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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막고 서로 주장만 반복한 백남기 청문회


입력 2016.09.13 10:05 수정 2016.09.13 10:06        전형민 기자

<현장>여당 '불법시위' vs 야당 '과잉진압'…서로 주장만 메아리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가 12일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농민 백남기씨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여야는 청문회에서 '불법시위'와 '과잉진압'을 두고 신경전을 펼쳤다.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는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과 살수차를 직접 운용한 한석진, 최윤석씨도 출석했다. 두 사람은 신변노출을 꺼려 박근혜 정부 들어 두 번째로 청문회에 가림막이 설치되기도 했다.

강신명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고 무조건 사과는 옳지 않아"

이날 청문회의 화두는 '불법시위'와 '과잉진압'이었다. 청문위원으로 청문회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경찰의 △과잉대응 △살수차 문제 △진술서 자료제출 문제 등을 청문회 내내 집중적으로 캐물었고 증인으로 출석한 강신명 전 청장 등은 이를 두고 야당 의원들과 설전(說戰)에 가까운 자세로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강 전 청장은 의원들의 질문을 끊고 답변하거나, 의원과 동시에 목소리를 높여가며 말을 이어가는 등 당시 경찰의 행위가 고의·과실이 없다는 점을 강변했다.

강 전 청장은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의 '어쨌든 경찰의 행위로 백남기 농민이 중태에 빠진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물음에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고 해서 불법·폭력 시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법 집회를 벌인 분들이 책임을 지고 있는데 경찰은 왜(백남기 농민의 중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강 전 청장은 "안 지지 않는다"며 맞받아쳤다.

강 전 청장은 청문회 내내 "인간적인 사과는 몇 번 했다"며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대응이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는만큼 법적인 판단이 내려져서 책임이 있다고 나온다면 사과하겠다"는 논지의 입장을 견지하다가 진선미 더민주 의원의 "(시위중) 불법이 있었다고 해서 모든 경찰의 불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서야 "예"라고 답했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백씨의 딸 백도라지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진선미 "불법시위라고 해서 경찰 불법이 정당화되진 않아"

박주민 더민주 의원은 물대포와 살수차의 위험성이 공인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이에 대한 안전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박 의원은 "살수차는 거리에 따라 수압을 조절해야하는데 거리 측정 장비가 없어 눈대중으로 거리를 짐작하고, 디지털 장치로 수압을 조절할 수 있음에도 감각에 의존하는 페달을 사용했으며, 바깥 상황을 볼 수 있는 CCTV는 기준의 절반 수준 해상도 였다"며 경찰 살수차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했다.

강 전 청장은 이에 대해 "살수차는 사람을 조준해서 사용하는 무기가 아니다"라고 답했으나 박 의원이 재차 "제대로 바깥 상황을 감식하면서 위해성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아니고 의원님이 지적해주셔서 이번에 예산을 통해 개선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가림막을 치고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백남기 농민에게 직사한 살수차인 충남9호를 운영한 두 증인 중 한 명인 최윤석 증인은 박 의원의 "(시위 전날) 전날 교육받은 내용중에 '(살수차는) 위험한 장비다'라는 내용이 있느냐, 사람한테 쏘면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해봤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사용하라는 교육을 받았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여야, 최초 진술서 제출 공방

경찰이 사건이 벌어진 후 하루만인 지난해 11월15일 내부 감찰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 중요 증인의 진술서 제출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민중총궐기 시위가 발생한 당일인 14일 직후 살수차 운용인물과 시위 진압을 총괄한 4기동단장 등을 상대로 진술서를 받았다.

이날 청문회 시작과 동시에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한 안행위 간사인 박남춘 더민주 의원은 "이번 청문회 준비과정중 야당 의원의 공통애로사항"이라며 경찰이 제출하지 않고 있는 진술서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나 윤재옥 새누리당 간사는 "사건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이 진행중이고 검찰이 조사중이라 사실관계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자료"라며 제출의 문제를 주장했다. 유재중 안행위 위원장도 "재판과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런 것(제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며 청문회를 속행시켰다.

결국 이날 오후 자료제출을 문제로 청문회를 정회하고 여야 간사가 합의했으나 새누리당의 합의거부로 최초 진술서는 제출되지 않은 채 청문회는 속개됐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백씨의 부인 박경숙(뒷줄 가운데)가 증인으로 출석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뒤에서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철호 "공권력 사망하면 국가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1분 무언(無言) 발언"

야당이 경찰의 '과잉진압'에만 초점을 맞춘 것과 반대로 여당은 '불법적·폭력적 시위'를 부각시키는 것에 온 역량을 쏟아부었다. 장제원 의원은 최근 1심 판결을 통해 징역 5년이 결정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판결문을 언급 "입에 담지 못할 시위대의 폭력 과격 시위였다는 것이 한상균 위원장의 판결문에 나와있다"고 말했다.

홍철호 의원은 "(백남기 농민 사건은) 참 불행하지만 사고로 봐야한다"며 "검찰이 수사중이고, 백남기 농민께는 유감이지만 불법시위로 다친 경찰도 많은데 이들에게 유감을 표시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 부분을 똑똑히 짚고 넘어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청문회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공권력이 사망하면 국가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자는 의미에서 무언(無言)으로 1분간 발언하겠다"며 1분간 침묵하기도 했다.

황영철 의원은 백남기 농민의 딸인 백도라지씨에게 "(살수차 운용 당사자였던) 한석진, 최윤석 증인에게 할 말 없느냐"고 묻고 "물론 재판을 지켜봐야겠지만 백남기 농민이 꼭 깨어나서 가족들과 강신명 전 청장, 한석진·최윤석 증인이 한자리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감싸안고 아픔을 나누는 모습이 보여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강석호, 박성중, 박순자 의원 등은 7분의 발언시간중 1~2분을 영상 시청에 할애했다. 영상은 외국의 과격 시위 진압 방식에 대한 비교, 미국 하원의원이 불법 시위로 수갑을 차는 보도,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시위대가 차벽을 끌어내거나 차벽위의 경찰을 공격하는 내용 등이었다.

한편 강신명 전 청장은 시위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우리 사회에 여러가지 제도적 의사표현 장치와 법률적 구제 절차가 완비돼 있는데 거기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이나 다수의 위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쁜 관행이 아직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했고, 정부가 쌀값 문제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등 제기능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불법·폭력 시위에 의해 해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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