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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호남 표 20% 확보하려면?


입력 2016.09.08 10:32 수정 2016.09.08 10:34        고수정 기자

새누리, 내년 대선 정권 재창출 위한 서진정책 본격 가동

전문가들 "'정책'보단 '인물'…합리보수주의자 내세워야"

새누리당의 서진정책의 핵심은 인물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은 8월 3일 오후 전주시 완산구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4차 전당대회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하고 있는 당시 이정현 당대표 후보.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누리, 내년 대선 정권 재창출 위한 서진정책 본격 가동
전문가들 "'정책'보단 '인물'…합리보수주의자 내세워야"

새누리당의 서진(西進)정책, 결국 핵심은 인물이다. 호남 출신 이정현 대표가 ‘호남 주류 정치 일원론’ ‘호남-새누리당 연대론’을 꺼내며 대선을 향한 호남 공략 체제를 가동했다. 이 대표는 호남 표 20% 확보를 위해 정책 발굴 등 로드맵을 구상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인물’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대표는 대선을 약 15개월 앞둔 현재 서진정책을 공식화했다. 그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역지사지로 정치를 펼쳐야 할 때”라며 “새누리당 정부와 이전 보수 정부가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 집권시절 국정에 더 적극 협조하지 못한 점, 국민이 뽑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던 것 역시 사과드린다”고 했다. 새누리당 대표가 호남 차별 및 노 대통령 탄핵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최근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 등에서 호남에 적극적인 지원책을 약속하는 등 서진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당내 호남 출신 의원들이 대거 참여한 모임 ‘새호회’를 만들어 가동 중이다. 이 대표는 물론 전북 전주을 지역구의 정운천 의원, 호남 인맥으로 분류되는 이종구 의원과 호남이 고향인 심재철·정양석·신보라·조훈현 의원 등이 참여한다. 6일 열린 ‘새호회’ 모임 참석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역 책임당원 확대 방안 당비 월 2000원→1000원 △새만금사업 완공 지원 위한 당내 특별위원회 구성 등의 아이디어를 논의했다. 이 대표가 같은 날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만난 것도 서진 정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영남 기반의 보수 정당이 야권의 텃밭인 호남의 표를 일부 가져와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새누리당은 17대 대선(이명박 후보)에서 △전북 9.04% △전남 9.22% △광주 8.59%의 득표율을 얻었다. 18대 대선(박근혜 후보)에서는 △전북 13.22% △전남 10% △광주 7.76%로 대통령 직선제 이후 호남권에서 최다득표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기록을 넘어선 20% 득표율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4·13 총선에서 이례적으로 두 명의 의원을 배출하고, 호남 출신의 당 대표가 당선됐다는 점, 두 야당에서 여전히 호남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 이 대표의 서진정책 추진에 힘을 더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서진정책 성공을 위해서는 ‘정책’보단 ‘인물’에 방점을 둬야한다고 조언한다. ‘호남=야당 텃밭’이라는 공식이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도 틈을 보인 만큼 진보 성향이 강한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를 얼굴로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여권 주자 중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인물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다.

조정관 전남대 교수는 7일 본보와 통화에서 “SOC 지원, 산업단지와 관련한 실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게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제일 어필할 수 있는 분야다. 하지만 그러한 정책을 제시한다고 해도 대선 득표율 20% 달성은 결국 인물의 문제”라며 “호남에서 동의할 수 있는,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보수주의자가 전면에 나서야만 20% 확보 가능성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반 총장의 경우 중도적 이미지로, 중도층을 많이 견인해낼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것 아니겠느냐”며 “인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친박계는 이러한 점을 고려, 반 총장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는 기존의 영남 기반에 충청 주자, 호남 지지세를 더한 대선의 필승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반 총장의 호남 지지율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비슷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반 총장은 호남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지지율이 비등하다. 본보가 의뢰해 알앤써치가 무선 83%·유선 17% 방식으로 실시한 9월 첫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호남에서 반 총장의 지지율(14.2%)은 문 전 대표 지지율(14.3%)과 0.1%p 차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21.5%로 호남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에서 합리적인 보수주의 주자를 내세워도 계파 싸움이 만연하고 하나의 계파가 독식한 보수당의 모습으로는 호남 민심을 얻을 수 없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교수는 “호남 공략을 위해서는 진정성이 상당히 필요하다”며 “친박계와 비박계가 화합하고, 통합의 모습을 보여주는, 중도층이 동의할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포스트 박근혜’와 친박계만 주도하는 새누리당으로는 호남 20%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야당에서는 이 대표의 서진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6일 PBC 라디오에서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집권하기 힘든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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