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비자금 수사...호텔롯데·롯데면세점 위기
다음달 호텔롯데 IPO 불투명, 연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탈환에도 악재
롯데그룹이 검찰로부터 전방위적인 수사를 받으면서 당장 눈앞에 닥친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탈환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간의 경영권 분쟁 및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롯데홈쇼핑 방송중지 등 조용할 틈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는 롯데그룹 회장 일가가 그룹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단서를 잡고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룹으로서는 최대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따라서 당장 다음달 예정인 호텔롯데 기업공개와 연말에 발표될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에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탈환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조재빈)는 10일 오전 8시경 검사와 수사관 200여 명을 투입해 호텔롯데 임직원들의 수십억 원대 비자금 조성 단서를 발견하고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호텔롯데 본사의 신 회장 집무실과 자택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압수수색 장소에는 핵심 임원의 자택 여러 곳이 포함됐다. 그룹 정책본부가 있는 호텔롯데 24층과 34층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집무실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신 회장의 핵심 측근인 이인원 롯데쇼핑 정책본부 본부장 등 호텔롯데 핵심 임원들에 대해 출국금지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호텔롯데 관련 계좌를 정밀 분석한 결과 호텔롯데 임직원들이 매출을 장부에서 누락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부터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경영상 비리 전반을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또 '제2 롯데월드' 건설 및 인허가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군 및 정부 핵심 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항공기 이착륙 위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활주로 각도를 변경하는 등 지나친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오너 일가 3세들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한 전반적 실태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호텔롯데를 통해 롯데가 국내에서 거둔 수익 대부분이 일본으로 흘러가는 현 지배구조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롯데는 한국롯데의 지주 회사 격이지만, 정작 지분 99%가 일본롯데의 지주 회사가 가지고 있는 구조다. 지난해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해서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을 60% 수준으로 낮춰 일본과의 지배 구조 고리를 끊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상장이 되더라도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따른 국부 유출은 계속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검찰의 수사가 그룹 총수인 신 회장으로 향할 수도 있는 만큼 충격의 강도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장 롯데그룹의 최대 현안인 호텔롯데 IPO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탈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호텔롯데는 당초 오는 29일 상장예정이었지만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다음 달로 연기됐다. 하지만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호텔롯데 상장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7월 내에 호텔롯데의 상장이 이뤄지지 못하면 롯데 측은 다시 처음부터 상장 절차를 밟아야 한다. 상장 예비심사 결과(1월28일)를 통보받은 이후 6개월 이내에 상장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만약 호텔롯데의 IPO가 차질을 빚으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예정대로 상장을 한다하더라도 당초 기대만큼의 효과는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달 말 문을 닫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오픈도 불투명할 수 있다. 관세청은 지난 3일 서울 시내에 대기업을 대상으로 3개의 면세점을 추가 설치한다고 공고한 바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관세청이 지난해 특허를 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에 대해 특허를 다시 주기 위한 취지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확대되면서 그 파장이 롯데면세점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초 관세청이 특허 공고를 한 것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에 대해 특허를 다시 주기 위한 취지라는 말들이 많았다"며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또 관세청에서 이들 면세점에 또 다시 특허를 준다면 특혜시비가 일어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