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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화기애애했지만... 입장차에 신경전 팽팽


입력 2016.09.12 20:08 수정 2016.09.12 20:10        이슬기 기자

이정현 '아이스 브레이킹' 자처해 참석자들 웃음 터뜨리기도...신경전도 팽팽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위기 상황과 관련한 해법을 모색기위해 여·야 3당대표와 회동,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 대표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위기 상황과 관련한 해법을 모색기위해 여·야 3당대표와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새벽부터 돌았습니다. 하여튼 스피드하게!"

박근혜 대통령과 3당 대표 회동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시작됐다. 청와대 접견실에서 상기된 표정을 지은 채 일렬로 서 있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통일부 외교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경제부총리의 얼굴에도 웃음이 비쳤다.

전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 대통령에 전할 메시지를 공모하는 등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데다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 등 민감한 의제도 예고된 만큼, 이날 회동은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이 대표가 회동 전 기념사진 촬영부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고, 참석자들 사이에선 네 차례에 걸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선물도 오갔다. 박 대통령과 3당 대표가 자리에 착석하자, 추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UBS를 선물한 것이다. 이는 장애우 직원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앞서 지난 7일 박 대통령이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선물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전달됐다. USB에는 별도의 자료가 들어있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윤관석 더민주 대변인은 "추미애 대표가 사회적 기업 장애우들이 제작한 USB를 전달한 것은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가 만든 제품이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는 통합 차원에서 대통령께 화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 회동으로 들어서면서 박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 간 입장은 또렷이 갈렸다. 특히 사드 배치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기한 문제 등 정부와 국회 간 조율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선 평행선을 달렸고, 대화 중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회동 직후 더민주 측 기자회견에선 '다툰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으나, 윤 대변인은 "그런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서로 간 접점을 찾는 것이 어려워 처음에는 대화 중 언성이 높아지고 (이견을) 드러냈다"며 "대통령께서 모두발언을 하고 배석한 뒤, 장관들에게 일단 보고를 (대표들에게)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추 대표는) 대통령을 뵙고 싶어서 왔고, 대통령께 이야기를 듣겠다고 해서 필요하면 듣는 것으로 해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미묘한' 신경전은 좌석 배치에서도 기인했다. 배석자인 장관들인 3당 대표와 한 테이블에 앉으면서, 야당에선 "대통령 말씀을 일방적으로 들으라는 태도"라는 평을 내놨다. 또한 추 대표가 "대북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지만, 박 대통령은 다소 단호한 태도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지만 거부하고, 핵 실험하고, 시간 벌기에 이용하고 있다”며 "지금도 핵 탑재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은 더 완성시키려고 심지어 우리하고 대화하는 합의 기간 중에도 핵 고도화만 생각하면서 하고 있다. 그래서 특사 파견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전했다. 이에 추 대표가 "대통령께서도 북한에 특사로 가신 적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으나, 박 대통령은 "그 문제에 대해 나는 대북 특사로 간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선 두 야당 모두 새누리당의 합의 제안에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추 대표에 따르면, 회동 막바지에 이르러 이 대표가 합의를 제안했고, 박 대통령도 3당 대표가 한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추 대표와 박 대표가 동시에 "강요된 합의는 있을 수 없다"며 일축했다고 한다.

야당에선 '대통령의 안보강의'에 불과했단 평이다. 사드 문제와 우 수석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한 목소리'만을 요청했다고 논평했다. 회동 형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윤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압박과 좌석배치에서도 소통의 벽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의상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어두운 감색 재킷에 하늘색 셔츠, 회색 바지에 검정색 구두를 착용했다. 짙은 감색은 박 대통령이 지난 2월 국회에서 북핵 관련 국회 연설 당시 입었던 정장의 색이다. 동시에 지난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정상회담을 할 때 해당 의상을 입었다.

박 대통령은 20대 총선 이후 국회 일정을 소화할 때마다 연분홍 재킷과 회색 정장을 입었던 바 있다. 협치를 강조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의상은 북핵 문제 및 사드에 대한 박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3당 대표들도 각당의 대표색에 맞는 차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새누리당 상징색인 붉은색 계열의 주황색 넥타이를 착용했고, 추 대표는 더민주의 대표색인 파란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었다. 박 위원장도 국민의당을 떠올리게 하는 녹색 넥타이를 선택했다.

한편 추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추 대표는 '우리모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과 가습기 사태 관련 책임자 엄벌, 한일 위안부 협상 무효 여론에 대한 대통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와 입장 공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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