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다. 아스날 아르센 벵거 감독의 계약 기간은 내년 여름까지다. ‘아스날 맨’ 벵거 감독의 커리어가 서서히 종착역으로 향해 치닫고 있다.
1996년부터 20년 동안 아스날을 지휘하며 역사적으로 구단의 최전성기를 이끌었고, 오랜 숙원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건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벵거다.
물론 구단 수뇌부들이 벵거 감독에게 계약 연장을 제의할 가능성은 비교적 높은 상황이지만 2016-17시즌 성적이 혹여나 실망스럽다면 재계약 명분은 사라지게 된다.
벵거 감독은 최근 10년 동안 경기장 신축으로 인한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재무 재표에 따르면 아스날의 현금 보유량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정적으로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팬들은 많은 돈을 지출하고 선수 영입에 좀 더 적극적이길 원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시즌 티켓 값을 지불하고 있는 아스날 팬들로선 그럴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아스날은 지난 시즌 리그 2위로 마감했지만 강팀들의 동시 다발적인 부진에 따른 어부지리 성적이 아니냐는 비판의 꼬리표도 따라붙었다. 그만큼 아스날은 지난 시즌 충분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적기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그래서 올 시즌 여름 이적 시장에서의 아스날 행보가 무척 관심을 모았던 게 사실인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영입 소식을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
벵거 감독의 당초 계획은 유로 2016 개막에 앞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영입이었다. 유로 이후 선수들의 몸값이 오르게 되고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지난 6월 스위스 출신의 중앙 미드필더 그라니트 샤카를 영입을 성사시키면서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바이아웃 금액인 2000만 파운드의 저렴한 이적료로 영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제이미 바디가 끝내 레스터 시티 잔류를 선언함에 따라 아스날은 헨릭 미키타리안과의 협상마저 틀어지게 됐다. 퀄리티 있는 3명의 선수를 영입하겠다고 천명한 벵거 감독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최전방 공격수의 보강이다.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올리비에 지루로는 전술적인 제한이 뚜렷하다. 따라서 지루보다 더 나은 레벨의 공격수 혹은 지루와는 차별화된 스타일의 공격수가 필요했다. 그러나 A급 공격수들이 좀처럼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공격수들의 이적료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고, 이에 벵거 감독은 선뜻 돈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벵거 감독은 선수 몸값에 합당한 이적료를 제출하거나 팀에 확실하게 퀄리티를 높여줄 선수만 영입하겠다는 철학이 확고하다. 물론 이것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벵거 감독은 A급 공격수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 게티이미지
벵거 감독은 최근 영국 언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클럽이 보유한 돈을 자신의 돈이라고 생각해고 이적 시장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축구계 이적 시장은 심각한 이적료 인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재정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아스날 입장에서 선뜻 지갑을 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오프 시즌에서 곤살로 이과인, 폴 포그바, 존 스톤스의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이적료가 그의 단적인 예다.
특히 아스날은 이과인과 숱하게 링크됐지만 부담스런 이적료로 인해 끝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고, 결국 유벤투스로 떠났다.
아스날이 소극적으로 임하는 사이 어느덧 리그 개막을 맞이하게 됐다. 15일 열리는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아스날이 내세울 중앙 수비 자원이 전무하다. 페어 메르테자커, 로랑 코시엘니, 가브리엘 파울리스타가 전부 결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메르테자커의 장기 부상으로 뜻하지 않게 수비수 영입이 시급해졌다.
주전급 수비수와 최전방 공격수를 영입하기 위해 오버 페이 없이 전력 보강이 어렵게 됐다. 아스날 팬들은 여전히 선수 영입에 목마르다. 많은 돈을 쓰고서라도 선수 영입만이 우승으로 가는 지름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등 경쟁팀들의 영입이 활발한 것에 반해 지지부진한 아스날의 모습에 팬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매 해 여름 답답한 이적 시장 행보에 아스날 팬들은 지쳐갔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우승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으면서 벵거 감독의 철학에 지지하는 세력은 예년에 비하면 상당히 줄어들었다.
현재까지 발렌시아의 중앙 수비수 쉬고스란 무스타피와 강하게 연결되고 있으며, 알렉상드르 라카제트는 리옹의 과도한 이적료 요구로 인해 아스날은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레스터의 윙어 리야드 마레즈는 팀의 잔류냐 아스날 이적이냐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이적 시장 마감까지 약 2주가량 남겨두고 있다. 결국 벵거 감독의 선택에 달린 일이다. 아스날의 마지막 이적 시장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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