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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노위 파행의 주범 '예비비' 해결 방안 없나


입력 2016.07.17 10:10 수정 2016.07.17 10:10        이슬기 기자

김현미 "국회에 명세서 제출 법제화" 여권에선 "예산집행 효율성 하락 우려"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5일 국회 대표실에서 전날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고용노동부 예비비 승인건과 관련한 표결 처리에 대해 입장을 밝히며 굳은 표정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전날 야당 단독으로 고용노동부의 2015회계연도 예비비 지출 승인안을 처리한 것과 관련해 상임위 일정 중단을 지시한 15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가 국회 의사당을 빠져 나가다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국회 결산심사 정국에서 정부의 '예비비' 지출 문제가 또다시 핫이슈로 부상했다. 예비비는 매년 결산심사 때마다 여야가 어김없이 신경전을 벌여온 지점이다. 국회 예결위원장이자 기획재정위원인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하며 팔을 걷어붙였지만, 여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결산심사가 열린 15일 여야는 고용노동부의 예비비 사용 문제로 파행 사태를 겪었다. 이날 사태의 시작은 노동부가 지난해 ‘노동 4법’ 정책홍보 명목으로 예비비 53억을 사용한 내역이 공개되면서다. 정부가 예비비를 사용하기 위해선 대통령의 승인에 따른 재정 배정이 선행돼야하지만, 해당 절차 이전에 사실상 불법적으로 재정을 집행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시정 요구를, 야당은 징계와 감사원 감사청구를 주장하면서 정회를 거듭했다.

이후 야당이 감사청구 대신 올해 예비비 승인 및 집행내역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2016년도에도 연초에 50억이 예비비로 승인돼 그 중 이미 30억이 집행된 사실이 드러났다는 이유다. 반면 여당이 전면 거부 의사를 밝히자, 더민주 소속 홍영표 위원장이 예비비를 법에 맞지 않게 집행한 공무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는 내용의 결산안을 표결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인원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회의장을 퇴장했다. 아울러 홍 위원장이 공개사과를 하기 전까지는 상임위 활동을 전면 보이콧하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다만 홍 위원장의 유감 표명 이후 여야 원내대표 간 조율 과정을 거쳐 부처별 결산 심사가 속개됐다.

예비비를 두고 상임위에서 갈등을 빚은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정치권은 물론 여론의 관심도 뜨거웠던 한국사 국정교과서와 관련, 교육부가 교과서 개발을 위해 편성된 예비비 43억8800만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억 원을 홍보비로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교과서 내용 연구보다 반대여론 막기에만 매몰돼 막대한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정부가 국회 예산심의를 피하기 위해 불필요한 예비비를 썼다는 점도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예비비 문제가 때마다 터지는 것은 현행법상 예비비 사용계획명세서를 국회에 제출해야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현재 정부 부처가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선 명세서를 국무회의에 제출하고 인준을 받게 돼있을 뿐, 국회에 제출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국회의 의무이자 권리인 예산 심사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법적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 의원 측은 “환노위뿐 아니라 교문위, 기재위까지 모두 예비비 문제로 시끄러웠지 않느냐”며 “현행법상 명세서를 국무회의에 제출한다는 규정만 있지, 국회에 반드시 제출해야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러니까 항상 정부에선 내년도 5월 결산 때 사용명세서를 제출하면 그때 가서 보라는 식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예비비가 항상 정부의 쌈짓돈처럼 사용됐기 때문에, 사용계획명세서를 국회 소관 상임위에 제출토록 하면 아무래도 국민 혈세를 사용하는 것을 더 제대로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다”며 “국회 제출 규정이 없으니 정부가 멋대로 쓰고 나면 국회는 고작 시정요구를 하는 것 밖에 없는데, 사실상 시정요구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새누리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여권에선 정부의 재량권을 축소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아직 법안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원래 예비비는 예산 편성 당시에 예측하지 못한 사항을 고려해서 정부가 집행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준 제도”라며 “그런 원칙을 철저히 지키라는 목적의 법안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매번 국회에 지출하고 승인을 받으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니 포괄적으로 정부에 재량권을 시스템이다. 그러다보니 예비비에 대해서 보는 시각에 따라선 논란과 우려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그것을 사안마다 보고하도록 법으로 다 정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집행된 결과에 대해 국회가 결산을 통해 승인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추가로 법제화 하는 것은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다만 예비비를 본 목적에 맞게 철저히 집행할 수 있는 감시 장치를 둬야할 필요는 있을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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