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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비켜”…‘시민공익위원회’ 실효성 있을까


입력 2017.01.28 00:48 수정 2017.01.27 20:18        이슬기 기자

시민사회대표 인사들로 독립 기구 구성, 공익법인 설립부터 사후관리까지 담당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 대표실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경유착을 원천 차단할 방안으로 재벌 공익법인을 독립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시민공익위원회' 도입을 추진한다. 최순실 일가의 대기업 출연과 공익법인 악용 문제의 민낯이 드러난 만큼, 이를 뿌리 뽑는 법과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제1야당의 이러한 움직임이 자칫 공익법인 활동을 제한하고, 기부문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정책위원회(위원장 윤호중)가 최근 공인법인 정상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은 시민사회대표 인사들로 구성된 독립 기구(일명 시민공익위원회)가 공익법인의 설립부터 사후관리까지 담당토록 하는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시민공익위원회가 공익법인 설립허가와 등록관리, 설립취소 권한을 부여받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위원회는 사후관리를 위해 △공익법인 조사 및 자료 요구권 △이사감사 등의 관리감독권 △사업계획 제출 요구권 △기본재산처분 승인권 △결산서류 공시 확인권한을 갖는다. 또 공익법인관련 정책을 결정하고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 있으며, 회계검증을 비롯해 지정기부금 단체의 지정 및 지정취소 요구권도 위임 받는다.

현 정권의 실세인 최 씨 일가가 대기업에 압력을 넣어 속전속결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 사익추구를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한 정황이 확인된 상황에서, 이를 근절할 장치가 절실하다는 요구는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아울러 대기업에서 출자한 공익법인이 다른 계열사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등 오너의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게 해당 법안의 취지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부패한 정치권력과 탐욕적인 재벌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공익법인을 이용해왔다"면서 "공익법인이 본래 목적에 맞게 시민들의 공익활동을 보장하고, 지금보다 더 활성화할 수 있는 정상화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일 토론회에 참석한 박태규 연세대 명예교수도 "공익법인과 관련해 시민공익위원회를 설치하는 것과 더불어 공익법인에게 세금 감면을 부여하는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기부 의지 저하 우려“ 재계 이중으로 옥죄는 족쇄 될 수도

다만 공익법인 관리감독권을 민간이 갖게 되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제도 개편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공존한다.

현재 국내 공익법인은 총 3만4000여개로, 정부 차원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해당 법안대로라면, 이중 종교법인과 학교법인을 제외한 1만 여개가 시민공익위원회의 관리대상이 된다. 재단이 대기업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는 삼성그룹의 삼성문화재단, LG그룹의 LG복지재단 등으로, 재벌 오너의 경영권에 영향력을 미치는 법인들이다.

재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거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와 노동조합 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독립 위원회까지 관리권한을 갖게 될 경우, 기업 입장에선 사실상 '옥상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칫 공익법인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거나 기부자의 기부의지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우려는 당내에서도 제기됐다. 재벌개혁 법안을 주로 다뤄온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아무리 선의에 의한 조치라 해도 민간이 공익법인을 그런 식으로 심사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좀 더 따져봐야 한다. 시비를 떠나 공적인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며 “환경문제라고 무조건 환경단체에 단속권을 주거나 조세문제 감독권을 납세자단체에 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특히 “잘못하면 그야말로 ‘옥상옥’이 된다”며 “게다가 기부하는 입장에서 볼 때도 공익적 활동을 하면서도 이중삼중으로 감시를 받아야 하니 괜히 잘못된 일탈 행위가 아닌가라는 불편함을 조성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위 차원에서 발의하는 것이라면, 당 소속 의원들이 조금 더 논의를 하고 좀 신중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또한 손원익 딜로이트안진 R&D센터 원장 역시 "공익법인에 대한 제도변경이 오히려 기부자의 기부의지 자체를 저하시키고, 공익법인 활동도 축소되도록 만드는 결과가 초래될 위험이 있다“면서 ”제도개편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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