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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연 "'옥중화' 부진 내탓…화살 맞는 기분"


입력 2016.11.14 09:08 수정 2016.12.07 10:14        부수정 기자

거장 이병훈 감독과 51부작 이끌어

"연기력 논란·시청률 하락 아쉬워"

배우 진세연은 최근 종영한 MBC '옥중화'의 타이톨롤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MBC

"시청률이 떨어질 때마다 가슴에 화살이 꽂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왜 이러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도 했고요."

최근 종영한 MBC '옥중화'에 출연한 진세연(본명 김윤정·22)은 51부 동안 겪은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MBC '허준'(1999)과 '상도'(2001)를 만든 이병훈 PD와 최완규 작가가 15년 만에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옥중화'는 '대장금'과 '동이'를 잇는 또 하나의 여성 성공담을 표방했다.

감옥에서 태어난 주인공 옥녀(진세연)가 조선 변호사제도인 외지부를 배경 삼아 억울한 백성을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전옥서(典獄署, 조선시대 교도소)와 외지부(外知部, 조선시대 변호사)라는 새로운 소재로 승부수를 띄웠다. 진세연은 이영애, 한효주를 잇는 여주인공으로 나섰다.

그러나 연기력 논란이 발목을 잡았고 진세연은 방송 내내 혹평을 들어야 했다. 연기력 논란과 더불어 이야기도 개연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청률도 20% 언저리에서 답보 상태를 이어갔다.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22.6%, 수도권 23.2%로 집계됐다.

배우 진세연은 최근 종영한 MBC '옥중화'에 대해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전했다.ⓒMBC

우여곡절 끝에 드라마를 마친 진세연을 11일 서울 이태원동에서 만났다. 51부작 대장정으로 볼살이 '쏙' 빠진 진세연은 "살이 빠지는 바람에 나도 모르는 내 얼굴이 나왔다"며 "감독님이 너무 날카로워 보인다고 걱정하셨다"고 미소 지었다.

드라마 종영 소감을 묻자 그는 "51부작을 끝내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너무 아쉽다"며 "매일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만 더 열심히 할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고백했다.

진세연은 아역 정다빈의 바통을 이어받으며 첫 등장했다. 그는 "어린 옥녀와 태원의 호흡을 좋아한 시청자들이 많았다"며 "내가 연기하는 옥녀가 어색해 보이지 않게 신경 썼다"고 말했다.

'옥중화' 마지막회는 옥녀와 윤태원(고수)이 악인들을 향해 복수하고 명종(서하준)을 도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결말이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진세연은 "전혀 예상 못 한 결말이었다"며 "태원이와 옥녀가 함께하는 예쁜 장면이 나오길 바랐는데 조금 아쉬웠다"고 했다.

진세연의 말마따나 드라마는 태원과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리지 않아 시청자의 원성을 들었다. 옥녀, 명종, 태원이 모호한 관계라는 지적도 일었다. 명종과 태원은 옥녀에게 어떤 남자일까. "명종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였고, 태원은 옥녀가 이성적으로 생각한 남자였죠. 옥녀는 태원이를 좋아했습니다. 옥녀와 태원의 아름다운 모습이 더 담겼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고수에 대해선 "고수 선배가 나와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 정말 좋았다. 첫 만남 때 너무 설렜다"고 수줍게 미소 지었다. "저, 고수 선배 모두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처음엔 걱정했어요. 어색한 모습이 브라운관에 나오면 안 되잖아요. 고수 선배가 먼저 다가오셔서 친근하게 대해주셨습니다. 연기할 때 선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의외의 면이 있는 귀여운 선배예요(웃음)."

최근 MBC '옥중화'를 마친 진세연은 "액션 연기 만큼은 잘한 것 같다"고 밝혔다.ⓒMBC

극 중 옥녀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조선의 운명을 구하는 영웅이었다.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모습은 마치 '원더우먼'을 연상하게 했다. 전지전능한 인물을 연기한 진세연은 "옥녀가 어떤 일을 해내는 과정이 없어서 그렇게 보인 것 같다"며 "옥녀 스토리 자체로 매력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옥녀가 만약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싶다"며 "조선 시대 여성이라서 '비현실적이다'라는 말이 나온 듯하다"고 분석했다.

진세연은 2010년 SBS 드라마 '괜찮아, 아빠딸' 조연으로 데뷔해 '내 딸 꽃님이'(2011), '각시탈'(2012), '다섯 손가락'(2012), '감격시대 : 투신의 시대'(2014), '닥터 이방인'(2014), '인천상륙작전'(2016) 등에 출연했다. 시대극에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지닌 게 강점이다.

사극에 매력을 느낀다는 배우는 "현대극과는 다른, 묘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며 "만약 50부작 사극 출연 제의가 또 들어 온다면 기꺼이 할 의향이 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진세연은 '옥중화'를 통해 액션 본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가녀린 체구로 빚은 액션을 본 액션 감독이 "진세연이 제일 잘한다"고 칭찬했단다. 액션 얘기를 하자 눈빛이 유난히 초롱초롱 빛났다. "제대로된 액션신을 체험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저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답니다. 호호. 마지막까지 액션신을 했는데 '옥중화'가 액션 드라마였구나' 싶었다니까요. 다음 작품에서도 액션신을 하고 싶어요."

'옥중화'는 큰 숙제였다. 외워야 할 대사도 많았고,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야 했다. "천재 소녀 캐릭터라 외울 게 많았습니다. 큰소리로 질러본 적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고요. 목소리 톤을 일부러 낮춰서 연기했는데 그게 부자연스럽게 들린 것 같아요."

배우 진세연은 최근 종영한 MBC '옥중화'를 통해 천재 여성 캐릭터를 표현했다.ⓒMBC

배우는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시청자들은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연기력 논란은 진세연과 '옥중화'를 따라다녔다. 결국 진세연은 기자간담회 때 눈물을 흘렸다.

진세연은 "결과적으로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촬영장에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런 얘기를 들어서 속상했어요. 드라마를 보면 '내가 왜 저렇게 했을까' 좌절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선배님들은 제게 '대견하다'고 응원해 주셨답니다."

가장 큰 힘이 된 선배로는 임호를 꼽았다. 후배에게 맞춰주는 선배였단다. "임호 선배님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선배들이 괜히 너한테 잘해줬겠니? 네가 잘해서 우리가 잘해 준거야'라고. 정말 잊을 수 없어요. 부담 갖지 말고 연기하라고 해주셨는데 위로가 됐어요. 김미숙 선생님도 격려 문자를 종종 보내주셨고요. 훌륭하신 선배님들 덕을 봤습니다."

'대장금', '동이', '옥중화' 모두 여성 캐릭터가 주가 된 작품이다. 스물세 살 진세연이 대작을 이끌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청난 부담감이 밀려왔다. 매 순간 부담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짧은 대사를 할 때도 긴장했어요. 부담감을 이겨내려고 할 때 감독님이 용기를 주셨답니다. 제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위로해주셨어요."

천성이 밝고 긍정적인 진세연은 촬영장에서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감독은 노력하는 진세연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힘든 점을 누군가가 알아준다는 사실, 날 믿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배우는 감동했다.

이영애, 한효주와의 비교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커져 색다른 옥녀를 만들고 싶었다"며 "선배님들보다 못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연기력 논란이 일었다는 건 제가 못했다는 뜻이라서 속상하고, 제작진에게 죄송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저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야지 다짐했어요. '옥중화'를 마치고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들을 존경하게 됐어요. 그 어마어마한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해요."

배우 진세연은 최근 종영한 MBC '옥중화'에 대해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며 촬영했다"고 털어놨다.ⓒMBC

배우는 또 "이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웃은 뒤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서 힘들고 짜증났다. 그럴 때마다 낙서를 했다. 누가 볼까 봐 썼다 지우다를 반복했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음악만 듣고 잠만 잔 시간도 있다"고 토로했다.

비판을 받으면서 마음고생을 한 그는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의 사랑을 얻고 연기를 배웠다고 밝혔다. "몸을 쓰는 연기를 배웠고, 스스로 연기 동선을 짜는 경험도 했지요. 옥녀를 이해하면서 연기하는 과정을 통해 대본 보는 시야가 넓어지기도 했고요. '옥녀 정말 예쁘다'고 해주신 시청자들에게 감사해요. 긴 호흡의 작품인데 끝까지 시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세연에게 '옥중화'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이런 캐릭터와 작품을 만난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 남을 거예요. 연기 인생의 반환점이죠.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 적은 처음이에요. 대박을 터뜨린 건 아니지만 인생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옥녀 후유증이 커서 집에서 드라마 노래를 들으면서 상상 속 옥녀와 만나고 있답니다(웃음)."

진세연에게 2016년은 특별한 해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으로 흥행을 터뜨린 데 이어 '옥중화'라는 대작도 마쳤다. "눈만 뜨면 촬영장이었고 생각할 게 너무 많았던 한 해였어요. 두 작품을 끝고 나니 마음이 공허해요. 이 불안한 느낌은 뭐죠? 밤마다 대본을 기다렸던 게 버릇이 된 것 같습니다."

데뷔 후 소처럼 일한 그는 올겨울 가족 여행을 계획 중이다. 내년 여름까지는 학교에 다니며 작품 활동을 쉴 계획이다. "졸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준비할 게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 받아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졸업했을까요? 호호."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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