 유럽파들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재신임을 선택했다. 이미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위기의 유럽파들이 다시 한 번 경기력을 끌어 올릴 수 있게 배려한다는 것이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이 그간 대표팀에서 이뤄온 성과에 비춰봤을 때 이번 선택 역시 올바른 판단이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굳이 아쉬운 점을 한 가지 꼽자면 대표팀 선발 기준에서 그래도 경기력을 고려했다면 현재 유럽에서 가장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는 윤석영(찰턴 애슬레틱)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지난 겨울 찰턴으로 임대 이적을 택한 윤석영은 최근 4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14일 열린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2위팀 미들즈브러와의 경기에서는 공수 양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최종예선 진출을 이미 확정한 홀가분한 상태에서 오히려 부담이 없는 레바논과 태국을 상대로 윤석영을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유럽파들의 떨어진 경기력이 걱정인 슈틸리케 감독에게 윤석영은 구상에 없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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