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설상가상] 없어서 못 파는 한정판…설 상품 '빈익빈 부익부'
설 선물 세트 매출 부진…프리미엄 한정판 선물 완판
불황 속 양극화 뚜렷…"고소득층 소비 여력 충분"
경기 불황과 정국 혼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올해 설 선물 시장은 전반적으로 얼어붙었지만, 백화점 큰손들의 씀씀이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 속에서도 우리 사회의 소비 양극화 현상이 오히려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설 선물 매출(지난해 12월 5일∼이달 22일 판매 기준)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지만 수백만 원대의 한우·굴비·청과 등 프리미엄 선물세트의 매출은 6% 넘게 늘었다. 현대백화점(지난해 12월 26일∼이달 22일)도 설 선물 매출이 9.1% 줄어들었지만 프리미엄 선물은 오히려 호황을 누렸다. 신세계백화점(이달 12∼23일) 역시 설 선물 매출이 2.9% 줄어들었지만 백만 원짜리 한정판 프리미엄 설 선물세트들은 모두 완판됐다.
백화점들이 1++등급 중에서도 가장 마블링이 좋은 한우, 특대 참조기를 영백염전 천일염으로 섶간(양쪽 아가미와 입·몸통에 소금으로 염장) 해 36시간 냉풍 건조한 명품 굴비 등 임금 수라상에나 오를 법한 진귀한 상품들을 내놓으며 최우수고객(VIP) 모시기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최고급 선물세트 '프레스티지 엘(L)' 시리즈 중 '한우 L-No. 9'(100세트)가 모두 완판됐다. 한우 1++ 등급의 등심과 안심, 채끝, 살치살, 찜갈비 등으로 구성된 이 선물세트(6.5㎏)의 가격은 138만원이다. 35㎝ 이상 최고급 참조기로 구성된 '영광 법성포 수라굴비세트'(360만원)도 이미 품절됐다.
다른 백화점에서도 초고가 선물이 빠르게 소진됐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리미엄 참굴비(200만원·30세트)', '명품 재래굴비 특호(100만원·70세트)','명품 한우 특호(100만원·200세트)' 등이 완판행진을 이어갔다. 다섯 병만 선보인 와인 '베가시실리아 우니코 리제르바 에스페샬'(115만원)도 일찌감치 매진됐고, 돔 페리뇽(69만4000원)·크루그(63만원) 등 50만원 이상 고가 샴페인 매출도 지난해보다 20~3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의 '현대프리미엄한우 No.9'(90만원)는 지난해보다 물량을 두 배나 늘려 2000세트를 준비했는데, 1500세트(지난 25일 기준)나 소진됐다. '해다올 영광 참굴비 특호'(100만원)는 28㎝ 이상의 참굴비 10마리로 구성된 상품으로, 준비된 20세트 중 12세트가 팔렸다.
이는 소수 고소득층·자산가 등의 소비 여력은 여전히 넉넉하다는 뜻으로 불황 속에 우리 사회의 양극화 모습이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불황이 소비 양극화를 촉발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1만~3만원 저가 선물세트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뛴 가운데 최고급 선물세트가 잘 팔리는 것은 소비 양극화를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