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결산②]천만 실어나른 좀비 열차 '부산행'

부수정 기자

입력 2016.12.22 08:02  수정 2016.12.22 08:59

여름 성수기 개봉…누적 관객 1156만명

'검사외전'·'밀정'·'터널' 등도 약진

여름 성수기 개봉…누적 관객 1156만명
'검사외전'·'밀정'·'터널' 등도 약진


2016년 한국 영화는 전년도에 이어 또 한 번 관객 2억명을 돌파했다. 올해 총 322편이 개봉한 가운데 한국 영화 점유율은 53.1%로 외화(46.9%)보다 앞서며 높아진 위상을 자랑했다.

올해 천만 관객 동원한 영화는 '부산행' 한 편이다. '부산행' 외에 올해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작품들을 국내·외 작품별로 살펴보자.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박스오피스 15위 내 작품을 살펴보면 국내 작품이 10편, 해외 작품이 5편 포진돼 있다.

공유 주연의 영화 '부산행'은 올해 천만 영화로 등극했다.ⓒ뉴

극장가 습격한 좀비떼

국내 최초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은 올여름 극장가를 장악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부산행'은 개봉 19일째 천만 고지에 올라섰다. 역대 한국영화로는 14번째, 외화를 포함하면 18번째 천만 영화다. 누적 관객수는 1156만5479명이다.

영화는 생소한 좀비 블록버스터라는 우려를 깼다. 한국형 좀비의 만듦새는 꽤 훌륭했고, 기차 안에서 펼쳐지는 좀비와 인간의 사투는 관객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한국 영화 특유의 가족 코드 등 전 연령층에 사랑받는 오락 영화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영화에 출연한 공유, 마동석, 정유미 등은 생애 첫 천만 영화의 기쁨을 누렸다.

박스오피스 2위는 황정민 강동원 주연의 '검사외전'이다. 지난 2월 개봉해 누적 관객 수 970만7581명을 기록했다.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가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과 손잡고 누명을 벗으려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의 흥행은 '강동원 덕'이라는 얘기가 돌 정도로 작품성 면에서 혹평을 얻었다. 대진운도 따랐다.

전국 2400여개 스크린 가운데 '검사외전'은 1778개 스크린을 확보하면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어쨌거나 천만에 웃도는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대박을 쳤다.

9월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밀정'은 750만 관객을 모았다. 송강호와 공유를 투톱으로 내세운 액션물 '밀정'은 1920년대 항일 독립군들의 활약과 음모, 배신을 다룬 이야기다.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 워너브러더스가 제작비 100억원을 투자해 제작, 배급했다. 영화는 추석 연휴 개봉해 전 연령층에서 고른 호응을 얻었다. 영화에 출연한 공유는 '부산행'에 이어 '밀정'으로 쌍끌이 흥행을 이끌며 단숨에 흥행 배우로 발돋움했다.

강동원 황정민 주연의 '검사외전'은 970만명을 모아 올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쇼박스

여름 개봉한 '터널'도 관객들의 선택(712만명)을 받았다. 하정우와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의기투합한 이 작품은 매일 지나던 터널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그 안에 갇히게 된 한 남자와 그를 구하려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드라마다. 하정우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올여름 개봉한 국내작 중 만듦새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인천상륙작전'도 여름에 개봉해 704만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전, 기자·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얻은 '인천상륙작전'은 '애국심 코드'로 관객들을 동원했다. 평단의 전례 없는 혹평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극장을 찾았다. 흥행에 힘입어 감독판을 개봉하기도 했다.

유해진의 첫 원톱 주연작 '럭키'는 예상 밖 성적을 거뒀다. 극장가 비수기인 10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180만명)의 세 배를 훨씬 넘는 697명을 모았다. 2016년 하반기 충무로의 흥행 이변작이 된 '럭키'는 기존 상업 영화의 흥행 공식인 멀티 캐스팅이나 자극적인 장면 없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추격자'(2008), '황해'(2010)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곡성'은 올봄 단연 화제가 된 작품이다. 전라남도 곡성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과 이를 수사하는 경찰의 이야기를 그린 '곡성'은 영화에 대한 해석이 난무한 가운데 관객들의 평가도 갈렸다.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 탓에 '15세 관람가 등급이 타당한가'라는 비판도 나왔다. 156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동안 등골이 서늘해지는 긴장과 섬뜩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영화 '밀정'과 '터널'은 750만, 710만명을 각각 모았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쇼박스

손예진 박해일 주연의 '덕혜옹주'도 선방했다.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든 이 영화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687만영을 모았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그린 영화로 '소처럼 일하는 배우' 손예진의 열연이 단연 빛나는 작품이다.

7년 만에 돌아온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민희 김태리의 파격 열연이 돋보인 이 작품은 428만명을 동원했다. 영국 작가 새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백작에게 고용돼 아가씨의 하녀가 된 소녀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았다. 충무로 신예 김태리의 발견이 가장 큰 수확이다. 아가씨를 매끄럽게 소화한 김민희는 이 영화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을 조명한 '귀향' '귀향'의 흥행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나리오 완성 후 10년 동안 투자자를 찾지 못해 표류하던 찰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후원을 받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영화를 제작했다.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 영화는 대한민국의 가장 가슴 아픈 역사를 다루면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누적 관객수는 358만명.

마블 코믹스 무비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와 '닥터 스트레인지'가 올해 박스오피스 10권내에 이름을 올렸다.ⓒ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번에도 통한 '마블' 코믹스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마블 히어로 블록버스터 '캡틴 아메리카:시빌워'다. 개봉 전 90%가 넘는 예매율로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국내 및 해외 언론으로부터 '역대 마블 영화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시빌워'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팽팽한 대결이 압권이 작품. '시빌워'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앞뒀던 국내 작품들이 눈치를 보며 개봉을 미루기도 했다. 누적 관객수는 867만명.

마블 코믹스 히어로 무비 '닥터 스트레인지'는 544만명으로 박스오피스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모든 것을 초월하는 가장 강력한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의 등장을 그린 영화로 '인셉션', '매트릭스'를 뛰어넘는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레이첼 맥아담스,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스 스타들이 출연했다. 마블의 시대가 계속된다는 걸 알린 작품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는 470만명을 모아 11위에 올랐다. 지난 2월 개봉한 '주토피아'는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에 3위로 진입해 개봉 4주째에 접어든 주말엔 1위에 오르며 흥행 역주행을 기록했다. 최첨단 기술 문명 사회를 일구고 살아가는 동물 도시 주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전 연령층에서 사랑받으며 장기 흥행을 이뤄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재밌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객들을 불러모았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은 비수기인 11월에 개봉해 460만명을 기록했다. 박스오피스는 12위. 신비한 동물을 찾아 머나먼 나라로 여행을 떠났던 주인공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가 뉴욕에 도착한 후 소중한 동물들이 가방에서 도망치면서 시작되는 거대한 모험을 그린다. 에디 레드메인의 출중한 연기력과 다양한 동물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설 연휴에 맞춰 개봉한 '쿵푸팬더3'는 398만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4위를 차지했다. 잭 블랙이 영화 개봉에 맞춰 내한해 화제가 됐다. 1, 2편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와 화끈한 쿵푸 액션, 쿵푸 팬더 특유의 귀여움이 영화 팬들을 끌어들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