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올해 전지부문에 9000억 투자...흑자 가능할까
지난해 기초소재 활약에도 전지사업 매분기 적자로 부진
해외 생산기지 증설에 집중...중국 사업 제한 '발목' 우려
LG화학이 올해 전지부문에 약 9000억원 가량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올해 전지사업이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전지부문은 매분기 적자를 지속하며 기초소재가 유일하게 이끌다시피 한 회사 실적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LG화학은 26일 진행된 4분기 실적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전지부문에 총 90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포함, 시설 투자에 전년대비 39.6% 증가한 2조76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호영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는 "전체 전지 투자 규모 9000억원 중 중국을 포함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생산기지의 캐파(생산력) 증설에 7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며 ”나머지는 새 모델 개발과 IT프로세스 개선 등에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이러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올해 소형과 중대형 전지에서 동반 실적 상승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소형전지의 경우, 신시장 중심의 사업확대와 수익성 개선 등에 주력하고 자동차전지는 전기차 프로젝트 수주 우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한편 해외 생산거점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또 ESS용 전지는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시장선점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분기 기준으로도 단 한 번의 흑자를 달성하지 못한 부진을 씻고 재도약의 한 해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연간기준 전지부문 영업적자는 493억원으로 하반기(-178억원)에는 상반기(-315억원)에 비해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화학의 이러한 회복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처한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규제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촉발된 한-중 갈등이 국내 기업들의 중국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공신부)가 지난해 배터리 인증 기준 관련 업체들의 생산능력 기준을 강화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인증 획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2번, 이 달에 1번 등 총 3번에 걸쳐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 목록을 발표했는데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기업 배터리 제품을 적용한 전기차들은 다 배제됐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중국 공신부는 이에 앞서 새 인증 기준을 마련해 공표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생산능력 충족 조건을 0.2GWh에서 8GWh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 내 130여개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 중 이를 충족하는 곳은 중국 BYD 한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LG화학은 지난 2015년 10월 난징에 전기차 10만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했지만 이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시안에 전기차 15만대 규모의 공장을 세운 삼성SDI도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강창범 LG화학 전지부문 경영전략담당 상무는 이 날 컨퍼런스콜에서 "당분간 외자 기업에 대한 차별적 제한 조치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현지 공장은 수출용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물량으로 대체 생산해 가동률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지난해 보조금 제한 이슈로 20%대까지 하락한 중국 난징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가동률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되면 LG화학의 전지사업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북미시장에서 본격 판매에 들어간 GM의 전기차 볼트EV가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리 그나마 위안거리다. LG화학은 볼트EV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북미와 유럽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의 사업제약은 전체적인 성장 정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LG화학은 이 날 컨퍼런스콜에 앞서 이뤄진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간 실적으로 매출 20조6593억원과 영업이익 1조9919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와 9.2% 증가한 수치로 영업이익은 지난 2011년 이래 5년만에 최대치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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