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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1호 법안' 부상 건보료 체계 개편, 살펴보니...


입력 2016.05.19 05:29 수정 2016.05.19 05:32        이슬기 기자

재산 많아도 소득 없거나 숨기면 건보료 안 낸다?

더민주 "가입자 대표 기구서 처리"

더민주가 건보료를 소득 중심으로 부과하도록 현행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13 총선에서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건보료 상한선을 폐지하고,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모두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토록 현행 건강보험법을 개정하는 것이 골자다. 소득 파악이 어려운 예외의 경우엔 '가입자 위원회'를 두고 법적장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위원회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더민주 정책위원회(위원장 변재일)는 지난 16일 총선 후 첫 회의를 열고 건보료 체제 개편을 비롯해 국민연금 공공투자, 공영방송 지배구조, 경제비상대책 사안에 대한 4개 TF(태스크포스)를 두기로 했다. 민생경제 정당으로의 선회를 약속한 만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전면에 나서 각 분야 전문가들을 수장으로 임명하고 경제정책을 총괄한다.

특히 건보료 문제의 경우,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김종대 정책위원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앞서 총선 당시 더민주는 보험료 부과기준의 불합리성을 개선해 보험료 산정의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당에서도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20대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특별히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건강보험 가입자의 자격은 직장과 지역으로 구분한다.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는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부과하는 반면,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는 소득뿐 아니라 소득을 대리할 지표(재산, 자동차, 경제활동참가율 등)를 고려하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험료부과점수에 보험료부과점수당 금액을 곱한 금액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처럼 부과체계가 이원화된 이유는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가입자는 단순 근로자뿐 아니라 의사와 변호사 등 사업장에 한 명이라도 근로자를 둔 고소득 자영업자도 포함된다. 지역가입자는 근로자를 단 한명도 쓰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 은퇴한 직장인이나 실직자, 농업인 등이 해당된다. 따라서 직장가입자는 단순히 근로 소득에 부과하면 되지만, 지역가입자는 실제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은폐된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에 보험료 책정 기준이 다르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가 지적되는 지점이다.

예를 들어, 수백억대 자산가라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되면 보험료를 단 한 푼도 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더민주 정책위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1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244만8000여 명 중 2주택 이상 보유자는 137만1352명, 3주택 이상 보유자는 67만9501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료 부과체계를 재산 등이 아닌 일괄 ‘소득’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더민주의 입장이다. 이 소득에는 근로소득 뿐 아니라 임대소득, 이자수익 등도 포함된다. 김 대표가 ‘경제 브레인’으로 영입한 최운열 당선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건보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해 역진성을 해결했다면,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법 개정을 하면 국민의 93%는 혜택을 본다”고 강조했다.

"가입자 위원회 만들어 해결" VS "위원회는 사실상 무의미"

문제는 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 할 경우, 소득 없이 자산만을 보유한 자는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허점이 발생한다. 또한 임대소득 등은 신고하지 않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실상은 소득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전문가들도 이 부분에 대한 부작용을 지적한다. 아울러 구체적 내용을 떠나 일단 보유 자산이 아닌 소득에 따라 부과한다는 개념 자체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무시할 수 없다.

보험료 수익도 문제다. 현재는 지역가입자에 대해 소득과 재산으로 나눠 부과하지만, 소득에 대해서만 부과를 하면 보험료 수익이 줄어든다. 재정을 고려하면 지역가입자든 직장가입자든 소득에 대한 부과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일단 더민주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가입자 대표들로 구성된 기구를 만들어 예외 조항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건보료 TF를 담당하는 김종대 정책위원은 ‘데일리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소득은 없어도 중종재산처럼 현재 수익은 없으나 분명히 재산을 갖고 있거나, 실제 소득이 많은데도 이를 은폐하는 경우 등 별별 예외가 많을 것”이라며 “국가에 국회가 있듯, 보험자들에게는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회의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건강보험공단 산하 재정운영위원회 또는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가입자 대표기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게 김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모든 예외 사항을 법에 다 명시할 수는 없다”며 “형식상 재산도 소득도 없는데, 고급 자동차를 굴리면서 잘 사는 경우도 있을 거다. 그럴 때에는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예외적으로 보험료를 내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득을 중심으로 개편하면 대부분의 경우가 거의 다 포함되지만, 어쩔 수 없는 예외적 상황이 생기면, 가입자 대표 기구에서 법적장치를 만들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원회에 대해선 향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겠지만, 국내외 사례 등을 종합해서 점진적으로 해나가면 그러한 문제도 해결이 가능할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위원회의 실효성 자체에 대한 이견도 팽팽하다.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 할 경우, 위원회로는 해결할 수 없는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할 거란 이유에서다. 김진수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원회를 만들고 안 만들고는 사실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더민주 말대로 소득 중심으로 가겠다는 건 재산에 부과하는 것을 없애겠다는 건데, 당장 보험료 수익이 줄어드는 건 어떻게 충당을 할 건가”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지역가입자 중 소득이 500만 원 이상인 사람은 전체의 20%에 불과하고, 80%가 500만 원 미만이다. 그럼 그들은 실제로 거의 보험료를 안내게 되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접근할 건가. 이런 부분을 간과하면 안 된다”며 “게다가 직장가입자의 가족, 즉 피부양자 중에 재산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당연히 재산에 부과를 해서 돈을 내야하는데, 소득 중심으로 바꾸자는 것과 반대 방향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에 대해선 이미 과거에 EU와 논의하는 등 국제적 연구도 있었고 보고서도 나왔지만, 결국에는 재산 부분의 비중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되 연금제도가 성숙해지는 것에 따라 서서히 바꿔나가자는 게 최선이다. 그만큼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며 “위원회가 이런 광범위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예외 조항은 어떻게 만들겠다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결국 이것은 지극히 정책적인 문제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건보료를 자꾸 정치이슈화 하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이른바 '건보료 폭탄' 논란이 터지면서, 복잡한 현행 부과체계를 단일화하고 지역과 직장가입자 간 차별을 없애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올해 급여가 오른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612명 중, 건보료 산정기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고 응답한 이는 61명(11%)에 불과했다. 또한 직장에서 이번 건보료 인상에 대해 정확한 안내를 받은 경우 역시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앞서 지난달 20일 건보료 추가 납부자가 전체 직장인의 60% 이상인 827만명에 이르며, 평균 13만 3000원이 오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추가 납부액은 최저 8000원부터 최고 33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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