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리 금메달 직후 한국 방송사들은 우사인 볼트 400M 계주 경기를 중계했다. ⓒ 게티이미지
태권도는 대한민국 국기 스포츠다.
그러나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태권도 전 경기를 볼 수 없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한국 선수들 출전 경기만 생중계할 뿐, 다른 나라 경기는 관심 밖이다.
반면, 영국 ‘BBC’는 한국보다 태권도에 더 애정을 쏟았다. 인터넷 채널을 통해 태권도 전 경기를 생중계 중이다. 대회 1일차부터 한 경기도 빠짐없이 중계하고 있다. 캐스터가 선수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주며 보는 맛을 더한다.
‘태권도 3일차’인 20일(한국시각) 명경기가 속출했다.
여자부 67kg에서는 오혜리(28)가, 남자 80kg급에서는 셰이크 살라 씨세(22·코트디부아르)가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BBC’ 캐스터는 “오혜리가 브라질 선수처럼 보인다”며 브라질 홈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에 주목했다.
오혜리는 여자부 67kg 선수들 중 가장 돋보였다. 호쾌한 기합 소리와 함께 공격적인 운영으로 관중을 매료시켰다. 매 경기 ‘머리 차기’를 성공하며 화끈한 게임을 펼쳤다. 결승전에서는 하비 니아레(프랑스)를 접전 끝에 13-12로 물리쳤다.
남자부 결승은 더욱 극적이었다.
셰이크 살라 씨세가 결승에서 루탈로 무함마드(영국)를 7-6으로 꺾고 조국 코트디부아르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다. 종료 1초를 남겨두고 돌려차기 헤드샷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씨세는 이번 대회 금메달 후보는 아니었다. 아론 쿡(몰도바 귀화 대표), 미국 태권도 전설 스티븐 로페즈, 인천아시안게임 우승자 마흐디 코다바크시(이란) 등 경쟁자가 즐비했다.
그러나 이들은 바뀐 룰에 적응하지 못해 일찌감치 탈락했다.
아론 쿡은 영국 에이스였으나 영국 태권도협회와의 불협화음으로 몰도바로 귀화해 출전했다. 하지만 16강전에서 웨이팅 리우(대만)에 2-14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백전노장 로페즈도 8강전서 무함마드에게 2-9로 덜미를 잡혔다. 마흐디 역시 8강에서 밀라드(아제르바이잔)에게 5-17로 무릎 꿇었다.
우승후보가 줄줄이 탈락한 가운데 씨세와 무함마드(영국)가 결승에 진출했다.
씨세와 무함마드는 3라운드 종반까지 접전을 펼쳤다. 무함마드가 씨세의 몸통을 가격해 6-4로 앞섰다. 3라운드 1초가 남은 상황, 씨세가 승부수를 던졌다. 그의 뒤돌려차기가 무함마드 안면에 얹혔다. 종료와 동시에 터진 씨세의 3점짜리 헤드샷이었다.
씨세는 버저비터 성공 직후 매트에서 뛰쳐나가 ‘우사인 볼트처럼’ 전력 질주했다. 씨세의 격렬한 세리머니에 관중도 비명을 지르며 기뻐했다. 태권도 경기장은 뜨거운 용광로였다. 특히 브라질 관중은 월드컵 응원가까지 부르며 씨세를 연호했다.
영국 ‘BBC’ 캐스터도 자국 선수(무함마드)가 졌음에도 환호성을 내질렀다. “씨세의 돌려차기는 황홀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두가 태권도의 매력에 흠뻑 빠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국 시청자들은 이 순간을 즐기지 못했다. 지상파 방송국은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승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3관왕을 달성했고 일본이 2위로 들어왔다.
해설자는 ‘일본 육상의 비약’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같은 시각 영국 ‘BBC’는 ‘올림픽 태권도의 비약’을 주목하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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