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몽니'에 강남권재건축 포기 속출
재건축 추진 단지 22곳 가운데 서울시 도계위 심의 통과 6건 불과
내년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종료 땐 메리트 급감, 강동고덕1 스스로 포기
올 상반기까지 사업속도를 내며 활기를 띠었던 강남권 재건축에 단지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종료를 1년 정도 앞두고 발걸음을 재촉하던 재건축 단지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시에 줄 퇴짜를 맞고 있어서다.
사업초기로 갈 길이 먼 일부 단지는 주민들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고 있어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에는 암울한 기운마저 감돌고 있다.
29일 시장정보업체 부동산114와 업계에 따르면 12월 기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 가운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에 22건(2만7400여 가구)이 상정됐는데 이날 현재 가결된 것은 6건에 불과했다. 무려 16건이 보류 판정을 받아 심의 통과율은 27.2%에 그쳤다.
지난 22일 열린 도계위에서도 재건축과 관련해 6개 단지가 안건으로 채택됐는데 심의를 통과한 것은 '개포1차 현대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안)’이 유일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4차와 한신4지구 아파트의 예정법적상한용적률 안건은 보류됐다. 이 단지들은 반포 고밀지구 재건축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후 처음 상정한 해당 지구 내 단지로 관심을 모았다. 이 밖에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삼호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수립·정비구역지정안도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도계위 결정에 목을 매는 이유는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종료 전까지 인가를 받아 관리처분계획 수립 절차를 끝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 마지막 열린 도계위에서도 '간택'을 받지 못하면서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얻는 이익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을 최대 50%까지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2017년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면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 제도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개포주공4단지는 지난 28일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어 참석인원 과반수가 동의해 가결됐다. 이 단지는 한달 간 주민공람을 거쳐 내년 1~2월 관리처분인가가 나오면 3월부터 6개월 간 이주를 진행할 계획이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1단지는 지난 4월말 4월말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7~8월 조합원 분양 신청을 받았다.
개포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개포동 일대 재건축 조합들은 나중에 변경을 하더라도 우선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기 위해 주민동의를 얻기 위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강남권 재건축 분위기는 냉랭하다. 사업에 속도를 내고 싶지만 사업진행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주민 의지에 따라 재건축 추진을 포기한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25일 강동구청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1지구는 주민들의 재건축 사업 중단 요구로 인해 정비구역 해제 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 10일까지 실시한 주민의견조사에서 찬성률이 44.91%로 과반수를 넘지 못했다.
이에 앞서 상봉6도시환경정비구역은 주민동의 절차를 완료한 후 지난 7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구역 해제 승인까지 받았다.
강동구청 주택재건축과 관계자는 “관리처분계획신청까지 사업 절차가 많이 남은 단지일수록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어려워 주민들의 동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1.3대책의 영향 등과 함께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이미 한 번 유예된 초과이익환수제가 연장될 가능성은 적고, 내년 부동산 경기가 불투명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더욱 얼어붙을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지금이라도 빠른 사업속도를 원하는 단지가 있다면 수수료를 물더라도 부동산 신탁사에 맡기는 방법도 모색해볼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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