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의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번에는 레스터시티의 차기 감독 후보로 급부상 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레스터 시티는 지난달 24일(이하 한국시각) 팀의 영광을 일으킨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레스터는 지난 시즌 우승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하고, 올 시즌 리그 17위에 머물며 강등 위기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팀을 둘러싼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레스터는 라니에리 감독이 경질되기 전까지 8경기 연속 무승 부진에 빠졌고, 이 중 6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라니에리 감독 경질을 둘러싼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어찌됐든 팀에 다시 오기 힘든 우승의 영광을 안겨준 감독을 성급하게 토사구팽했다는 시각이 많은데다,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 배경에 갈등을 빚어온 주축 선수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퍼지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흔들리는 분위기를 다잡고 팀을 강등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확실한 카리스마와 장악력을 갖춘 새 감독이 절실하다. 당초 레스터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후임자로 고려했으나 만치니 측에서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새롭게 떠오른 후보가 바로 히딩크 감독이다.
히딩크 감독은 풍부한 관록을 자랑하는 지도자다. PSV 에인트호번, 발렌시아, 레알 마드리드 등을 다양한 클럽과 국가대표팀을 지휘했고, 2002년엔 한국 국가대표팀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으며 세계적인 명장 반열에 올랐다.
특히 히딩크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소방수’ 이미지가 유독 강하다. 히딩크 감독은 2009년과 2015년 첼시에서만 두 번이나 시즌중 감독이 교체된 이후 임시 감독으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만일 히딩크 감독이 레스터 지휘봉을 잡게 된다면 2년 연속 몰락한 디펜딩 챔피언의 구원투수로 투입되는 특이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2016년의 첼시와 2017년의 레스터시티는 전 시즌 우승팀이 이듬해 단 1년 만에 몰락했다는 점에서 상황이 매우 흡사하다. 히딩크 감독은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개성강한 선수들의 심리를 다루는데 능하다는 점에서 소방수로서는 최선의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의 레스터는 예전의 첼시보다도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첼시의 경우 당시 순위와 별개로 전력 자체는 여전히 EPL 최상위권이었고 히딩크 감독이 성적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레스터는 올해의 성적이 오히려 제자리를 찾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전력이 약하다. 현재로서는 EPL에 잔류시키기만 해도 대성공이다.
전성기 시절 수많은 언더독팀들에게 성공을 안기며 ‘히딩크 매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던 히딩크 감독의 마법이 과연 레스터에서 다시 재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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