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속도 보여준 원구성협상…숨은 공로자는 박지원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쇠 달궈질 타이밍' 노려
마지막 협상서도 '맹물에 밥말아 먹으라고?' 중재 나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쇠 달궈질 타이밍' 노려
마지막 협상서도 '맹물에 밥말아 먹으라고?' 중재 나서
여야 3당이 원구성협상 법정기일이었던 7일은 넘겼지만 하루만인 8일 원구성에 전격 합의했다. 정치권에서는 3당 원내대표중 '연장자'이자 '3번째 원내대표'인 박지원 원내대표의 노련함이 빛났다는 평가다.
8일 오후 6시 국회내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모인 정진석 새누리당·우상호 더민주·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3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6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합의한 원구성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라 여야 3당은 9일 오후 2시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개최하고 더민주 출신 의장과 새누리당, 국민의당 출신 부의장을 각각 뽑기로 했다. 이는 현행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지난 1988년 이후 국회가 8대에 걸쳐 원구성협상에 평균 51일을 할애한 것에 비해 50여일이나 빠른 것이다.
여야 3당의 협상이 전에 없이 신속하게 결정지어진 것에는 제3당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노련한 운영이 크게 기여했다는 말이 나왔다. 협상에 관여했던 한 실무자는 협상이 경색될 처지에 처할때마다 박 원내대표가 여러가지 방법으로 노련하게 물꼬를 터줘서 협상이 중단없이 진행돼왔다고 털어놨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쇠 달궈질 타이밍' 노려
실제로 박 원내대표는 그간 계속해서 3당 원내대표, 3당 원내수석부대표간 회담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면서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무엇보다도 박 원내대표 스스로가 "국민의당은 욕심부리지 않고 의원수 배분에 따른 2개 상임위만 가져오겠다"면서 먼저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양보는 물론, 거대 양당끼리 협상만 되면 원구성협상 일사천리로 풀리도록 간명하게 정리해줬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어느 당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번갈아가며 한 번씩 손을 들어줬다. 정치권은 이에 대해서도 어느 한 쪽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며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박 원내대표의 노련함은 7일 안철수 대표의 '의장 선(先)선출' 제안에 불을 당기면서 빛났다. 박 원내대표는 며칠전만 하더라도 '쇠가 달궈지지 않았다'며 협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다가 법정기일인 7일 '이제는 쇠가 달궈졌다'며 적극적으로 '의장 선선출 제안'과 원구성협상까지의 '세비반납'을 주도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협상에 대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박 원내대표 스스로도 8일 기자회견 직후 "우리 당의 제안(세비반납, 의장 선선출)으로 벌써 국민 여론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8일 기자회견 직전 3당 원내대표가 모인 '30분 회동'에서도 박 원내대표의 중재가 큰 역할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설렁탕에 뼈다귀 빼고 기름 빼고 소고기까지 빼면 맹물에 밥말아 먹는거냐'며 협상을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가 5일 만나 예결위를 양보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우 원내대표에게 흘려 협상이 잘 됐다"며 "두 분 다 참 잘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협상서도 '맹물에 밥말아 먹으라고?' 중재 나서
결론적으로 이번 원구성협상에서 국민의당은 박 원내대표가 평소 주장하던 단순한 '캐스팅보터'가 아닌 '리딩 파티'로서 협상을 주도하며 제3당으로서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협상의 결과에 대해서도 각 당이 아쉬운 점은 있지만 대체로 수긍하고 받아들였다. 2개 상임위원장을 내줘야했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많이 서운하다"면서도 "잘 타결이 됐고 법사위 미방위 운영위를 지켜서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은 "결국 '의장 선선출 제안'이 새누리당에 먹혀서 새누리당이 의장직을 포기했고, 그 이후는 국민의당이 마련한 중재안과 굉장히 비슷하게 급물살을 탔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은 실리를, 더민주는 명분을, 국민의당은 실속을 챙겼다고 봤다.
한편 협상을 물밑 주도하며 노련한 완급조절을 선보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결국 물꼬를 터준 것은 의장직을 포기해준 서청원 의원"이라면서 "친구로서 굉장히 높이 평가한다"고 공을 서 의원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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