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재계 총수 청문회...13시간 '대장정'
청문회 진행만 8시간40분 소요…"지원 인정하지만 대가성 없어" 한목소리
전경련 탈퇴 등 변화 시사...이재용 부회장 '미래전략실 폐지'선언
청문회 진행만 8시간40분 소요…"지원 인정하지만 대가성 없어" 한목소리
전경련 탈퇴 등 변화 시사...이재용 부회장 '미래전략실 폐지'선언
지난 1988년 이후 28년만에 재계 총수들이 총 출동한 청문회는 총 13시간에 걸쳐 진행된 끝에 막을 내렸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청문회는 오후 11시까지 이어지면서 정회 시간(4시간 20분)을 제외하더라도 청문회 시간만 8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의 질타와 재계총수들의 사과성 답변이 이어지면서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이 날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 8명의 총수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GS회장)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이 출석했다.
이 날 청문회에 출석한 9개 그룹 총수들은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에 대한 잘못된 지원으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국민들을 실망시킨 점에 대해 사과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등에 출연금을 지원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고 한 목소리로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문화 융성과 스포츠 발전을 위해 기업들도 열심히 지원을 해주는 게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지원을 아낌없이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도 “기업별로 할당을 받아서 그 할당한 액수만큼 낸 것으로 사후에 알았다”면서도 “대가성을 갖고 출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요청에 대해 기업이 거절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청와대의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고, 구본무 회장도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했다.
재계 총수들은 특위 위원들이 약 800억원에 육박하는 두 재단의 기부금 모금이 정부와 재계간 정경유착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재계 대표 단체인 전경련에 대한 해체 필요성을 제기하자 전경련 탈퇴도 시사했다.
구본무 회장은 전경련을 헤리티지 재단처럼 씽크탱크로 운영하고 재계 친목단체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환골탈태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며 ”새로운 방안이 있으면 모색해야 한다“고 조건부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 날 청문회는 전체 질의 중 70~80% 가량이 삼성에 집중되는 등 삼성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특위 위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는가 하면 나이 등 신변에 관한 내용이나 국내 투자 및 일자리 창출 등 현안과 관계없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날 집중된 질문 속에서 조직 체질 개선과 기업 경영 관행 혁신을 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룹의 핵심적인 의사결정기구인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전경련도 탈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오늘 여러 의원님들 질타도 있었고 미래전략실 관련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저희 창업자인 선대 회장님께서 만드신거고 회장께서 유지한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들께나 의원님들께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말했다.
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전경련에서 탈퇴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요청하자 “그러겠다”고 답변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앞서 이 날 오전 질의에서도 “더 이상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며 “기부금도 내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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