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포핸드 샷이 라인 밖으로 벗어난 듯했지만, 챌린지 결과 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것으로 판정되며 승리가 확정됐다.
로저 페더러(37·랭킹17위)는 가슴 속에서 무언가 세차게 치밀어 오르는 듯 포효했고, 평소의 그답지 않게 눈가도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페더러가 예상을 깨고 라파엘 나달(31·랭킹9위)을 밀어내며 7년 만에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약 440억 원) 트로피를 안았다.
‘테니스 황제’로 칭송받았던 페더러는 29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서 열린 올해 첫 그랜드슬램 ‘2017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나달을 세트스코어 3-2(6-4 3-6 6-1 3-6 6-3)로 누르고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페더러는 나달에 비해 범실이 두 배 가까이 많았지만, 강서브와 지능적인 네트플레이로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으며 승리를 따냈다. 1세트를 6-4로 따내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역시 나달과의 경기는 어려웠다.
5세트 접전 끝에야 트로피를 안았다. 페더러는 5세트 초반 서브 게임을 내주면서 게임스코어 1-3까지 끌려갔지만 놀라운 반격 끝에 게임스코어 3-3 균형을 이룬 뒤 뒤집기에 성공했다. 그렇게 3시간 37분의 혈투는 페더러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최근 부상과 부진으로 옛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페더러는 지난 2012년 윔블던 대회 이후 모처럼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앤디 머레이(30·랭킹1위), 노박 조코비치(30·랭킹2위) 등에 밀려 정점에서 내려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준결승에서 랭킹 4위 바브린카를 꺾은 데 이어 ‘영원한 라이벌’이면서도 상대전적 열세에 있는 나달까지 연파, 테니스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지난 2009년 호주오픈 결승에서 나달에 져 우승컵을 놓쳤던 페더러는 2010년 이후 7년 만에 호주오픈 정상에 등극, 메이저대회 통산 18회(호주오픈 5회, 프랑스오픈 1회, 윔블던 7회, US오픈 5회)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페더러에 이어 나달과 피트 샘프러스(은퇴)가 14번 정상에 올랐다.
페더러는 나달과 상대 전적을 12승23패로 만들었고, 나달과 메이저 대회 결승 맞대결 전적도 3승6패를 기록하게 됐다. 반면 2009년 페더러를 물리치고 호주오픈을 차지했던 나달은 이번에도 페더러를 잡고 호주오픈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보였지만 페더러에 막혀 꿈을 이루지 못했다.
호주오픈 트로피 들어 올린 페더러. ⓒ 게티이미지
2015시즌까지도 페더러는 윔블던, US오픈 등에서 조코비치에 졌지만 여전히 최정상급 선수로 테니스 코트를 호령했다. 하지만 2016년 2월, 쌍둥이 딸의 목욕을 준비하던 중 왼쪽 무릎 부상을 입으면서 쓴맛을 알아간다.
재활에 돌입한 페더러는 3월 마이애미 오픈을 앞두고 통해 복통으로 기권했고, 프랑스오픈은 허리부상으로 건너뛰었다. 절치부심한 페더러는 윔블던에서 4강까지 올랐지만 발목이 꺾여 넘어지고 무릎 부상이 악화됐다.
이후 부상으로 나서지 못한 페더러는 2016년 11월 세계랭킹 16위까지 추락했다. 페더러가 세계 톱10 밖으로 밀려난 것은 2002년 10월 13위 이후 약 14년 만이었다. 그리고 이번 호주오픈에서 ‘초라한’ 17번 시드로 참가했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하지만 테니스 황제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2016년이었다. 30대 중반 나이에 잦은 부상 소식이 들리자 페더러의 은퇴설도 피어올랐다. 그러나 페더러는 "은퇴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고, 그럴수록 한 쪽에서는 조소도 커졌다.
아랑곳하지 않은 페더러는 더 완벽해져서 돌아와 호주오픈을 차지했다. 비운으로 점철된 2016년의 파노라마가 뇌리를 스친 듯 페더러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페더러의 젖은 눈가는 황제의 귀환을 기다렸던 팬들의 가슴도 촉촉하게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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