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비판은 애정’ 슈틸리케 감독, 변한 것은 없나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09.18 00:09  수정 2016.09.17 20:30

최종예선 2연전에서 승리에 가렸던 불안요소들 한꺼번에 드러나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팀 운영 논란, 건전한 비판에 날카로운 대응

울리 슈틸리케 감독.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 이후 최대 고비를 맞이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중국전과 시리아전에서 1승1무에 그쳤다. 한 수 아래로 꼽혔던 상대들과의 대결에서 답답한 경기력을 드러내며 최종예선 행보가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2연전 내내 석연치 않은 팀 운영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석현준 같이 충분히 발탁 가능한 공격수를 부르지 않았고, 뚜렷한 이유 없이 23인 명단을 20인으로 축소해 전력 약화와 주전들의 체력 부담을 초래했다. 또 부적절한 교체타이밍과 플랜B 부재 등으로 도마에 올랐다.

찬사 일색이던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여론도 급격히 악화됐다.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비판적인 분위기는 지난 2년 동안 승리에 가린 슈틸리케호의 불안요소들이 2연전에서 한꺼번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의 부진으로 큰 실망을 안겼던 홍명보 전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전임자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팀 승률, 확고한 원칙과 소신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팀 운영, 진중하고 성실한 직무수행 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축구팬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대표팀 감독상’에 부합하는 행보를 그렸다.

하지만 이면에는 조금씩 부작용도 자라나고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과 팀 운영에 대한 과대평가는 오히려 대표팀의 현 주소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초심을 잃고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을 조금씩 드러낸 것도 사실이다. 선수선발과 기용에서 초창기와 달리 원칙에 어긋나거나 앞뒤가 맞지 않은 장면이 조금씩 늘어났고, 심지어 자신에 대한 충분히 근거 있는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비난을 위한 비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반응했다. 부임 초기에는 볼 수 없었던 태도다.

이번 최종예선이야말로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진정한 시험무대인 셈이다. ⓒ 연합뉴스

건강한 비판도 애정의 다른 표현이다. 실패한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슈틸리케호 역시 지금부터야말로 객관적이고 냉철한 평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은 지금까지 전반적인 성적표를 감안하면 과보다 공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그가 이룬 성적은 대부분 아시아권에서도 약체팀을 상대로 거둔 결실에 편중됐다. 축구대표팀의 역사를 살펴봐도 조광래-최강희-홍명보에 이르기까지 초창기에는 꽤 순조로웠으나 용두사미로 허무하게 끝난 케이스는 수없이 많다.

이번 최종예선이야말로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진정한 시험무대인 셈이다. 슈틸리케호의 궁극적인 목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다. 한국은 이미 슈틸리케 감독 이전에 무려 8회 연속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고 있는 팀이다.

그에 비하면 슈틸리케 감독은 냉정히 말해 한국대표팀을 맡기 이전까지 지도자로서 이룬 것은 별로 없었다. 현실에 안주하는 마음이나 자만심을 버리고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처음 잡을 때 당시의 초심을 되새겨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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