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에 짜증낸 김무성 "전북도민들 배알도 없나"
전주 합동유세 현장서 울려대는 차량 경적에 "참 나쁜 사람들"
전주 시민 "연설 해가지고 민심 더 이반되는 거 아닌가 몰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호남권 첫 출격을 특징짓는 두 단어는 '호통'과 '짜증'이었다. 김 대표는 6일 여당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불모지 호남 전북을 찾아 표심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호남 유권자들을 향해 "배알도 없느냐"고 호통을 친 김 대표에게 돌아온 것은 시끄럽다는 듯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 소리 뿐이었다. 끊길 줄 모르는 경적 소리를 듣고만 있어야 하는 그의 얼굴에는 짜증스러움이 한껏 묻어났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20분께 정운천 전주을 후보의 지역구에 있는 전주 롯데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전북지역 출마자 통합유세를 가졌다. 그는 "지난해 영광스럽게도 전라북도 명예도민증을 받았고 대한민국 곡창인 전북의 어엿한 아들이 됐다"며 친근감을 표한 뒤 "지금까지 4차례 연속 새누리당의 무덤이었고 불모지였다. 저회는 열심히 하느라고 했는데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많이 부족한 탓이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읍소했다.
전북은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때 군산에서 당시 신한국당 강현욱 후보가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새누리당 및 새누리당 전신인 보수정당에서 국회의원을 당선시킨 적이 없다. 그런 가운데 전주을에 출마한 정운천 후보가 지난 19대 총선에서 전주 완산을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35.79%의 득표를 얻으며 선전한 결과, 세 번째 전북에 도전하는 정 후보의 지원에 화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지원유세 장소를 잘못 잡은 탓인지 도로변은 김 대표의 연설을 중단케할 정도의 경적 소리로 메워졌다. 유세를 펼친 전주 통일광장 교차로는 전주 지역에서 출퇴근 시간대 차량 통행량이 가장 많아 잦은 체증을 유발하는 곳으로, 새누리당의 합동유세가 진행되는 시간이 특히 출근 시간이어서 극도로 혼잡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김 대표가 유세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연설한 지 10분이 넘어가는 순간 한 차량이 그 앞을 지나가며 한참동안 경적을 울렸다. 뒤따르는 차량들도 마찬가지였다.
도로변에 유세차량이 나와있었긴 했지만 대부분의 차량이 불편함 없이 지나가는 등 차량 운행에는 큰 지장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유권자들이 여당에 반발하는 행태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김 대표는 잠시 연설을 중단한 채 경적을 울리는 차량을 가만히 바라보며 "참 나쁜 사람들이죠"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한 시민은 "여기 와서 연설을 해가지고 민심이 더 이반되는 거 아닌가 몰라"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굴하지 않고 전북 지역 지원유세를 이어갔다. 전북지역 출마자 통합유세 이후 인근 지역에서 정운천 후보만을 위해 다시 한 번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전주 메디프랜드 사거리에서 열린 정운천 전주을 후보의 지지유세에 참석해 "전라북도 국회의원을 몽땅 더불어민주당으로 만들어 놓고 배신감을 느끼지 않느냐"며 "이렇게 하고도 이번 총선에서 야당후보들을 다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줄 것인가. 배알도 없느냐. 전북도민 여러분 정신차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독 낮은 전북의 국가예산 증가율을 지적하며 이같이 발언한 것이었다. 김 대표는 "30년 동안 전라북도는 민주당을 지지해 왔지만 전라북도로 돌아온 것이 무엇이 있느냐"며 "지난해 인천 국가예산 증가율은 17%, 충청남도는 10%, 전라북도는 고작 0.7%밖에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지역 현역인 이상직 더민주 의원이 국가예산을 적게 끌고왔다는 사실을 비판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었지만, 선거유세로서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김 대표의 해당 발언과 관련해 "전북을 얼마나 무시하면 이런 막말을 할 수 있는지 기가 막히다"며 날을 세웠다.
이밖에도 김 대표는 "'망국병 1호'인 지역감정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발전은 없다. 불모지인 전북에서 힘있는 여당 의원을 만들어 달라"며 여당 후보론을 강조했다. 그는 지원유세 차 방문한 전주, 홍성·예산군, 아산, 천안에서 동일하게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여당 국회의원이 있어야 한다. 여당 국회의원이 예산도 더 많이 가져올 수 있고 급한 지역현안 문제도 정부를 움직여서 해결할 수 있다"며 여당 지지를 강하게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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