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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화, 파마머리 덕선 엄마는 잊어요 '민들레 바람되어'


입력 2016.07.08 10:03 수정 2016.07.08 10:03        이한철 기자

전노민과 함께 6년 만에 연극무대 '부부 호흡'

죽은 아내와 살아 있는 남편 이야기 '잔잔한 감동'

'민들레 바람되어'는 살아 있는 남편과 죽은 아내의 엇갈린 대화를 그린 작품이다. ⓒ 데일리안

"오랜 만에 예쁜 아내의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tvN '응답하라 1988'에서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한 덕선 엄마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이일화(45)가 가발을 벗은 자신의 모습에 흡족해해 했다.

이일화는 최근 개막한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에서 관객의 눈에는 보이지만 남편과는 소통할 수 없는 아내 오지영 역을 연기한다. 살아있을 때 남편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그녀는 남편에 대한 연민과 애정, 남겨진 딸에 대한 강한 그리움으로 가슴 아파하는 캐릭터다.

7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수현재씨어터에서 열린 '민들레 바람되어' 프레스콜에 참석한 이일화는 젊음을 간직한 채 늙어가는 남편을 지켜보는 모습을 연기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응답하라' 시리즈 탓에 어느덧 엄마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이일화에겐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하면서 엄마 역을 맡았고, 새로 들어가게 된 주말드라마(불어라 미풍아)에서 또 엄마 역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민들레 바람되어'에 이어 최근 예술영화에서도 30대 초반 역을 맡았어요. 더 젊은 역할을 할 기회가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6년 만에 오른 연극 무대다. 지난해 연극 '잘자요 엄마'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연습 전날 쇄골 부상으로 부득이 참여하지 못해 복귀가 1년 더 미뤄졌다.

"1991년 '굿닥터' 워크숍 공연을 시작으로 연기를 시작한 만큼, 늘 무대 연기를 갈망해왔어요. '응답하라 1988'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하며 그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요."

배우 전노민(왼쪽)과 이일화는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를 통해 6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 데일리안

"오늘 죽는 것처럼 살고 싶어요"

이일화는 연습 과정부터 자신의 캐릭터에 깊이 공감하며 폭풍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본 공연은 물론 프레스콜 현장에서도 연기 도중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캐릭터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오늘 죽는 것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생각과 노력들이 좋았거든요. 주변에선 왜 우울한 생각을 하냐고 하는데 저는 오늘 죽는 것처럼 살고 싶어요."

이일화와 호흡을 맞춘 전노민 또한 이 작품을 통해 6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아내와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그녀의 무덤가를 계속 찾는 순정파 남편 안중기를 통해 때로는 다정하고 때로는 거친, 평범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노민은 "(이일화는) 화면과 실제 모습이 똑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건데 정말 소녀 같다"며 "어쩔 땐 막 대하고 싶다가도 멈칫한 경우가 몇 번 있다. 지금까지도 말을 함부로 놓지 못할 만큼 조심스런 면이 있다"고 이일화와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이에 대해 이일화는 "전노민은 공연 포스터 안의 모습처럼 정말 배려심이 많은 배우"라며 "남편 잘 만났다는 생각을 한다. 연습 내내 행복했고 앞으로 무대에서도 항상 행복할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민들레 바람되어'에서 남편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연기를 소화해야 한다. ⓒ 데일리안

"계절 따라 기분 따라 다른 감동" 20만 명 공감

한편, '민들레 바람되어'는 2008년 초연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서울 포함 전국 25개 도시에서 670회 이상 공연됐다. 특히 누적관객 2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살아 있는 남편과 죽은 아내의 엇갈린 대화라는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부부라면, 부모라면 한번쯤 느껴봤을 삶의 고민과 갈등을 진솔하게 풀어내 깊은 감동을 이끌어낸다. 또한 극중 감초역할을 담당하는 노부부의 맛깔 나는 대사는 관객을 울렸다 웃겼다 쥐락펴락 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일부 장면과 대사, 무대 등이 한층 업그레이드돼 눈길을 끈다.

김수희 연출은 "죽은 아내의 무덤을 찾아오는 남편의 이야기라는 기본 구조는 변함이 없지만, 축을 이루는 아내 이야기가 많이 보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로 무덤에서 기다리며 남편 이야기 들어주던 아내가 자기 심정이나 감정 등을 이야기 하는 독백 장면이 많이 추가됐다. 또 무대 앞쪽에 하얀 모래를 깔아서 아내의 공간을 만들어 변화를 줬다"고 덧붙였다.

이일화와 전노민 외에도 김민상, 김영필, 이지하, 권진, 이한위, 김상규, 황영희, 이지현, 강말금이 출연한다.

초연부터 줄곧 함께 해온 노부부 역의 이한휘는 "이 작품은 컨디션에 따라 공연되는 계절에 따라 매번 느낌이 다르다. 주인공들도 가정환경, 출신 지역, 대학 등이 다 다른 것처럼 느껴진다"며 "관객들도 기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또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깊어진 감동으로 돌아온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는 9월 18일까지 대학로에 위치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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