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해찬, 움직이는 ‘안희정 사람들’
복귀 자체로 결집의 원동력 작용...'충청 맹주' 안희정계 당내 '꿈틀'
더불어민주당 친문(친 문재인)계가 지난달 30일 ‘불편한 손님’을 맞이하게 됐다. 4.13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해 탈당했던 이해찬 의원의 복당이 결정된 것이다. 당 일각에선 6개월 만에 돌아온 ‘친노(친 노무현) 좌장’을 중심으로 충청권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세(勢)가 힘을 얻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 의원 측은 “경선에선 어떠한 역할도 안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당무위원회의를 열고, 이 의원을 비롯해 총선에서 이 의원을 도왔다는 이유로 제명을 당한 세종시 당원 15명의 복당을 일괄 승인했다. 이 의원은 복당이 결정된 데 대해 “당에 복귀해 민생위기, 민주주의위기, 한반도 평화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호를 구하기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을 암시했다.
정가에선 향후 이 의원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지도부와 교감을 통해 얻는 방식이 아닌, 본인 스스로 역할을 구축할 거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이 의원과 문재인 전 대표가 각각 친노와 친문 그룹으로 사실상 이별 수순을 밟았고 △이 의원의 지역 기반이 충청권임을 고려할 때, 국정감사 직후 시작될 대선 경선 정국에서 안 지사 등을 비롯한 타 잠룡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김종인 지도부에 의해 공천에서 배제됐지만, 사실상 문 전 대표의 의사와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문 전 대표가 김 전 대표를 영입했고, 당시에도 당 주류그룹 수장으로서 문 전 대표의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했기 때문이다. 실제 당내에서도 컷오프 결정에 대해 문 전 대표의 책임론을 언급,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벌어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내에 두루 포진된 안 전 지사 측에선 이 의원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친노라는 범주 안에서 좌장 역할을 하는 분이기 때문에 안희정 지사에 힘을 실어준다면 일단 계파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고, 지역적 명분도 충분하다”며 “이 의원도 공천 당시 문 전 대표가 특별히 방어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게 이번 전대에서도 표출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당내 충청지역 그룹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데 이어, 충청 맹주인 안 지사의 세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이 특정 후보에 힘을 실어주지 않더라도, 복귀 자체가 결집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일단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대전·충남·세종을 지역구로 둔 9명의 의원이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타 잠룡의 측근으로 불려온 인사도 포함됐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지역’이라는 요소를 무시할 수 없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각각 안 지사의 정무부지사와 비서실장을 역임한 조승래·김종민 의원,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안 지사의 캠프에서 총괄특보로 활약한 정재호 의원도 핵심 인물이다. 여기에 당초 손학규계로 분류됐던 수도권 초선 의원 역시 최근 안 지사 측 인사들과 접촉면을 대폭 늘리면서 합류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다만 이 의원 측은 “안 지사 본인이 ‘충청에 머물지 않겠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충청이라는 이유로 묶을 사안이 아니다”라며 “안 지사뿐 아니라 지금 대선에 나오려는 김부겸 의원, 박원순 시장과도 이 의원이 모두 친분이 있는데, 한 인물 쪽으로 그리 쉽게 움직일 분이 아니다. 특정 개인을 위해 움직여준다든지 힘을 보태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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