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16]안철수, "정부, 국내 중소벤처 현실 몰라"
국내 중소벤처의 낮은 성공은 기업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
HW에 이어 SW 혁신 필요...정치권, 대중소 상생 지원 고민해야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6'를 방문, 국내의 낮은 중소벤처기업 육성 의지에 대해 쓴소리를 날렸다. 대중소기업간 협업을 통한 상생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정치권의 역할론도 역설했다.
안 전 대표는 3일(현지시간) ‘IFA 2016’이 열리고 있는 독일 베를린 시티큐브 베를린 내 삼성전자 전시부스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의 현실을 잘 모르고 핵심적인 문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독일과 달리 국내에서는 중소벤처기업들의 성공 확률이 낮은 이유로 정부의 기업들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꼽았다. 그는 “정보통신부가 있었을 시절에도 그렇고 지금도 왜 기업들이 제대로 못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간거래(B2B) 기업들이 잘 안 되는 것은 동물원과 같은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B2B 기업의 경우, 제일 첫 납품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게 되는데 대기업들이 요구하는 독점 계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점계약을 맺게 되면 그 때부터는 빠져나갈 수가 없게 되고 결국 그 기업만을 위해서 일하다가 그냥 망하게 된다”며 “시장규모가 크지도 않은 우리나라의 이런 구조는 다른 나라에서는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정부가 이러한 동물원 구조를 오히려 고착화시키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들었다.
혁신센터를 만든다고 할떼 권역별로 3~4개 대기업이 공동관리를 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이는 창업하는 기업들이 최소한 3~4개의 대기업에 자연스럽게 납품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정부로서도 동물원같은 국내의 산업 구조를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는 것이다.
그는 “하지만 결국 전국에 17개를 두고 대기업 하나씩 독점 권한을 주면서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어 준 격이 됐다”면서 “정부가 국내 현실에 대해서 핵심적인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이어 국내 업체들의 기술 혁신이 하드웨어(HW)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소프트웨어(SW) 기술에 대한 혁신도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기술은 충분히 있는 상황으로 이를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것이 관건으로 신기술보다는 존재하는 기술에 대한 유저빌리티 문제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의 HW 기술은 전 세계 최고지만 SW 기술은 굉장히 못 미치며 특히 시스템SW 분야는 축척된 것도 없다”며 “향후 SW 기술 경쟁으로 가게 되면 우리가 굉장히 불리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전시장을 둘러본 소감으로 독일 중소업체들의 혁신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국내 에서도 혁신에 강한 중소기업들과 표준화에 강점이 있는 대기업들과의 상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제도적·정책적 지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 세계가 혁신 경쟁의 전쟁터로 (IFA와 같은 전시회에) 직접 와보고 우리 수준이 어떤지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대체 어떤 일을 해서 제도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이러한 현장에 (정치인들이) 안 온다는 것은 그만큼 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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