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고사한 비주류에 이종걸 총대 멘 이유
이종걸 "한 집단이 모두 독차지 하면 '덜' 민주 될 것"
정치권에선 '신중론' 요구했지만..."다들 이해할 것"
이종걸 "한 집단이 모두 독차지 하면 '덜' 민주 될 것"
정치권에선 '신중론' 요구했지만..."다들 이해할 것"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당 대표에 출마, 비주류의 십자가를 졌다. 이재명 성남시장, 4선 김부겸 더민주 의원, 4선 원혜영 의원, 3선 김진표 의원 등이 흥행에 실패한 8.27 전당대회의 '불쏘시개'가 되길 거부했지만, 이 의원은 "당내 다양한 세력을 증명하겠다"며 도전장을 냈다.
그동안 더민주 전당대회는 친문(친 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송영길, 추미애 두 후보에 관심이 집중됐다. 일찍이 출마를 선언한 탓도 있지만 당 대표에 당선되기 위해선 최다 득표를 해야 하는 만큼 비주류 측에선 고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출마를 고려했던 한 중진 의원실은 "나설 수는 있겠지만 전당대회가 재미없다고 '불쏘시개' 역할을 떠미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단지 전당대회 흥행을 위해 예비 후보들을 거론한 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비주류 측 대부분은 출마를 포기했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당 대표가 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 발짝 물러났다.
반면 이 의원은 그동안 당내 중도 성향 비주류 모임인 '통합행동' 등에서 활동하며 비주류 측 인사를 당 대표 후보군에 올리려 노력해왔다. 이 의원은 이날 출마 선언문에서 "우리 당에서 한 목소리만 허용된다면 당 내부의 역동성은 사라지고, 당세는 서서히 위축될 것이다. 한 집단이 당직과 국회직과 대선 후보를 독차지한다면 '더'민주는 '덜'민주가 될 것이다"라며 '더민주'를 2017년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교체에 성공하는 당으로 만들기 위해 당 대표가 되려고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도전적인 출마 선언에도 불구,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전날 이 의원의 '비상대책위원 사퇴' 의견에 대해 "내가 사표를 안 받는다고 했다"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문심(文心)'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선거 분위기에서 '힘 빼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이 의원은 이날 김 대표뿐 아니라 측근도 "신중론을 요구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저는 선거대책본부장을 한다고 했지 당 대표를 하겠다곤 안 했다"며 "그렇지만 반드시 선택해야 할 이 시점에서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본보에 "주변에서 '몇 개월 짜리 당 대표에 왜이렇게 목을 매느냐'고 말하면서 출마를 말린 것으로 안다"며 "시점도 애매하지만 의원 스스로 의지가 상당한 것 같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비대위원이었던 이 의원이 직접 당 대표에 출마하는 데 부정적인 시선도 보내고 있다. 통합행동 소속인 박영선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전당대회 룰을 정한 비대위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나"라며 "현재 비대위원으로서 만약 전당대회에 출마할 생각이 있었으면 좀 일찌감치 사표를 냈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안민석 더민주 의원 또한 'TBS 라디오'에서 "출마하면 흥행은 될 수 있으나, 진정되는 계파 갈등을 부추길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일리있는 말씀이다. 계파 갈등은 결코 우리에게 좋은 에너지가 될 수 없다.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비대위원 관련된 지적은 옳은 결정이지만 전당대회에 대한 결정은 단 한마디도 거들거나 의견을 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 의원의 출마에 대해 "5선에 원내대표까지 했는데 뭔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에 컷오프(후보가 4명 이상일 경우 경선을 통해 1명을 탈락시킴) 통과, 결선까지만 간다면 당 대표가 안 되고 중량감을 더할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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