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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낙마에 문재인 대세론, 세가지 함정 넘어야 '허상' 안된다


입력 2017.02.02 05:00 수정 2017.02.02 06:30        이슬기 기자

30%대로 대세 운운은 일러, 비문 대결구도 긴장해야

원내4당 121석의 한계 등 극복해야..'식물정부' 우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꿈이룸학교에서 '4차 산업혁명, 새로운 성장의 활주로'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문재인 대세론’이 견고해질수록 야권 내 ‘문재인 vs 비 문재인’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야권연대'를 바라보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눈길은 한층 싸늘해진 반면, 분열에 대한 야권의 우려는 더 커졌다. 다만 문 전 대표의 시선은 여전히 여론조사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문 전 대표는 대세론을 아예 공개적으로 내걸었다.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선 "문재인이 대세라는 말들을 많이 하시는데, 실제로 확인해 보니 제가 대세 맞다"고 확언했다. 추미애 대표도 국민의당 등이 주도하는 야권연대 시나리오를 두고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이합집산’으로 규정하며 “날아가 버릴 텐트”라고 말했다. 이 역시 공식 석상인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다.

문 전 대표 측은 기존 야권연대에 대해 △여론조사 수치와 △국민적 피로감을 근거로 부정적인 입장이 강하다. 무엇보다 현재 지지율만으로도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 양자대결 또는 다자대결 여부와 무관하게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대세론이 한창인 마당에 정체성이 각기 다른 야권 내 타 세력과 연대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갑작스런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이러한 분위기에 마침표를 찍은 모습이다. 반 전 총장의 퇴장이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세론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논리다. 민주당의 공식 입장 역시 그의 정치적 정체성이 모호한 데다 검증이 덜 됐기 때문에 사퇴했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는 의원실 측 관계자는 “연대론은 힘이 약한 쪽에서 꺼내는 것 아닌가. 국민들도 무조건적인 야권연대에 이미 지쳤다”며 “문재인이 지금 양자대결, 다자대결에서도 둘 다 이기고 있다. 지금 당장은 결정을 못 내린 유권자도 본선에 가서는 결국 문재인이든 여당후보든 어느 한쪽으로 가게 될 것인데 뭐 때문에 야권연대를 하느냐”라고 되물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지율 30%대로 대세론? 아직 멀었다”

물론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문 전 대표가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는 것은 여야의 공통된 전망이다. 여권에서 반 전 총장을 대체할 인물로 ‘황교안 카드’ 등을 내세워 보수 결집을 노릴 것이고, 이는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을 더욱 강력하게 집결시키는 구심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세론의 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구체적으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아직 과반에 미치지 못하며 △각 지역기반을 갖춘 야권 비문계 주자들의 대거 결집 가능성이 높고 △설사 당선이 돼도 현재 민주당 의석(121석)으로는 정상적인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 정례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30.6%를 기록해 30%대를 넘은 데 이어 소폭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달 1일 조사에선 35.2%를 얻었다. 여권의 간판급 후보로 꼽혔던 반 전 총장(16.5%)을 크게 앞선 수치로 선두를 달리고는 있지만, ‘대세론’에 못을 박기엔 여전히 아쉬운 수치다.

김홍국 시사평론가도 지난달 30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의 대세론은 야권, 민주당 내의 대세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40~50%선까지 올라가야 대세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아직은 30%대 중반에 불과하다. 앞으로 중도층, 무당층이 더 줄어들고 지지세가 견고해져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 내부에서부터 ‘야권공동후보 선출’, ‘연립정부구성’ 등 야권연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는 상황이다.

당장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1일 야권연대 깃발을 들고 나섰다. 민평련은 민주화의 대부로 불리는 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을 뿌리로 구성된 그룹으로, 민주당 내 친문계를 제외하고 유일한 계파로 손꼽힌다. 그간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당 지도부와는 별개로 공개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친문계와도 분명히 거리를 둬왔다.

민평련 의원 21명은 이날 오전 성명을 발표하고 "야권의 모든 정당은 확실한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사회개혁 성공을 위해 야권연대에 나서야한다"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와 범야권 대선 경선 후보들이 이를 수용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현재 국회는 어느 당도 개혁추진력을 담보할 수 있는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못하고 있다"며 연대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민평련 소속 우원식 의원은 “지금 여론조사 수치로 ‘대세론이다’, ‘무조건 이긴다’ 이렇게 보기엔 무리”라고 말했고, 유은혜 의원도 “여론조사만 갖고 마음 놓고 말고 한 적이 있었느냐”며 “총선 여론조사만 해도 수치상으로 이기던 후보가 역전되는 경우도 많은데, 아무리 대선 기간이 짧아도 지금 조사 결과만 믿고 당선 다된 것처럼 여기는 건 너무 경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문재인의 정책구성-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 죄담회'에 참석해 넥타이를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비문 진영 결집 땐 '괄목상대'...집권 후 '식물정부' 우려도

문 전 대표 측에선 오히려 ‘문재인 vs 비 문재인’ 구도를 반기는 분위기다. 국민의당을 비롯한 비문 진영이 대거 손을 잡거나 범여권과도 연대할 경우,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공세 프레임이 명확해진다는 이유다. 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만큼, 그 외 세력이 주장하는 ‘빅 텐트’는 쉬이 무너질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예상치 못했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설사 안 전 대표가 제3지대 전체의 후보로 나설 경우,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정운찬 전 총리, 국민의당이 각각 전남, 충청, 호남 일대를 지역적 기반으로 갖게 된다. 여기에 호남을 제외한 중도층 중 반문 정서가 강한 유권자 상당수도 고려한다면, 문 전 대표가 이를 마냥 무시하기만은 어렵다.

민주당 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의원인 이개호 의원은 “호남은 워낙 정권교체 열망이 크기 때문에 혹시라도 야당이 분열돼서 정권교체에 걸림돌이 되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들이 많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연대를 위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지역구민들이 많이들 하신다”고 전했다.

특히 “민주당이 혼자 해도 안정적으로 집권할 수 있다면 그런 말이 안 나올 텐데, 지금 여론조사만 보면 민주당이 상당히 선전하고 있음에도 밑바닥 정서에는 그런 불안감이 깔려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또 국정농단 사태 이후 문 전 대표의 경쟁력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강조하면서도, 호남에서는 여전히 문 전 대표의 ‘확장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집권 이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설사 문 전 대표가 야권 통합 없이 당선이 된다 해도, 원내 4당 체제 하에서 당장 선거 다음날부터 121석만으로 개혁 입법 등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대선 이후 권력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한다”며 “집권 후 안정적 의석수를 확보해야 개혁이든 국정운영이든 기본적인 것들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동정부, 민주연합함대는 그야말로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우원식 의원도 “정권초기에 강력한 민생 개혁과 적폐청산을 하려면 이 세력으로는 부족하다. 선거 과정에서도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문을 개방하고 야권연대, 공동경선을 구상해야한다”고 했다.

한편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야권통합, 특히 국민의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통한 야권 단일후보의 옹립이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만드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며 ”이번만큼은 야권분열로 정권교체에 실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권공동경선’이나 ‘후보단일화’, ‘야권통합’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야권 후보 간 구도를 정리해야 하고, 혹 선거 과정에서 연대가 안 된다면 ‘야권 연립정부’라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당 후보가 한 명, 야당 후보가 두 명 나왔을 때 분열구도를 완벽히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며 친문 진영과 국민의당 양측을 동시에 겨냥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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