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의 한국 '완성형 강호' 이미지 구축하나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7.02.22 11:19  수정 2017.02.22 11:21

평창올림픽 1년 앞두고 빙상부터 설상까지 메달 루트 다양화

설상 종목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긴 스노보드 이상호와 스키 크로스컨트리 김마그너스. ⓒ 연합뉴스

아시아인들의 눈과 얼음의 축제 제8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이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대회는 빙상과 스키, 바이애슬론, 아이스하키, 컬링 등 5개 종목에 걸린 64개의 금메달을 놓고 31개국에서 모인 1100여 명의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에서 개최국인 한국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삿포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선수 142명, 임원 79명 등 선수단 총 221명이다. 우리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5개를 획득해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대회(금메달 10개)에 이어 14년 만에 종합순위 2위에 도전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이나 동계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 종합 스포츠 이벤트에서 주로 쇼트트랙 스케이팅이나 스피드 스케이팅과 같은 빙상종목에 메달이 몰리는 반면 설상 종목이나 컬링, 아이스하키 등의 종목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이 대회 때마다 종합 메달순위에서 상위에 오르고도 ‘반쪽짜리 동계스포츠 강국’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번 아시안게임 역시 기본적으로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빙상 종목에서 많은 메달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최민정, 심석희가 버티고 있는 여자 쇼트트랙이 500m와 1000m, 1500m, 3000m 계주까지 전 종목 석권을, 이정수가 에이스로 나설 남자 쇼트트랙은 1000m와 1500m, 5000m 계주까지 금메달 세 개를 목표로 잡고 있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여자 장거리의 강자 김보름이 3000m와 5000m, 팀추월, 매스스타트에 출전하고, 남자 장거리의 이승훈도 5000m와 1만m, 팀추월, 매스스타트까지 네 종목에 출전이 예정돼 있었다. 또 여자 단거리 스타 이상화 역시 1000m와 500m에서 2관왕에 도전했다.

21일까지의 결과를 보면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이승훈이 5000m에서 부상 투혼 끝에 우승을 차지한 것이 전부다. 이상화는 1000m에서 아시아 기록을 세우고도 메달을 놓치더니 500m에서 은메달 하나를 따냈고, 김보름은 3000m에서 간발의 차로 금메달을 놓쳤다.

쇼트트랙에서 억울한 실격을 당한 심석희. ⓒ 게티이미지

쇼트트랙에서는 1500m에서 박세영과 최민정이 남녀 동반 우승을 이뤘지만 여자 쇼트트랙에서 심석희가 500m에서 억울한 실격을 당해 메달을 놓치면서 여자 쇼트트랙의 전 종목 석권이 무산됐다
.
예전 같았으면 벌써부터 한국 선수단의 목표달성에 초비상이 걸렸다는 보도들이 잇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는 스키와 스노보드 등 설상 종목 등 과거 불모지나 다름없던 종목에서 메달이 쏟아지고 있고, 아이스하키 종목에서도 우리 대표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스노보드에 출전한 이상호가 남자 대회전과 회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고, 혼혈선수인 김 마그너스가 스키 크로스컨트리 남자 1.4km 개인 스프린트 클래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크로스컨트리에서도 이채원이 여자 10km 프리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스키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의 순위는 알파인과 노르딕, 스키 점프 종목을 막론하고 앞에서보다 뒤에서 찾기가 더 쉬웠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 이후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전반적인 기량 향상을 이뤘고, 아시아 정상급의 기량을 갖추는 데까지 이르렀다.

과거 익스트림 스포츠로 분류됐던 스노보드나 프리스타일 스키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좀 더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노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대회에서 메달 획득의 기회를 얻은 것도 한국 동계 스포츠의 메달 루트가 다양해지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눈부신 발전은 눈 여겨 볼 대목이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스탠리컵을 들어올리기도 했던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이번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을 통해 아시아의 맹주로 올라설 기세다.

백지선 감독에 맷 달튼, 에릭 리건, 마이크 테스트위드(이상 안양 한라), 브라이언 영, 마이클 스위프트(이상 하이원) 등 특별 귀화를 통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외국 출신 선수들이 기존 국내 선수들과 화학적 결합을 이루면서 전력이 나날이 급상승 중이다.

그 결과 백지선호는 최근 아시아 최강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연승을 거두고 있다. 일본을 이길 수 있다면 금메달 획득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진다.

최근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컬링 역시 몇 년 전부터 한국 선수단의 전략 종목이 돼 있다. 무관심 속에서 피나는 노력으로 세계 정상권의 기량을 축적한 한국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선전을 펼치면서 컬링 종목에 대한 관심이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삿포로 동계올림픽에서도 여자 대표팀이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 남짓 남겨두고 있는 지금 한국 동계스포츠는 더 이상 ‘반쪽짜리’가 아니다. 빙상종목부터 설상종목은 물론, 컬링부터 아이스하키까지 다양한 종목에서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번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이뤄야 할 목표는 어쩌면 15개의 금메달과 종합 메달 순위 2위가 아닌 ‘완성형 동계스포츠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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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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