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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과 김일성의 발길이 머문 곳을 찾아...


입력 2016.10.08 06:22 수정 2016.11.21 10:58        데스크 (desk@dailian.co.kr)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전국여행-첫째날>

평화의 댐 ~ 통일 전망대 ~ 이승만별장

우리 부부는 결혼하기 전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해서 나는 공직에서 33년을 근무하다 2015년 6월 말에 정년퇴직을 했고, 사랑하는 아내 박경희는 2014년 연말에 공로연수에 들어가 2015년 12월에 35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였다. 참 오랜 기간 동안 별 탈 없이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모두 정년퇴직한 것은 큰 기쁨이고 영광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퇴직을 앞두고 ‘30년 이상 남은 긴 여생을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니 막막할 뿐 막상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매일 새벽같이 출근을 하다가 아직도 생각에 청춘 같은데 집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처럼 등산 등 취미생활을 하며 무료하게 지낼 것을 생각하니 답답할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그동안 직장생활 하느라 고생도 많이 했는데다 머리에 쌓여 있는 스트레스도 해소할 겸 해서 전국 여행을 하면서 퇴직 후 할 일을 생각해 보기로 하고 전국 일주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이런 계획을 수립하고 전국 주요 여행지 중 우리들이 가보지 않은 곳을 8절지 크기의 전국지도에 체크한 후 2015년 7월 7일부터 8월 5일간 한 달 동안 동해 최북단인 고성에서부터 남해안과 서해안으로 돌면서 관광을 한데 이어, 그해 겨울인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일까지 25일 동안에는 제주도에 살면서 관광을 하였다.

퇴직 후 여름과 겨울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55일 동안 자동차를 직접 몰고 8,761km 달리며 남한의 대부분을 돌아보았다. 우리 부부가 전국을 관광한 목적은 3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면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여유를 즐기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퇴직 후 30∼40년간의 제 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기 위한 것이었으며 여행을 통해 어느 정도 큰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55일간의 여행은 그동안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나 자신과 마주한 시간들이었으며, 인생에 있어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리 부부는 여행 기간 동안 말다툼 한번 해 보지 않고 정말 재미있고 즐겁게 여행을 즐겼다.< 필자 주 >


한 달간의 전국 자동차여행을 떠나기 앞서 양평농원에서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기원하며 하트모양을 한 체 파이팅을 하고 있다.ⓒ조남대
자동차 트렁크에 각종 여행용품을 가득 싣은 모습.ⓒ조남대
‘화천 꺼먹다리’는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콜타르를 먹인 목재를 대각선 구조로 설치하는 공법으로 만들었으며, 현대교량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서 등록문화 제 11호다.ⓒ조남대
우리나라 최고. 최북단에 있는 ‘해산터널’은 일직선으로 되어 있어 입구에서 반대편 터널 끝이 보인다.ⓒ조남대
금강산댐은 북한의 수공과 대규모 홍수에 대비하여 2005년 2단계 공사를 준공하였으며 댐높이 125m, 길이 601m, 저수용량은 26.3억㎥ 이다.ⓒ조남대
평화의댐 공원 안에 있는 ‘세계평화의 종’은 신라범종 형태로 세계 30여개 분쟁지역의 탄피 1만관(37.5t)을 녹여 만들었다. ⓒ조남대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휴전선 건너편에 있는 북한 측 전망대.ⓒ조남대
날이 맑아 휴전선 건너편에 멀리 금강산이 보인다.ⓒ조남대
통일전망대 아래 주차장에 폐기차를 활용하여 만들어 우동 등을 판매하는 간이식당.ⓒ조남대

아침 9시 경희와 양평별장에서 커피 한 잔을 한 후 둘이 손을 맞잡아 하트모양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출정식을 가진 다음 한 달간 일정의 여행을 출발(차량 누적 거리 게이지가 162,900㎞)했다. 별로 덥지 않은 날씨 덕분에 상쾌한 기분으로 강원도 평화의 댐을 향하다.

평화의 댐을 첫 목적지로 정한 것은 동해안 최북단인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목인 데다, 말은 많이 들었는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기 때문이다. 경희가 옆자리 앉아 콧노래로 화진포 아가씨를 흥얼거리니 동해안 해수욕장이 벌써 눈앞에 와 있는 것 같이 흥분된다.

양평에서 수확한 토마토와 오이를 경희가 옆에서 어미가 새끼 제비에게 먹이 주듯이 입에 넣어주면서 시원하게 길을 달린다. 양평에서 유명산을 넘어 설악IC를 통해 경춘고속도로를 거쳐 화천 파로호를 지나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자동차 기름 게이지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도 모르고 달렸다.

강원도 산골이라 주유소도 드물어 가다 서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도로변 주민에게 물어보니 20분은 더 가야 주유소가 있단다. 가다 서면 보험회사 응급서비스를 부르지 하는 심정으로 달리다 보니 평화의 댐 좀 못 가서 반가운 주유소가 있다. 경희는 안심이 되어 10만 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기름을 가득 채운다.

평화의 댐을 향하여 달리다 보니 ‘화천 꺼먹다리’라는 특이한 이름의 다리가 있어 차를 세우고 보니 1945년 화천댐과 발전소를 준공하면서 세운 폭 4.8m, 길이 204m의 철골 콘크리트로 축조된 국내 최고의 교량인데 교량 위에 콜타르를 먹인 목재를 대각선 구조로 설치하는 공법을 사용함으로써 목재 부식을 최소화하고, 단순하면서도 구조적으로 안정감을 주어 현대 교량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란다. 또한 교량 상판이 검은색 콜타르를 칠한 목재라서 ‘꺼먹다리’로 불리며, 등록문화재 제11호다.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으면서 최고 높은 곳에 있는 터널인 해산터널을 지난다. 해산터널은 우리나라의 최고・최북단 터널이지만 일직선으로 되어 있어 입구에서 터널 끝이 보인다. 터널을 나와 평화의 댐까지 가는 길이 아흔아홉 구빗길이란다. 꼬불꼬불한 구빗길을 내려가다 보니 이상한 형태의 철골로 된 조형물이 보인다. 올라가 보니 화천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사방을 둘러봐도 높고 푸른 산으로 된 아름다운 우리 산하가 눈 아래 보인다. 절경이다. 속이 후련하다.

아흔아홉 구빗길을 지나 평화의 댐을 향해 달린다. 말도 많았던 평화의 댐은 역시 웅장한 모습이지만 유사시를 대비하여 평소에는 물이 하나도 없는 빈 댐이다. 1986년 북한이 금강산발전소 착공을 발표하자 북한의 수공과 대규모 홍수피해에 대비하여 1987년 착공하여 88년 1단계 공사를 완료한 데 이어, 2005년 2단계 공사를 준공하였으며, 댐 높이는 125m이고 길이는 601m, 저수 용량은 26.3억㎥, 사업비는 총 3,995억 원이 소요되었단다. 잘 단장되어 있어 방문객이 꽤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또 2008년 10월에는 평화의 댐 공원 안에 ‘세계 평화의 종’을 신라범종 형태로 세계 30여 개 분쟁지역의 탄피 1만관(37.5t)을 모아 녹여 만들었다. 이 ‘세계평화의 종’은 평화와 생명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1만관 중 1관(3.7㎏)을 떼어 비둘기 날개 모양으로 만들어 통일이 되면 떼어진 1관을 추가하여 세계평화의 종을 완성할 것이란다. 아직 미완성의 종인 셈이다.

또한 타종 기금을 에티오피아 빈민가정 장학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했으며, 세계평화를 갈망하는 각국의 유명 인사들의 기원문이 게시되어 있다.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 안보에는 1%의 빈틈이 없어야 함에도 일부에서는 평화의 댐 건설을 두고 정권 유지를 위해 안보위협을 과장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평화의 댐에 느리게 가는 그리운 우체통과 그림엽서가 있어 아들, 딸에게 나와 경희는 각자 편지를 보냈다. 오늘 여행을 떠났는데도 벌써 가족이 그리운 모양이다.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모든 것을 잊고 국토순례를 하면서 그동안 가슴속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 버리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 보겠다면서 경희와 함께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나와 너무 기분이 좋다’는 심경을 적었으며, 딸과 사위에게는 ‘외국의 어느 관광지 보다 시원한 공기와 멋진 산천을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와서 너무 기분이 좋으며, 이번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어 갈지 기대가 된다’는 소감을 적어 보냈다.

금강산댐을 둘러보고 양구, 인제 등 최북단 시골 마을을 지나 진부령을 넘는다. 진부령을 오랜만에 넘어 보는데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안으로 가는 다른 고갯길보다 굽이가 적어 동해안 최북단인 통일전망대를 쉽게 찾아갔다. 입구 신고소에서 출입신고서를 작성하고 자동차를 타고 한참을 더 올라가서야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날씨가 좋아 금강산과 구선봉 및 해금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한쪽에서 보는 남측전망대도 코앞에 보인다. 금강산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관광 체질인지 가는 곳마다 운이 따른다. 금강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시원한 동해 공기를 잔뜩 들이켜 본다. 다른 곳의 공기 보다 훨씬 더 상쾌한 것 같은 기분이다. 초창기 배를 이용하여 금강산을 관광했을 때만 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였는데 박왕자 씨 총기 사망사고 이후 아직까지 오가지를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와 운치가 있어 보이는 폐기차로 만든 식당에서 냄비우동으로 허기를 채운다.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DMZ 박물관을 둘러본다. 통일을 소원하는 기원문이 빼곡히 적힌 트리를 보고 경희도 하나 적어 붙였다. 전시실에는 6·25 전쟁과 심리전 등에 대한 각종 전시물 등이 있지만, 크게 잘 지은 건물에 비해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분위기가 썰렁하고 매표소 아가씨는 거의 놀고 있는 형편이다.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는 신고소와 전망대 주변이 상당히 붐볐을 텐데 지금은 한산하다. 그 당시 많은 사람이 찾던 시절에 만든 건물과 시설에는 이제 찾는 사람이 없어 폐허가 된 느낌이고 오가는 길가의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시간을 정해 놓고 급히 전망대만 구경하고 오다 보니 길가 상점에 들른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 주변에 경관 좋은 해수욕장도 있는데 아쉬울 뿐이다.

차를 화진포 이기붕 부통령의 별장으로 향했지만 5시가 넘었다고 매표소가 문을 닫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승만 대통령 별장으로 발을 돌려 표는 사지 않은 채 매표원의 배려로 간단히 구경만 할 수 있었다. 고마웠다. 그렇지 않았으면 내일 또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을 텐데.

화진포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조그마한 산에 있는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은 화진포 기념관으로 꾸며져 있어 이 대통령의 옛 모습과 재임 시절에 사용하시던 소박한 물품들을 볼 수 있다. 기념관에서 보는 전망이 참 좋다. 바다 멀리 보이는 푸른 하늘이 너무 멋있다. 금강송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변이 이렇게 멋지니 김일성과 이승만 등 유명 인사들의 별장이 있을 만한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하다 보면 하나라도 더 구경하려다가 숙소에 늦게 도착하는 게 대부분인데 오늘은 해가 지기 전에 양양수련원에 도착했다. 방을 확인하고 바닷가로 가서 느긋하게 산책을 하고 일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바닷가에는 나이 든 부부 이외에는 우리밖에 없다. 해 질 녘 모래사장 끝에 보이는 수평선을 배경으로 경희를 모델로 삼아 마구 사진을 찍는다. 설악산으로 넘어가는 태양과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여유로운 휴가가 이렇게 좋다는 것을 만끽한다.

인근 포구 횟집에라도 가서 맥주라도 한잔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통나무집에서 경희와 캔맥주로 대신하고 내일 일정을 짠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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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조남대 씨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경기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중에 있으며 정년퇴직한 부인과 함께 일상에서 탈출, 55일간의 전국여행을 끝마치고 여행기를 책으로 펴냈다. 그 여정의 하루 하루를 데일리안에 재편집해 연재를 시작하는데 내용안에 부부애가 듬뿍 담겨있어 평소에 '닭살' 돋는 것을 못참는 독자는 조심하시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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