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축구협회(IFF)의 아미르 아베디니 이사는 이란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서 "축구협회가 케이로스 감독으로부터 사퇴하겠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아직 공식적인 사퇴는 아니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좋지 않은 분위기를 포착, 사직서를 던진 이유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이 불만을 가진 이유는 대표팀 차출 문제 때문이다. 한국과 함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 속한 이란은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유일한 무패 중이기 때문에 큰 이변이 없다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행 티켓을 잡을 전망이다.
현재 케이로스 감독은 훈련 일정을 놓고 이란 축구협회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오는 3월 카타르(원정), 중국(홈)과의 최종 예선 2연전을 앞두고 두바이에 캠프를 차릴 예정이었으나 자국 내 팀들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이라크와의 평가전마저 취소되자 단단히 뿔이 난 케이로스 감독이다.
클럽들이 대표팀 차출을 반대하는 이유는 휴식기 없는 빡빡한 일정 때문이다. 특히 이란 최고의 명문 클럽인 페르세폴리스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페르세폴리스는 세르비아 출신의 브랑코 이반코비치 감독이 이끌고 있는데 소속팀 선수가 무려 7명이나 차출되는 부분에 대해 날선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클럽들이 대표팀 차출을 꺼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란의 축구 리그인 페르시안 걸프 프로 리그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늦여름에 시즌을 시작해 이듬해 봄에 끝난다. 지금은 총 30라운드 일정 중 절반인 15라운드를 마친 시기다.
선두 다툼은 그야말로 진흙탕이다. 페르세폴리스가 승점 32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트락토르 사지가 승점 30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순위는 다소 처져있지만 ‘이란 3대 명문’ 중 2개 팀인 세파한과 에스테그랄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페르세폴리스 입장에서는 2007-08시즌 이후 9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결국 케이로스 감독이 한 발 물러나야 지금의 갈등이 봉합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케이로스 감독은 다른 국가대표 감독들과 달리 선수들을 조기에 소집해 훈련 일정을 길게 가져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결국 자신의 지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2011년 이란의 지휘봉을 잡은 케이로스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대표팀 지원 부족 등을 이유로 수차례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반려되는 형식이 반복되는 등 다루기 힘든 지도자라는 비판도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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