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기릴 미키타리안 스콜피온 킥..무리뉴도 흥분
EPL 선덜랜드전 환상골로 7만여 관중 탄성 자아내
지난달 불화설 돌았던 무리뉴 감독도 거푸 극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무리뉴 감독도 헨리크 미키타리안(27)의 환상적인 골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맨유는 27일 오전(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포드서 열린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선덜랜드전에서 블린트(전반 39분)와 즐라탄(후반 37분), 미키타리안(후반 41분)의 골을 묶어 추가시간 만회골을 넣은 선덜랜드를 3-1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맨유는 9승6무3패(승점33)로 리그 4연승을 질주,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잡을 수 있는 4위권 진입을 눈앞에 뒀다. 2년여 만에 올드 트래포드를 찾은 모예스 전 맨유 감독이자 현 선덜랜드 감독은 강등권에서 허덕이는 팀을 구하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에 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1골 2어시스트를 올리며 맨유의 박싱데이 첫 경기 주인공이 됐지만, 세계 축구팬들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미키타리안이었다. 이날 미키타리안은 후반 28분 발목 부상을 털고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약 10분 후 맨유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만한 환상적인 골을 터뜨렸다.
후반 40분 페널티박스 바깥 쪽에서 띄운 즐라탄의 크로스를 박스 가운데 있던 미키타리안이 자신의 뒤쪽으로 오른 다리를 들어 올리는 ‘스콜피온 킥’으로 선덜랜드의 골네트를 뒤흔들었다. 크로스한 공보다 몸이 앞서나가자 뒷발로 골을 만든 것이다.
등 뒤의 공을 골로 연결시키는 것이라 올해의 골 후보에 오르지 않을 수 없다. 골이 터진 순간 무리뉴 감독도 흥분해 열광하는 관중들을 향해 특유의 퍼포먼스를 펼쳐보였다.
1990년대 활약한 '콜롬비아의 괴짜 골키퍼' 이기타의 스콜피온 킥 선방을 연상케 하는 미키타리안의 슈팅은 몇 차례 다시보기를 해도 질리지 않을 환상적인 골이었다. 오프사이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것은 옥에 티지만 7만여 관중 대부분이 기립할 정도로 길이 회자될 명장면이다.
사실 올 시즌 미키타리안을 바라보는 맨유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창의성이 떨어졌던 맨유 2선에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 521억 원을 들여 영입한 미키타리안은 초반부터 부상과 부진으로 맨유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돌았다.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도르트문트)에서만 11골 20도움을 기록한 미키타리안의 위력은 온데간데없었다.
부상에서 회복해 돌아와도 무리뉴 감독은 중용하지 않았다. 미키타리안은 지난달 중순까지 6경기(교체 5경기) 출전에 그쳤다. 현지에서는 무리뉴 감독과의 불화설까지 새어나왔다.
그럴 때도 미키타리안은 “감독과의 불화는 없다. 이적료와 몸값이 높다고 해서 당연히 주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한동안 계속됐다.
모든 어려운 상황을 딛고 미키타리안은 살아났다. 지난달 페예노르트와의 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5차전에서 모처럼 선발 출전해 MOM이 되며 반등의 계기를 만든 미키타리안은 지난달 웨스트햄과의 리그컵 8강 2어시스트에 이어 유로파리그 루간스크전, 토트넘전에서 폭발적인 스피드와 슈팅으로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진가를 드러냈다.
최근 2경기 부상으로 빠졌지만 박싱데이 첫 경기인 선덜랜드전에서 화려하게 복귀하며 맨유 상승세에 일조했다.
무리뉴 감독도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미키타리안의 골은 정말 아름다웠다. 맨유의 역사가 될 수 있었다”며 “미키타리안은 우수한 선수다. 맨유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미키타리안은 부상으로 빠져있을 때도 많은 노력을 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보낸 시간들이 그가 맨유에 적응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 거액을 들여 영입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폴 포그바가 최근 경기에서 절정을 향해 살아나며 최적의 선발 라인업을 찾은 가운데 미키타리안마저 돌아왔으니 그간 부진으로 조롱까지 당했던 무리뉴 감독도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