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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거 20주년' 아스날의 아름다운 농락


입력 2016.09.26 00:00 수정 2016.09.26 06:02        데일리안 스포츠 = 박시인 객원기자

산체스 앞세운 펄스 나인 전술 가동...첼시 코스타 경기 내내 짜증

산체스 앞세운 펄스 나인 전술 가동...첼시 코스타 경기 내내 짜증

아스날 벵거 감독. ⓒ 게티이미지

아스날이 아르센 벵거 감독의 20주년 경기인 첼시와의 런던 더비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과시하며 승리했다.

아스날은 2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첼시전에서 3-0 완승했다. 이로써 아스날은 시즌 초반 2경기 연속 무승(1무 1패) 이후 리그 4연승을 질주하며 3위로 뛰어올랐다.

아스날에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경기였다. 1996년 9월 22일 아스날의 지휘봉을 잡은 벵거 감독이 20주년 경기인 데다 최근 리그 9경기 연속 첼시전 무승 징크스도 깼다. 벵거 감독이 지향하는 아름다운 축구로 내용과 결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념비적 승리로 기억될 전망이다.

벵거 감독은 다시 한 번 알렉시스 산체스의 ‘펄스 나인’ 전술을 가동했다.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았던 전술이었지만 이날 경기만큼은 공수 양면에 걸쳐 원활하게 돌아갔다.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은 아스날은 속도감 있고 역동적인 패스 전개로 첼시를 농락하다시피 했다. 일단 기동력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드러났다. 경기장 곳곳에서 2-3명이 에워싸는 압박의 형태가 이뤄지며 첼시의 패스 경로를 지워버렸고, 공을 탈취한 뒤 빠른 역습으로 전개했다.

전방에서의 적극적인 압박도 주효했다. 전반 11분 산체스의 압박에 당황한 나머지 게리 케이힐이 백패스 미스를 범했고, 이를 산체스가 선제골로 마무리했다.

과거 2선에서 잦은 턴오버를 저질렀던 산체스는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맡은 이후 볼 소유 시간을 대폭 줄인 채 간결한 터치를 보여주고 있다. 벵거 감독의 전술적 지시에 따라 미드필드나 좌우 측면으로 빠지면서 공간을 창출하고, 알렉스 이워비-시오 월콧과의 스위칭을 통해 첼시 수비를 교란했다.

산체스가 비운 전방 공간은 주로 이워비보단 월콧이 적절하게 메웠는데 전반 15분 두 번째 골 장면은 이러한 움직임과 패스 플레이가 완벽하게 결합됐다. 산체스가 2선으로 내려오면서 월콧이 전방으로 올라섰고, 이워비가 오른쪽 빈 공간으로 침투 패스를 넣어주자 쇄도하던 엑토르 베예린의 논스톱 크로스를 월콧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아름다운 패스 앤 무브를 통한 예술 작품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아스날이 자랑하는 두 에이스 외질과 산체스가 역습 상황에서 아름다운 골을 합작하며 쐐기를 박았다. ⓒ 게티이미지

초반부터 두 골을 앞선 아스날은 비교적 손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패스의 줄기는 대부분 산티 카솔라가 시발점이었다. 카솔라는 볼 소유권을 잃지 않고, 적재적소로 패스를 뿌려주며 빌드업을 책임졌다. 그리고 그의 파트너 프랑시스 코클랭이 전투적인 압박과 태클 시도를 통해 첼시의 패스 타이밍을 늦추는데 기여했다. 메수트 외질은 플레이 메이킹뿐만 아니라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성실함을 보였다.

이워비의 급성장은 벵거 감독을 흐믓하게 하고 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정교한 드리블로 상대 압박을 간단하게 털어내고, 영리하게 패스 타이밍을 잘 포착하는 등 2선에서 원활한 패스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이워비의 활약으로 외질은 한층 부담을 덜고 경기할 수 있었다.

이날 첼시는 공격에서 전혀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좌우 윙어 에당 아자르와 윌리안은 베예린, 나초 몬레알에게 차단당했고, 마침내 선발 출전 기회를 부여 받은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아스날의 압박에 지워졌다.

시즌 초반 물이 오른 디에고 코스타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로랑 코시엘니, 쉬코드란 무스타피는 번갈아가며 코스타를 강하게 밀착 마크했고, 스피드와 몸싸움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자 코스타는 경기 내내 짜증 섞인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라이벌전답지 않게 승부는 싱겁게 갈렸다. 전반 40분 아스날이 자랑하는 두 에이스 외질과 산체스가 역습 상황에서 아름다운 골을 합작하며 쐐기를 박았다.

전반에만 0-3으로 뒤진 첼시는 후반 10분 파브레가스를 빼고, 마르코스 알론소를 투입해 3-4-3으로 변화를 가져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아스날은 중원을 더욱 단단하게 하며, 날카로운 역습으로 첼시 수비를 위협했다. 후반 중반에는 이워비 대신 키어런 깁스를 교체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했고, 결국 벵거의 20주년 경기를 3골차의 기분 좋은 대승으로 마쳤다.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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