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기업은행장, '금배지' 대신 '금융맨'으로
4.13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마 고사하고 "금융혁신 주도"
“평생 뱅커로 남을 것 같습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선택은 ‘금배지’가 아닌 ‘금융맨’이었다. 4.13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던 권 행장은 임기까지(올해 12월 27일) 기업은행을 이끌기로 했다.
당초 권 행장의 출마설은 정가와 금융권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권 행장이 비례대표에 입후보하려면 선거 30일 전인 3월 14일까지 현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지난 주말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권 행장의 출마설은 ‘든든한’ 배경에서 비롯됐다. 정가에선 권 행장이 금융 전문성과 첫 여성은행장이란 상징성을 갖고 있어 일찌감치 새누리당 영입 인사로 거론됐다.
정치적 기반도 탄탄했다. 1978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평생을 은행맨으로 지낸 권 행장은 ‘대통령의 여자’로 불릴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했던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비교 대상으로 꼽기도 했다.
권선주 '금배지' 고사하고 "금융혁신 주도"
특히 정가와 금융권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금배지를 ‘못 단’것이 아닌 ‘안 단’ 쪽에 가깝다.
여권의 출마 타진 과정에서 권 행장이 기업은행장으로 남겠다는 뜻을 밝히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행장은 향후 금융혁신을 주도하고 은행 성과주의 도입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국 권 행장은 국회로 향하는 복잡한 정치공학에서 확실하게 발을 빼게 됐다. 금융업이라는 좁은 인재풀 내에서 얽히고설킨 역학관계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은행 내부에선 ‘소리 없는’ 탄성이 나왔다. 그동안 권 행장 출마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해왔던 임직원들은 “한시름 놨다”는 분위기다.
권 행장이 사퇴할 경우 차기 행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대부분 금융당국 출신이라는 점에서 관치금융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당초 내부에서도 권 행장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D데이’인 14일까지 숨죽이며 정치뉴스를 주시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본인이 출마를 고사했건 상황이 여의치 않았건 기업은행 입장에선 다행인 일”이라며 “권 행장께서 존경받는 금융인으로 남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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