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구조 개편 개헌, 대통령 '임기단축' 불가피한가?
민병두, "개헌안 ‘2027년 발효’ 전제 하면 피할 수 있어"
유력주자 문재인 측, 임기단축 의식해 권력구조 언급 피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임기 내 개헌 추진’을 공론화한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권력구조 개편을 추진할 경우 차기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단축 문제’를 어떻게 풀지 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권력구조 개편안으로 현행 대통령제의 틀은 유지하되 재출마를 통해 재임을 가능케 하는 ‘4년 중임제’,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외치와 내치를 담당해 권력을 분산하는 ‘이원집정부제’(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절충형), 선거로 선출된 다수당에게 내각 구성 권한(총리와 장관 등 선출)을 부여하는 ‘의원내각제’가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임기 단축 문제는 이원집정부제와 의원내각제 도입과 맞물려 있다. 대통령 중임제에서도 '선거를 줄인다'는 차원에선 임기단축이 거론될 수 있다. 이원집정부제와 의원내각제의 경우 국회의원을 새로 선출한 뒤 총리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현 국회를 해산하고 시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 완수를 약속한 것을 감안해 새 헌법 발효 시기는 21대 국회 시작 시점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도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후 “개정 헌법이 21대 국회 때 발효되지 않으면 현직 국회의원들이 찬성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300명의 국회의원 전원이 자신들 임기 단축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대통령 임기 단축이 더 현실성 있다는 해석이다. 만약 내년 12월에 선출될 차기 대통령의 임기(2018년 2월)부터 새 헌법을 적용한다면 △20대 국회의원 전원의 임기를 2018년 2월까지로 줄이거나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20대 국회의원의 임기 종료 시점(2020년 4월)에 맞춰 단축해야 한다.
따라서 임기 단축 문제는 국민적 지지율이 높고 야권내 대세론의 중심에 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입장에선 불편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민주당 지도부 역시 이 문제를 비롯해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는 등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대신 모든 개헌 논의에 앞서 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 해결이 먼저라는 당 차원의 입장을 내놓는 한편, 검찰 수사와 국회 차원의 국정감사 및 특검 추진도 벼르고 있다.
야권의 다른 주자들도 임기 단축 등 세부적인 방안에 대해선 이렇다 할 입장 자체를 내놓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에만 치중된 개헌이 아닌, 기본권과 3권 분립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룬 넒은 의미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보수 정권 10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차기 대선정국에선 야당이 주도권을 잡을 것이란 기대감이 강해 '미래의 부채'가 될 수 있는 개헌의 방법론을 쉽사리 언급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도 “국민의 기본권과 3권 분립을 포함해서 헌법 전반에 대한 전면적 개헌이 되어야한다는 게 안 지사의 입장”이라며 “게다가 어떤 통치체제를 택할지에 대해 아직 국민적 합의도, 국회 내 논의도 아무것도 안 된 상태 아닌가. 지금 대통령 임기 단축에 대해 말을 꺼내는 건 아직 밥도 안됐는데 반찬을 고르라는 격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해 임기 단축을 피할 수 있는 ‘2027년 발효’라는 절충안도 제시됐다. 이는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제시한 것으로, 당장 내년에 헌법 개정을 하되 10년 후인 2027년에 발효되게 하자는 내용이다. 오는 2027년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차이가 3개월에 불과하고, 지금 시점에서 10년 후 어떤 인물이 유력 대선후보로 등장할지도 알 수 없다. 정치적 득실계산에 민감한 대선 주자들 입장과 분리된 생산적 논의가 가능하다는 이점도 지적된다.
내각제가 혼합된 분권형(이원집정부제)을 주장한 민 의원은 인터뷰에서 “지금 개헌론자들이 얘기하는 것하고 내가 주장하는 안은 결이 다르다. 그 사람들은 내년에 개헌해서 끝내자는 것인데, 그것이 가능하겠느냐”며 “그래서 10년 후에 발효되는 개헌안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헌은 세 가지를 동시에 바꾸는 것”이라며 “선거구제와 국회 선진화법 등을 함께 변경해야한다”고도 했다.
다만 민 의원의 절충안이 얼마나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야권의 시각대로 측근 비리에 휩싸인 대통령의 ‘국면전환용 개헌론‘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개헌 논의 시점부터 여야와 정파 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발효 시점으로 제시한 2027년까지는 현재로부터 10년 이상의 간격이 있어 책임 소재도 분명치 않은 점을 고려해 보완책이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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