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연자실'한 삼성, 콘트롤타워 붕괴되나
창립 이후 오너 대상 첫 구속영장 청구
인수합병, 임원인사, 지배구조 개편 등에 오너 역할 ‘제동’
삼성이 망연자실에 빠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은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가길 바랬으나, 결국 특검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특검 수사 이후 대기업 총수로는 첫 영장 청구 대상이 됐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긴급 체포 형식을 취하진 않을 전망이다. 조만간 법원에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구속 절차를 진행할 전망이다.
삼성그룹 창립 이래 오너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6년과 2009년 비자금 사건으로 두 차례 모두 구속이 아닌 불구속 기소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로써 삼성 그룹은 지난 2008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불구속 기소당한 이후로 최악의 경영 공백 상황을 맞게 됐다.
만약 법원이 이 부회장에 구속영장을 받아들일 경우, 삼성은 최악의 경영 공백을 맞게 된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대가로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측에 거액을 지원하는 데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뇌물죄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해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 부회장은 미래신성장사업을 구축하기위한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 왔지만 이번 특검팀의 사법 처리로 당분간 경영 마비상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최근 3년간 프린팅솔루션사업부 등 삼성의 비주력 사업을 매각·철수하면서 사업을 재편하고, 동시에 미래 먹거리로 꼽을 만한 신기술을 지닌 벤처기업들을 인수하는 데 매진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전장부품업체인 ‘하만’ 인수에 10조 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하며 스마트카분야의 진출을 알렸고, 미국 실리콘벨리 소재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기업 '비브 랩스' 도 인수해 인공지능 기술 시장 선도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 영장을 발부하면서 이같은 행보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오너 경영인은 합병 대상 회사의 펀드 등 주주와 미국 정부 당국을 만나 협조를 구하고 설득하는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들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습성이 있어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해외에서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가중돼 대내외 영업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말에 단행됐어야 할 사장단 및 임원인사도 연기됐고 사업계획 수립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은 매년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뒤 새로 선임된 각 계열사 수장에 따라 사업의 전반적인 방향을 결정해 왔다.
그러나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와 특검 수사 등이 잇따르면서 인사는 계속 연기됐고 이날 구속영장 청구에 따라 인사 단행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통해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6개월 정도 동안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오는 5월 말 지주회사 전환 여부가 발표될 수도 있었지만 이 부회장이 사법처리를 받으면서 관련 검토가 힘들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다짐했던 미래전략실 해체 등 그룹 콘트롤 타워 재편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는 삼성그룹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나아가 국가경제에도 큰 불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총은 “지금 우리 기업들은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 촌각을 다퉈 대응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십년 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하락됨은 물론, 기업의 존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여기에 더해 구속수사로 이어진다면 해당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의 국제신인도가 크게 추락해 국부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