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박 대통령이 야당 요구에 부응한 것"

박 대통령의 총리 추천 요청에 긍정 반응

추미애 "직접 국민 만나라" 박지원 "시간 벌겠단 의도"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10시 30분 국회를 전격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회동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서며 자신의 하야를 요구하는 손피켓을 든 야당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추천해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해 여당은 박 대톨령이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한 야당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야권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2선 후퇴', '국회 추천 총리에게 조각권 부여'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준다면 총리로 임명해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정세균 의장은 "총리 권한이 명확해야 한다"며 "야당이 반대하는 인사의 총리 지명은 안 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도 야당이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거국중립내각의 취지와 의미를 이해하고 야당의 요구를 존중, 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 여당에 부합하는 인물을 총리에 임명하는 게 모든 정권의 관행이었다고 한다면, 이번에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한다는 이야기는 야당의 의견과 뜻을 많이 존중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게 총리에 대한 결정이고, 그것을 이례적으로 국회에서 추천하기 위해 여야 영수회담에서 제안할 수 있는 문제 아니겠느냐"라며 "이번 사태를 포함한 충분한 이야기는 영수회담을 개최하면 넉넉한 시간을 갖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야당에서 영수회담에 응한다는 말을 주면 당장 오늘 오후라도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문만 열고 나가면 시민을 만날 수가 있다. 무엇이 겁나나. 문 열고 나가 시민을 직접 만날 것을 권유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또 하나의 국면전환용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자기 말과 요구만 일방적으로 쏟아놓고 돌아서 버리는 대통령 뒷모습에 또 한 번 절망했다"며 "대통령이 실제 총리에게 권한을 주고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국회 추천 총리가 국정 운영권을 가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이 말씀한 세 문장을 아무리 해석해도 그동안 우리 당과 국민이 요구한 대통령 2선 후퇴, 책임있는 사과, 국회 추천 총리에게 조각권을 줄지에 대해 책임있는 말씀은 단 하나도 없이 모호했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대통령은 하실 말씀은 하지 않고, 국회에 공을 던지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은 탈당과 책임총리의 권한에 대해 명확한 입장부터 발표해야 한다"며 "국민의 뜻에 따르는 대통령의 책임있는 결단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