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들의 섬' 여의도, 정치인들의 '예언'과 '전략'
이슈 때마다 쏟아지는 정치인들의 '예언'에 숨겨진 전략?
이슈 때마다 쏟아지는 정치인들의 '예언'에 숨겨진 전략?
여권의 원톱이자 대권주자 지지율 2위를 달리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돌연 중도포기를 결정함에 따라 기존에 '반기문 중도사퇴'를 주장했던 정치인들이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의 '예언'에는 '전략'이 숨어있다고 분석했다.
반 전 총장의 중도하차를 예견했던 정치인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다.
가장 먼저 예언한 사람은 민병두 의원이다. 민 의원은 반 전 총장이 귀국도 하기 전인 지난달 1일 새해 벽두에 '반기문, 제2의 고건 가능성'이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반 전 총장의 중도하차를 예언했다. 그는 "앞으로의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어렵고 밑바닥에 깔린 정권교체심리도 강건하다"면서 반 전 총장이 '제2의 고건 전 총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당의 유력 대권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당대표는 지난달 18일 나란히 반 전 총장의 '중도하차'를 예언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전북도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의 최근 행보가 여러 면에서 애매하다. 출마 여부도 반반이고 여인지 야인지도 반반이고 어느 당으로 갈지도 반반, 온통 반반"이라며 "설 이전에 대선 출마를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박지원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해 '준비 안 된 후보'라며 "지금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면 (완주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본다"고 했다.
지난달 22일에는 한때 지지율 2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같은 예언을 했다. 이 시장은 이날 충북 제천시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시민 특강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이명박과 박근혜의 아바타 신세를 면할 수 없어 명절이 지나면 곧 집으로 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의 '예언'에는 '전략'이 숨어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맞아떨어지기만 하면 자신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간다"면서 '예언 적중'으로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반대로 엉뚱한 예언을 한 사람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예언'의 의도에 대해 "당연히 전략적인 의도가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황 평론가는 반 전 총장 입국 후 2주 정도 지난 시점에서 나온 안 전 대표의 '예언'에 대해 "상대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며 "초장에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황 평론가는 "'예언'이 얼핏 보기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처럼 보이지만 '리스크 없는 하이 리턴'이다"라고 지적했다. '예언'을 하는 정치인들의 심리에 대해서는 "그런 방향으로(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끌어가겠다는 심리와 이슈를 제시해 원하는 여론을 형성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실 '예언'이라기보다는 '자기 주장'에 가깝다고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인들의 기세우기"라고 정리했다. 신 교수는 "'누가 그만 둘 것이다', '누가 어떻게 할 것이다' 등 개인의 결심이나 신상과 관련한 예언은 사실 삼가야할 일"이라면서 "틀리는 것도 많지만, 여론은 틀렸다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대상에만 집중하면서 인격모독이나 상관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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