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국회에서 법안이 법률이 되기까지

전형민 기자

입력 2016.09.18 05:51  수정 2016.09.18 05:52

19대 국회 법안발의 17822건중 처리는 7441건

법안→법률까지 공식 관문 4개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의 다른 말은 '입법부(入法部)'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입법부(入法部)'

대한민국 국회를 칭하는 다른 말이다. 지금은 사회 전반의 현안과 관련 첨예한 대립으로 국회가 '싸움터'라는 오명을 얻고 있지만 국회의 주된 기능은 입법(入法, 법을 제안하고 심사하는 일)임을 명시적으로 나타내는 단어다.

지난 5월30일 막을 내린 19대 국회를 돌아보면 19대 국회는 임기기간인 4년동안 무려 17822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의원 300명이 1인당 평균 60여건에 달하는 법안을 제출한 수치로 역대 최다 발의다.

18대 국회는 13913건, 17대는 7489건, 16대 2507건 순이다. 그러나 발의건수에 비해 처리 비율은 과거 국회에 반비례한다. 19대 국회에 발의된 17822건이 법안중 처리된 법안은 7441건으로 전체 발의건수에 42%에 불과하다. 2507건만 발의된 16대 국회에서는 1578건이 처리돼 63%의 처리 비율을 보였다.

매년, 매회기마다 다양해지는 사회에 발맞춰 법안 발의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혹자는 처리 비율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지만 다양화된 사회에 따라 법안의 발의가 많아진 것을 '문제점'으로만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회 본래의 기능이라는 입법 기능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데일리안'은 4년간 국회의원 1인당 평균 60여건을 발의하고 그중 25건만 살아남은 '법이 되는 과정'을 들여다봤다.

법안 발의의 첫번째 관문, 상임위 법안심사소위

법안 발의를 위해 가장 첫번째로 해야할 일은 법안을 만드는 것이다. 법안은 보통 의원실에서 정부부처, 유관기관, 일반인 등의 민원을 통해 접수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현행법령의 개선이나 현행법령이 없다면 신규 법령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법안이 만들어지면 제안권자인 국회의원 10인 이상의 찬성을 얻어 국회에 제출해야한다. 의원의 보좌진들은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의원실을 돌며 서명을 부탁하기도하고 의원이 각 회의장이나 의원총회에서 법안을 직접 들고 나타나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기도 한다. 이렇게 국회내에 최소한의 법안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제출된 법안은 국회의장이 인쇄해 300명 각 의원에게 배부하고 본회의에 보고한 후 소관 상임위에 회부해 심사하게 한다. 이때 국회가 폐회나 휴회 등으로 보고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를 생략한다. 국회 내 18개 상설 상임위원회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나눠서 다루고 있다. 각 상임위에는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구성돼있고 의장이 상임위에 회부한 법안은 제일 먼저 전체회의에서 소개된 후 자동적으로 법안심사소위를 거치게 된다.

국회 보좌진들은 사실상 각 상임위의 법안심사소위가 입법의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관문이라고 말한다. 법안의 문제점, 법안으로인해 이해가 충돌하는 것 등 법안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고치는 작업이 제일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 특별히 쟁점 법안이 아니라면 대체로 상임위원회의 통과는 무난하다.

국회 보좌진들은 사실상 각 상임위의 법안심사소위가 입법의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관문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상임위 전체회의의 모습. (자료사진) ⓒ데일리안

두번째 관문, '국회의 숨은 권력자' 전문위원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 두 번째 관문인 상임위 전체회의가 기다리고 있다. 이미 쟁점사안과 이견을 법안심사소위에서 대체로 좁혀놨기 때문에 상임위원들간 다툼은 대체로 없다. 그러나 드물게 전체회의에서 고꾸라지는 법안도 있다. 상임위 전문위원의 의견에 위원들의 의견이 갈리는 경우다.

각 상임위원회에 소속된 전문위원들은 말 그대로 그 분야의 전문가다. 이들은 법안이 실행될 때의 부작용 등 법안의 실제 파급효과를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상임위 법안소위에서부터 참석해 법안에 대한 의견을 낸다. 세부 내용이나 부작용 등 상세한 부분까지 제대로 알기 어려운 의원들의 판단에 전문가의 발언은 큰 영향을 미친다.

한 보좌관은 "전문위원이야말로 '숨은 권력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상임위에 도착한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할 때부터 수석전문위원이 '검토보고'라는 명목하에 법안에 대해 의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견해를 펼친다"며 "수석 전문위원의 검토보고가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에 따라 법안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이 여반장으로 바뀔 때도 있다"고 귀뜸했다.

세번째 관문, '국회의장 다음은 법사위원장'

국회 상임위원회중 일이 많기로 소문난 상임위원회를 꼽으라면 항상 빠지지 않는 상임위원회가 법제사법위원회다. 각 상임위원회를 거친 법안은 '체계·자구심사'를 위해 무조건 법사위를 거치게돼있기 때문이다.
결국 법사위는 국회 본회의장에 올라가는 모든 법안을 검토하는 마지막 수문장 역할을 한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법안 검토의 마지막 수문장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이상민 당시 법사위원장이 여야 원내대표가 처리에 합의한 쟁점 법안의 법사위 심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여야 원내대표는 국회 공전 타파를 위해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관광진흥법 △대리점거래공정화법 △모자보건법 △전공의법 등 쟁점 법안을 처리키로 전격 합의했으나 이 위원장은 "여야 원내대표의 심야합의는 국회법 59조의 위반이므로 법사위원장으로서 법을 위반하여 수용할 수 없다"며 심사를 거부했다.

당시 이 위원장의 이 같은 심사거부에 정치권에서는 '국회에서 국회의장 다음으로 쎈 사람은 법사위원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20대 국회 들어 정부여당인 새누리당이 법사위원장직을 가장 먼저 챙긴 것도 이런 학습효과의 영향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물론 예외도 있다. 국가 비상사태나 천재지변 등의 상황에는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로 법안을 상정할 수 있다.

최종 관문, '본회의'와 그 후…

법안이 사실상 실무단계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까지 통과했다면 7부 능선은 넘었다고 본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친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장에서 법안의 제목과 제안취지가 대표발의 의원으로부터 소개되고 의원들의 찬반 투표로 통과 혹은 처리가 결정된다. 일반인이 접하는 '-안 처리', '-안 통과'는 대체로 본회의의 심의와 의결을 통과했다는 뜻이다. 본회의 의결시 통과 기준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다.

사실 본회의를 통과했더라도 법안이 그대로 법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본회의를 통해 의결된 법안은 이제 국회의 손을 떠나 정부로 이송된다. 정부에 이송된 법안은 15일안에 대통령 명의로 공포되고 공포된 법안은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공포후 20일이 지나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정부이송 후 공포까지 15일 이내에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거부권이 행사되면 정부는 법안에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환부해 재의를 요구하고, 국회는 종전보다 강화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인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한다. 다만 재의 요구로 환부된 법안조차 국회를 통과한다면 대통령의 거부와는 상관없이 법안은 효력을 발생한다.

3권분립의 상징적인 의미로만 남아있던 거부권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두 차례 행사됐다. 지난 2015년 거부권은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로 일단락 지어졌고, 19대 국회 종료시점이 임박한 상황에서의 거부권은 결국 물리적 시간을 이유로 재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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