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절정' 희대의 강제 투수전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10.25 10:13  수정 2016.10.27 15:11

12안타 25사사구에도 총 3득점...33잔루로 PS 최다기록

포스트시즌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으로 '졸전' 비판까지

투구내용만 보면 역대급 타격전이 됐어야 할 경기였지만, 타자들의 ‘공갈포’ 덕분에 강제 투수전이 됐다. ⓒ 연합뉴스

KBO리그 포스트시즌은 그해 최고의 팀을 가리는 축제다.

정규시즌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팀들의 진검승부로 야구팬들은 수준 높은 경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24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NC와 LG의 플레이오프 3차전은 안 좋은 의미에서 가을야구 ‘역대급’ 경기로 남게 됐다.

최다 볼넷·사구·잔루 신기록 등 포스트시즌 무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속출했다. 합계 12안타, 25개 사사구를 기록했지만 3득점(2-1 LG승)에 그쳤다.

양팀 투수들은 형편없는 제구력과 ‘새가슴’을 감추지 못하고 거의 매 이닝 출루를 허용했고, 찬스마다 헛방망이를 휘두른 타자들 덕에 실점은 거의 하지 않았다. 잔루가 무려 33개(NC 14개, LG 19개)에 이르렀다. 투수전인 듯 투수전 아닌 투수전 같은 희한한 경기였다.

NC와 LG는 이날 포스트시즌 역대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웠다. NC는 이날 16개의 사사구(볼넷 13개, 사구 3개)로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팀 최다 사사구 허용 신기록(종전 10개)을 단숨에 경신했다. LG의 기록을 포함한 25개의 사사구 역시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사사구 기록.

NC 선발투수 장현식은 1회에만 볼넷 4개를 내주며 팀과 개인 모두 포스트시즌 한 이닝 팀 최다 볼넷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1이닝 4볼넷은 통산 3번째다.

볼넷만큼이나 사구도 화려했다. LG 선발 류제국과 NC 불펜투수 이민호는 이날 각각 3개의 사구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한 경기 이닝 최다 사구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LG 이천웅은 이날 안타 없이도 다섯 번이나 출루했는데 첫 4연타석이 볼넷이었고, 8회에는 이민호로부터 몸에 맞는 공으로 한 경기 5사사구 출루라는 희대의 기록 주인공이 됐다.

NC와 LG 모두 '변비야구'에 절정을 보여줬다. ⓒ 연합뉴스

투수들의 투구내용만 보면 역대급 타격전이 됐어야 할 경기였지만, 타자들의 ‘공갈포’ 덕분에 본의 아니게 ‘강제 투수전’이 됐다. 모두 타선이 부진했지만 차려준 밥상을 더 많이 걷어찬 쪽은 LG다.

LG는 이날 만루찬스만 7번이나 얻어냈지만 1회 밀어내기 볼넷을 제외하면 모두 점수를 뽑지 못했다.

8회에는 무사 만루에서 히메네스의 3루 땅볼 때 문선재가 홈으로 쇄도했으나 홈에서 아웃됐다. 첫 판정은 세이프였지만 결과가 뒤집혔다. LG 채은성은 이날 자신의 타석에 4번이나 만루찬스가 돌아왔지만 모두 범타로 물러나는 불운에 고개를 숙였다. 이날 LG가 기록한 잔루 19개, NC의 14개를 포함한 33개의 잔루는 모두 포스트시즌 한 팀-한 경기 최다 잔루 신기록이다.

좀처럼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던 ‘변비야구’는 11회에야 균형이 깨졌다.

LG는 11회초 2사 1,2루 위기에서 NC 나성범의 안타성 타구를 안익훈이 호수비로 잡아내며 기사회생했고, 11회말 1사 2,3루 찬스에서 양석환의 끝내기 내야 안타로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벼랑 끝에 몰렸던 LG는 2연패 후 1승을 거두며 승부를 4차전까지 끌고 가는데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이날 양팀 모두 가을야구라는 무대에 전혀 걸맞지 않은 졸전을 펼쳤다. 이긴 쪽이나 패한 쪽이나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답답했던 투수와 타자들 중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어느 쪽이 먼저 깨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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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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