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용병술과 리더십으로 당혹스럽게 하는 '괴장' 이미지 유로2016 러시아전에서도 잉글랜드 거품축구 한계 드러내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로이 호지슨 감독은 네덜란드 출신인 루이 판 할 전 맨유 감독과 여러 모로 흡사하다.
일단 독특한 용병술과 리더십으로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하는 '괴장'의 이미지가 강하다. 심지어 이름값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고도 끈질기게 자리를 오래 지켰다는 점도 비슷하다.
호지슨 감독은 유로2012 본선을 코앞에 두고 잉글랜드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전임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잉글랜드 축구협회와 갈등을 빚다가 사임하면서 호지슨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당시만 해도 주가가 높던 해리 래드냅 감독 등이 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기에 호지슨 감독의 선임은 의외로 여겨졌다.
호지슨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고 메이저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초라하다. 유로 2012에서는 8강,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굴욕을 겪었다. 유로 2012는 지휘봉을 잡은 지 얼마 안 되어 촉박했고, 월드컵은 죽음의 조에 걸렸다는 것이 그나마 변명거리가 될 만했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호지슨에 대한 경질여론이 득세했지만 결국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호지슨을 재신임했다. 그래서 유로 2016은 호지슨 감독에게 더욱 중요했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모처럼 최강의 선수진을 구축, 우승후보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유로 예선에서도 유일하게 10전 전승을 달성, 본선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잉글랜드 호지슨 감독. 스카이스포츠 캡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잉글랜드는 비교적 무난한 조로 분류됐던 B조 1차전에서 러시아와 1-1 무승부에 그쳤다. 높은 볼점유율로 러시아를 압도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심지어 에릭 다이어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종료 직전 동점골을 얻어맞고 비긴 것이라 사실상 패한 것이나 다름없는 충격을 받았다.
호지슨 감독의 경기운영 실패가 1차전 승리를 날렸다는 비판론이 커졌다. 호지슨 감독은 러시아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도 해리 케인-애덤 랄라나-라힘 스털링을 스리톱으로 내세우고 주장 웨인 루니를 미드필더로 돌려서 중원에 배치했다.
그러나 케인은 전방에서 고립됐고 스털링은 개인플레이를 남발했으며 랄라나는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수 차례 날렸다. 원톱 스트라이커인 케인에게 코너킥 전담 키커를 맡기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도 속출했다.
잉글랜드는 후반들어 급격한 체력 저하를 드러내며 고전했지만 호지슨 감독은 적절한 선수교체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냈다. 호지슨 감독의 교체카드는 80분경에나 이루어졌고, 그나마도 부진하던 스털링이나 케인 대신 잘하던 루니를 제외하는 자충수가 이어졌다. 제이미 바디-다니엘 스터리지-마커스 래쉬포드 등 벤치에 넘쳐나던 쟁쟁한 조커 자원들은 출전 기회도 잡지 못했다.
그렇다고 수비 강화를 제대로 단행한 것도 아니라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후반 추가시간, 롱볼축구를 펼치던 러시아의 공중전에 대처하지 못해 뼈아픈 동점골을 헌납했다. 상황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보수적인 운영에 의존하던 호지슨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다.
잉글랜드가 주춤한 틈을 타 2차전 상대인 웨일스가 슬로바키아를 잡고 먼저 승점 3점을 획득하며 앞서나갔다. 영연방 라이벌인 웨일스와는 역사적으로 민감한 관계에 있는 데다 웨일스의 전력 자체도 만만치 않아 쉽지않은 승부를 예상한다. 예선에서만 강하고 본선에서는 한없이 연약한 잉글랜드의 거품축구가 또 위기에 직면, 호지슨 감독의 운명도 바람 앞의 등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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