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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실용주의 경영노선 확산 '제 2라운드'


입력 2016.10.22 07:17 수정 2016.10.26 10:14        이홍석·이배운 기자

<이제는 이재용 시대②>방산·석화 등 비주력 매각...사업·지배구조 재편서 강화

인수·투자 등 외부수혈 개방적...기업문화 혁신으로 확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데일리안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사실상 그룹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한다.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에 이은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이 부회장은 지난 2년간 입증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삼성의 변화와 혁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넘어야 할 산도 크다. 최근 갤럭시노트7 발화문제로 위기 속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 부회장은 이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극복해내야 한다. 또한 삼성그룹의 최대 숙원 과제인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 재편에도 더욱 속도를 내면서 제 2의 반도체 성공신화를 재현할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전력투구해야 한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등장한 이 부회장이 풀어야할 삼성의 지배구조재편과 미래 경영전략, 신사업, 과제 등을 총 5회에 걸쳐 살펴본다. <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삼성의 얼굴' 전면등장…지배구조개편 '가속페달'
(2)삼성, 실용주의 경영노선 확산 '제 2라운드'
(3)'다시 기본으로'....조직문화 혁신으로 품질 잡는다
(4)삼성그룹 사업 재편으로 주목받는 신성장사업은?
(5)새로운 리더십 앞에 놓인 삼성의 과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선임되면 그의 실용주의 경영노선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그의 실용주의 경영노선은 합리적 판단을 바탕으로 한 실속주의로 요약된다.

이러한 실용주의는 지난 2년간 그가 보여준 사업 재편에서 가장 잘 나타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철학에 따라 잘하지 못하거나 성장이 불투명한 사업은 더 잘할 수 있는 기업에 넘기고 그 여력을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 왔다.

지난 2014년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 방산·화학 4개 계열사를 한화에, 지난해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삼성SDI 케미칼사업 등 석유화학부문을 롯데에 각각 넘기는 ‘빅딜’을 단행한 것도 그의 실용주의 경영노선이 잘 나타낸 사례라 할 수 있다.

또 IT분야에서도 이러한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지난달 HP에 매각 결정된 프린터사업이 대표적으로 프린터사업은 삼성전자가 지난 2007년 6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꼽혔던 분야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산업에서의 기술과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성장성마저 불투명해지면서 비주력사업으로 분류되면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문어발식 사업 확대보다는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실속있게 사업을 추진하자는 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향후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이러한 실용주의는 빛을 발할 전망이다. 또 이미 그 첫 단추로 진행된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에서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펼친 것은 기업의 선진화 행보로 볼 수 있다.

삼성은 그동안 사업적으로는 글로벌한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국내외 시장에서 다소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지난 2년 동안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고 이번에 등기이사가 되면 이러한 기조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사업 재편과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투명성을 강화해 진정한 글로벌 선진 기업으로 완벽히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새로운 리더십에서도 이러한 실용주의는 부각된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성공신화에서 나타난 것 처럼 선친인 이건희 회장은 사업이든, 인재든 내부에서 역량을 육성, 성장시켜 결실을 맺는 리더십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경우, 좋은 사업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외부에서 기업을 인수하거나 인재를 데려오는 외부 수혈에도 보다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사업의 성장 및 강화를 위해서는 내부역량과 외부수혈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고 이는 시너지효과 창출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더 낫다는 실용주의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유망벤처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데 과감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실질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선 이후 스마트싱스(사물인터넷·IoT), 루프페이(모바일결제), 빈리(스마트카), 비브랩스(인공지능·AI), 조이언트(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리콘밸리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삼성벤처투자는 이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전면에 등장한 지난 2015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총 29개 기업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일부는 지분 투자와 함께 공동개발 형태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업체들의 분야도 가상현실(FOVE·Wevr·8I), 클라우드(Datera), 헬스케어(웰독·테라뷰), 미디어(시네마크래프트) 등으로 모두 이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범주에 포함된 업종들이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이 모두 미래 유망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기업들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서 실용주의 노선을 통해 미래 산업을 선점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경영전략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난 2년여 간 삼성에 실용주의 DNA를 심어온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이러한 노선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등기이사로 책임경영이 강조되면서 자신의 색깔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그동안 사업적인 부분에 보다 초점이 맞춰졌던 실용주의 경영노선이 기업과 조직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이 애플과 구글 등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과의 본격 경쟁을 위해서는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효율성을 강조하는 소프트한 기업문화의 DNA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기업 문화 혁신을 위해 이미 지난 3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과 업무 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컬처혁신 전략을 선포했다. 이어 6월에는 직급 단순화와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담긴 세부 실행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우선 내년 3월부터 직원 직급을 기존 5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하고 4~5년인 최소 승진 연한을 줄여 연차보다는 능력 위주로 팀장을 발탁하는 인사 혁신을 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그룹 전체로 보다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회사인데다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만큼 실용주의를 통한 혁신 실험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이라며 “특히 최근 갤럭시노트7 사태를 겪은 만큼 인사와 조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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