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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2기 지도부 첫 회의, '포성 없는 전장(戰場)'


입력 2017.01.16 12:20 수정 2017.01.16 12:37        전형민 기자

박지원 대표 모두발언에 최고위원들 일제히 토 달라

"절벽을 기어오르는 심정" "제왕적 중앙당 정치체제 vs "모두발언 제도 제고"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대표와 최고위원 등이 새로운 지도부로 선출된 후 첫날인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영환·황주홍 최고위원이 박지원 대표 쪽으로 시선을 두며 귀엣말을 하고 있다. 이날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문병호·김영환·황주홍등 최고위원들은 박지원 대표의 빅텐트론과 현충원 참배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 배제 등을 거론하며 박지원 대표를 비판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첫날부터 박지원 '비토'한 최고위원들
'당대표 결선투표제', '제왕적 중앙당중심제'


국민의당이 박지원 대표를 선장으로하는 2기 지도부를 출범시키고 16일 첫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첫 회의부터 "절벽을 기어오르는 심정", "제왕적 중앙당 정치체제", "모두발언 제도 제고" 등 박 대표와 최고위원들 간에 날 선 발언이 이어져 포성 없는 전장을 연상케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는 전날 새로 선출된 2기 지도부가 모두 출석했다. 박지원 당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자강론'과 '연대론'을 다시 언급했다. 박 대표는 "이것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큰 천막을 치려면 더 깊고 단단한 기둥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빅텐트론'을 언급한 것이다.

박 대표는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제안인 '결선투표제'도 재언급했다. 그는 "안철수 전 대표가 주장한 결선투표제는 다당제 아래에서 민심을 받들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옳은 제도"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에 이어 발언한 득표율 2위 문병호 최고위원은 "앞으로 박지원 대표를 잘 모시겠다"면서도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직에 임하겠다"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겼다. 문 최고위원은 또한 "촛불정신을 완수할 당은 우리 국민의당뿐"이라면서도 촛불정신에 대해서는 "낡은 기득권을 타파하고 구체제를 청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전대기간 내내 '헌정치'로 대변된 박 대표를 에둘러 압박했다.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대표와 최고위원 등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된 이후 첫날인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영환 최고위원이 박지원 대표의 빅텐트론을 비판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득표율 3위 김영환 최고위원은 좀 더 노골적으로 박지원 대표를 압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번 전대를 통해 전당원투표제의 문제점이 누적, 노출됐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를 잘 보완해야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절벽을 기어오르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최고위원은 "'자강론'을 전대에서 흥행시킨게 가장 큰 성과인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바로 '빅텐트론'으로 전도되는게 안타깝다"면서 바로 전에 '빅텐트론'을 언급한 박 대표를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김 최고위원은 "(빅텐트론은) 전당대회에서 감지한 당원의 요구와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박지원 대표가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대선 결선투표제'에 빗대어 박 대표의 대표직 정당성을 문제삼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 박 대표는 60%의 지지를 얻었다고 하지만 1인 1표제였다면 30%에 불과했고 이는 대선이라면 결선투표를 붙어야할 상황"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해서) 박 대표는 당내 이야기는 최고위원들과 상의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주홍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새 지도부의 첫 공식 행사였던 '현충원 참배'를 문제 삼았다. 황 최고위원은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는 것은 당연하고 잘한 일이지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지 않은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중요한 문제를 우리와 상의없이 첫 공식일정으로 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황 최고위원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빗대어 '제왕적 중앙당제'를 언급했다. 그는 "당대표를 뽑아버리면 그 순간 당대표는 제왕이 돼버린다"며 "제왕적 중앙당 정치체제를 손보기 해야 진정으로 우리 정치가 선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지원 대표는 이 같은 최고위원들의 비토에 별다른 대꾸없이 책상 밑으로 시선을 내린 채 경청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모든 지도부의 발언이 끝난 후 "오늘 첫 최고위지만 최고위원들이 발언을 절제해줘서 35분이 걸렸다. 앞으로 모두발언 제도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해보겠다"며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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